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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언니 육아일기]③모유 수유의 그늘...아픈 가슴 · 잃어가는 여성성
조리원을 나와 혼자 모유 수유를 하고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인생의 또 다른 시련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처음 맞닥뜨린 나의 몸과 정신은 모두 피폐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웃을 수 있고 그 시기를 잘 지날 수 있게 했던 건 꼼지락 거리는 아이의 발가락, 그리고 손가락, 눈웃음이었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건 육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조리원 생활이 막 끝날 즈음에는 아이가 젖을 빠는 힘이 너무 세져서 문제였다. 일주일 주만 해도 제발 잘 먹기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이제 좀 살살 먹으라고 기도하고 있는 나를 보며 어이가 없기도 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날 정도였는데 계속 아이에게 수유를 해야 하니 모유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침이 바짝 바짝 마르고 동공이 흔들렸다. 조리원 선생님은 유두 보호기와 유두 보호 크림을 추천했다.

하지만 생후 2주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약'을 먹인다니..갓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는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는 일 보다 훨씬 어려운 선택이다. 조리원 선생님은 미국에서도 인증을 받은 믿을 수 있는 약이라고 안심시켰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그때부터 각종 육아카페 글을 마구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문제 없이 사용했다는 글을 보고 당장 구매했다.

효과는 있었다. 출산 때의 무통주사와 같은 효과를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 고통은 조금 완화됐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큰 도움이 된 건 확실하다. 태평이 역시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약에 문제가 없는 것도 맞다는 생각이다.

모유 수유를 할 때마다 찌릿찌릿한 고통에 눈물이 났지만 ‘젖몸살도 이겨낸 나인데!’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물론 아이가 모유를 먹는 모습도 나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어려움은 조리원을 나온 후 2~3주 정도 지속됐다. (아마 사람 마다 차이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통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는 모유 수유 시간만 되면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아픈 것도 그렇지만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보면 구슬픈 마음도 들었다. 그때 나의 여성성은 지하를 뚫고 내려가 땅끝에 도달할 기세였다. 결혼 전 SNS에 올렸던 사진들을 보며 이런 원피스를 언제나 입어 보려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현실 속 거울에 비친 수유티셔츠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은 내 모습과 비교되면서 서글픔이 몰려왔다. (아마 모유 수유를 했던 엄마들은 이 얘기에 공감할거다. 모유 수유를 하면 일단 예쁜 원피스를 입기 힘들다. 길이가 길어 모유 수유에 부적절한 옷인데다 예쁜 옷이 젖비린내와 얼룩으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밤 수유를 하면 잠을 자지 못하는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솔직히 말하면 엉엉 울기도 했다. 밤 수유 후에도 유축까지 하고 나면 한시간 반 정도를 깨어 있어야 했는데 그때 코를 골면서 자는 남편을 깨워 이제 모유 수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열 달을 품었고, 출산도 했고, 이제 모유도 먹이는데 도대체 당신은 하는 일이 뭐냐' 는 바가지도 더해서 말이다.)

하지만 수유 시간이 되면 늘 아이를 안고 있는 나를 봤다. 이건 아마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마는 성격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 같고, 젖이 계속 차올라 아이가 물지 않으면 딱딱해지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또 모유 수유때문에 젖병도 소독기도 사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을 거다.

태평이(딸의 태명)가 생후 7개월이었을 때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처음으로 들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앞에서 모유 수유 중인 기자의 모습. 이 때만 해도 미술관 앞 정원 구석에서 돌아서서 큰 천으로 가리고 모유 수유를 했지만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금 더 당당하게 모유 수유를 했다. 우리나라에선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유럽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카페나 미술관이나 성당 앞 벤치나 어디든 모유 수유 하는 엄마를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모유 수유는 그저 엄마와 아이 간의 자연스럽고 성스러운 행위다.

이런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두 달 간의 모유 수유 초급기를 지난 후부터 모유수유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더 이상 유두 보호 크림도 유두 보호기도 필요 없었다. 내 몸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 아이가 배가 고프면 수유를 하면 됐고, 젖병을 씻는 수고로움도, 소독하는 수고로움도 없었다. 그래서 이동이 편했고,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은 먼 곳을 다녀오는 여행 애호가인 기자는 7개월 된 딸아이를 업고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요즘엔 일회용 젖병이 있어서 분유 수유를 해도 여행이 편하다고 해도 분명 모유 수유보다는 수고로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모유 수유 덕분에 아이가 더 건강했을 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모유 수유를 하면 아이의 면역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됐지만 태평이도 돌이 지나고부터 겨울이면 감기에 걸리고, 수족구도 걸렸고, 홍역도 앓았다. 그저 모유 수유를 해서 3번 걸릴 걸 한번에 끝낸 거라는 혼자만의 믿음(?)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모유 수유도 엄마의 욕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주변에서 모유 수유가 힘들다는 후배나 친구들이 있으면 힘든 정도를 지나 고통스럽다면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그 고통은 아이에게 온전히 전해지니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그 결과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자신이 있다면 그 선택이 무엇이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출산 휴가 후 직장 복귀에 대한 걱정으로 태어나자마자 분유를 먹이기 시작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내가 초유를 안 먹여서, 모유 수유를 안해서 애가 자주 아프다”며 울었다. 누구나 후회는 하지만 그렇게 후회할 거라면 두 달 정도 꾹 참고 모유수유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태생적으로 모유의 양이 적은 엄마도 있는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엄마의 잘못이 아니다. 요즘은 분유도 잘 나올 뿐만 아니라 분유만 먹고 자랐는데 건강한 아이들도 많다.

육아를 하면서 엄마가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아이를 포함해 가족 모두가 힘들어진다. 흘러가는 대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하다 보면 어느새 한 고비가 넘어가 있다. 물론 다른 한 고비가 또 오겠지만 말이다.
육아에 정답이 있을까. 내가 처한 상황에서 내 방식대로 내가 생각한대로 일관성을 잃지 않으면 어느새 아이도 나도 부쩍 커 있는 걸 확인 하게 될 날이 온다. 물론 대선배님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손을 꼭 잡은 모녀. 지금도 태평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울컥 하면서도 더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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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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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은 2017-06-14 08:43:31

    분유수유를안해봐서 어느쪽이 더좋다라고 하긴힘들지만 젖병안들고다녀도 되는 것만 해도 전 편했다고 생각되네요
    원래작던 가슴이 더 작아지긴했지만요 ㅋㅋ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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