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난임일기]임신이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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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임신이라면 좋을텐데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9.10.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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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자궁외임신 불안감

시험관아기 시술 세 번째 만에 20이라는 혈액 내 임신호르몬 수치가 나왔다. 보통 100 정도를 임신이라고 여기는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게다가 두 번째 피검사를 하루 앞두고 하혈까지 보였다.

기대하지 말아야지, 무심하게 있어야지 하고 스스로 수차례 되뇌었지만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두 줄(아주 흐릿하긴 했지만)을 본 탓에 기대감이 커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또 임신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니 몇 번을 반복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슬픔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안 됐구나.. 시험관 시술의 임신 성공 확률이 30~40%라는데 확률로만 따지자면 이번에는 됐어야 하는 거 아닌가. TV 다큐멘터리로 접했던 난임부부처럼 나도 고차수의 길로 들어서는 걸까. 다가오는 결혼기념일에는 신랑과 나 단둘이 아니라 아이와 셋이서 함께 하기를 잠시나마 꿈꿨는데.. 남편에게는 또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임신 실패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병원에서 두 번째 피검사의 수치를 알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간호사가 전해 준 두 번째 피검사 수치는 200. 이틀 만에 무려 열 배가 뛰었다. 수치가 100을 넘긴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병원의 전화 한 통으로 기대감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세 번째 시험관 시술 땐 하루 걸러 한 번씩 계속 피검사가 진행됐다. 

3일 뒤 3차 피검사 수치는 1200대. 병원에서는 수치가 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면서 다음 방문 때는 초음파를 보자고 했다. 

"임신이래?" 

병원과 통화를 마치자 남편이 물었다.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자궁외임신에 대한 불안감이 컸기 때문이다. 내가 자궁외임신을 심각하게 걱정한 이유는 하혈이 계속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는 많은 난임여성이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하기 전까지 자궁외임신 걱정에 시달린다.)

자궁외임신은 수정된 배아가 자궁이 아닌 다른 곳에 착상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경우 배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없고 임신도 유지될 수 없다. 심지어 나팔관 등에서 배아가 커지면 나팔관이 파열되거나 쇼크가 오는 등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복강경이나 약물치료를 통해 자궁외임신을 종결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내일 병원에 가면 초음파로 아기집을 볼 수 있을까. 자궁내막이 떨어지면 착상할 곳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여보 내일 초음파로 아기집이 보이면 임신인데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기적적으로 아기집이 보이는 게 아닐까, 제발 배아가 자궁안에 잘 자리잡고 있기를..' 하고 바랐다. 하지만 아기집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피검사 수치는 300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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