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난임일기]아기집이 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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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아기집이 보이지 않아요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9.10.2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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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가야 넌 어디에 있니

시험관아기 시술 세 번째. 처음으로 높은 수치가 나온 기쁨도 잠시 아기집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초음파를 보러 병원에 내원하라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설렜던가.. 그런데 초음파 진료를 보는 동안 의사 선생님은 한참 말이 없었다. 평소 진료할 때보다 시간도 더 걸린 것 같은데 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신 건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초음파 진료를 마치고 마주 보고 앉은 의사 선생님은 아기집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조심스럽게 자궁외임신 가능성에 대해서 말했다. 전날 피검사 수치가 1500 내외였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수치가 더 올랐다면 2000 내외일 거고, 이 수치에서는 아기집이 분명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혈액 내 임신 호르몬 수치가 1500 이상이면 아기집이 보인다) 덧붙여 간혹 아기집이 늦게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아기집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방치했다가 배아가 엉뚱한 곳에서 커지면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자궁외임신을 종결시키는 방법인 MTX 주사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본래 항암제로 개발된 MTX는 세포가 더 자랄 수 없도록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의사 선생님이 "오늘 주사를 처방할까요" 하며 이번 시술을 종결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 자리에서 주저하지 않고 "네" 하고 대답할 수 있는 난임 여성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만약 수치가 떨어지는 게 확인된다거나 자궁이 아닌 어딘가에서 아기집이 보인 것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주사를 맞겠지만 하루하루 착실하게 수치가 오르니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웠다. 어디서 자리를 잡고 살려고 버티는 걸까. 차라리 수치가 떨어졌더라면.. 너(?)는 척박한 어딘가에서도 살겠다고 버티는데 내 한 몸 편하자고 자연적으로 사라져 주길 바라는 자신이 참 나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이날은 주사를 맞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피검사 수치는 의사 선생님의 짐작대로 2000대였다.

임산부의 초음파 사진. 동그란 부분이 아기집이라고 한다. 나도 언젠가 이런 사진을 받을 수 있겠지.

배아는 도대체 어디에 자리를 잡은 걸까. 뒤늦게 뿅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닐까.

집으로 돌아온 뒤 인터넷 난임 카페에 들어가 '아기집'을 무수히 많이 검색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고 했던가. 3000~4000 수치가 넘어서 아기집을 봤다는 희망적인 사례들만 머리에 남았다. 내일 초음파를 다시 보면 아기집이 보일지도 몰라. 이런 희망과 동시에 자궁이 아닌 어딘가에 있는 배아가 커져서 나팔관이 터지면 어떡하지, 나팔관을 절제하거나 더 큰 수술을 해야 되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감이 공존했다. 항암 주사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기분 탓인지 배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숨 쉴 때 답답하고,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어디가 잘못됐나? 낮에 주사를 맞았어야 했나? 통증에 밤새 잠 못 이루다가 자정이 다될 무렵 눈물이 뚝뚝 흐를 정도가 돼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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