상단여백
HOME 키즈 공감
[옆집언니 육아일기]④백일 된 애를 눕혀서 재웠다?

'왜 잠만 잘까. 어디가 아픈걸까’


조리원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었다. 태평이(딸의 태명)는 정말 잠을 잘 자는 아이었다. 말 그대로 ‘먹고 자고 싸고’가 다였다. 하루 이틀 지나니까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고 병원에 가긴 싫었다. (신생아 엄마들이 그렇듯 이유는 바이러스가 옮을까봐.)

생후 5개월 때 낮잠자던 태평이의 모습. 어느 부모나 다 그렇겠지만 자는 모습은 천사와 가장 흡사하다.

더 걱정이 많은 남편은 동네 소아과에 전화를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허허. 먹는거 문제 없고 변도 문제가 없다는거죠? 너무 편해서 걱정이구만. 순한 아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하시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 걱정이 되면 오세요. 근데 올 필요 없는 거 같은데...”였다.

두 달이 될 때까지도 태평이는 잘 잤다. 하늘에 감사했다. 별로 착한 일을 하면서 살지도 않았는데 이런 아이를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그런데 3개월에 접어 들면서부터 태평이는 전혀 다른 아이로 변했다. 잠이 오기 시작하면 울어댔다. 처음엔 안으면 잤는데 조금 지나니 안고 돌아다녀야 잠들었다. 안고 있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나로서는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그때 눈에 띄었던 책이 ‘프랑스 아이처럼 키우기’였다. 뭔가 나의 성향과 맞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중간중간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ㅠㅠ)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이 ‘수면교육’이었다. 이 교육법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었다. 아마 할머니들이 들으면 놀라 자빠질지도 모른다. ‘어린 아이가 울어도 안아주지 않고 일단 지켜본다니. 게다가 혼자 재워?’.

스스로 생각하기에 마음이 여리거나 아이가 원하는 걸 다 해주는게 옳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처음부터 도전을 하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기자는 독한 편이고 자기애가 강하며 아이에게는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눕혀서 재우는 건 생각보다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안아서 재우면 20분이면 재울텐데 눕혀서 재우니 40분이 넘게 걸렸다. 일단 오후 6시가 되면 슬슬 재울 준비를 했다. 씻고 수유를 듬뿍 하고. (이 때 6시에 수유를 하고 7시에 재우기 전 한번 더 수유를 했다) 7시부터는 온 집안의 불을 끄고 누워 가슴이나 등을 토닥여주며 노래를 불렀다. 아마 이때 '섬집아기'를 수천번을 불렀던 것 같다.

처음에 노래를 듣는 듯 했던 아이는 이내 울기 시작했다. 책에서 알려준 대로 바로 안아주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다.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기 시작하면 다시 안고 조금 잦아 들면 다시 눕혔다. 다시 눕히기만 하면 어쩜 그렇게 귀신같이 알고 소리를 지르는지.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옆에서 지켜 보던 남편은 '지독한 엄마'라며 자기가 안아주겠다고 했다.

한번 마음 먹으면 해야만 하는 성격상 포기하지 않았다. 내 새끼가 우는데 마음 안 아픈 엄마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서로에게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믿음이 확실했기에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잠들고 나서도 수면 교육은 계속됐다. 아이는 범퍼침대에서 재우고 기자는 침대에서 잤다. 범퍼 침대는 간격을 띄워 놨다. 아이가 울면 바로 안아주지 않고 토닥이고 엄마가 여기 있다고 속삭였다. 그래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면 밤잠을 처음 재울 때와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당시 태평이는 비닐을 비벼 내는 소리를 들으면 안정을 되찾고 잘 잤다. 물론 지쳐 잠든 것인지, 그 소리가 좋아서 잔 건지는 누구도 모른다.

처음 사흘간은 아이의 반응은 똑같았다. 그런데 나흘째가 지나면서 확실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점점 잠을 자기까지의 시간이 짧아지고 안았다 내려놓는 횟수도 줄었다. 우는 소리도 처음보다는 덜했다.

2주차 중반부터는 토닥토닥 하면 자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 밤에도 잘 안 깨고 잤던 것 같다. 되돌아 보면 태평이는 잠을 잘 자는 기질을 가진 아이이고, 그랬기 때문에 수면교육이 성공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침실에서 자고 있는 태평이(딸의 태명)의 모습. 자는 모습은 갓난쟁이 때나 지금이나 천사 같다.


태평이는 6개월부터는 아예 방을 분리해서 재우기 시작했다. 물론 방 문은 열어 놓은 채로. (혼자 잘 걸을 수 있는 돌 이후부터는 아이 방의 문도 닫고 각자 방에서 잤다. 물론 잠들 때까지는 옆에 있어야 했다. 다섯 살이 된 태평이는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와 깨어 있는 엄마나 아빠를 보고 묻는다. "오늘은 어린이집 가?"라고.) 기자는 아이를 일찍 재우고 따로 재운 덕분에 남들에 비해 육아 스트레스를 덜 받았던 것 같다.

밤 시간에 드라마를 보는 소소한 재미와 퇴근한 남편과 하루 일과를 얘기하는 일상들이 집에서 아이와 둘이서 온종일 보내는 나에게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크나큰 낙이었다. 아마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그 시간들이 지금 이렇게 행복한 순간들로 기억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너를 위해서 아이를 희생시킨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고 그게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때 나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3
전체보기
  • 김지은 2017-06-14 08:45:02

    애들은 잘때가 제일 예쁘죠 ㅋ   삭제

    • 둘째맘 2017-06-03 14:12:24

      저희도 첫째둘째 다 신생아때부터 엎어서 재우고 돌이후부터 각자 침대에서 잔답니다~ 엎어서재우니 두상도 아주예쁘고 얼굴도작구요, 남편과도 편히잘수있어 덜피곤해요.지금은 벌써 5,3살이예요 너무공감되는기사 잘봤어요   삭제

      • 나도맘 2017-05-17 14:29:26

        둘째도아니고첫째를혼자재우다니
        대단해요
        나이먹고애기낳고키우니힘드네요ㅎㅎ
        종종들릴께요
        애기재우고ㅎㅎ
        재밌네요
        자고있는모습은진짜천사ㅎㅎ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