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난임일기]임테기 두 줄, 제 눈에만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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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임테기 두 줄, 제 눈에만 보이나요?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9.10.0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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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관 시술의 경우 임신 성공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피검사를 해야한다. 벌써 몇 번째 피검사인지.. 에휴

#17. 임테기의 유혹

시험관 시술을 하면 배아 이식 후 2주 뒤 피검사를 통해 임신 성공 여부를 알게 된다. 2주라는 기나긴 기다림 속에서 임신테스트기(이하 임테기)의 유혹을 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중독성에 '임테기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다. 난임 카페에서는 '이거 두 줄 맞나요?' '두 줄 맞는지 한 번만 봐주세요' 등 임테기 확인 요청 글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난임 카페에서는 대부분 테스트기 질문 게시판이 따로 있다. 희미한 두 줄이라도 보기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나는 처음부터 임테기와 인연이 좋지 않았다. 

처음 시험관 배아 이식을 했을 때였다. '어차피 피검사를 하면 임신 성공 여부가 나올 텐데 임테기 하지 말고 병원 연락을 기다리자' 굳게 마음먹고 2주를 보냈다. 임테기를 하고 싶은 유혹을 잘 이겨낸 줄 알았다. 피검사 바로 전날까지는 말이다. 

피검사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임테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미쳐 버리겠는 거다. '집에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한밤중에 온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끝내 임테기의 종적은 찾을 수 없었다. 집을 헤집으면서 난리법석을 떠는 동안 시간은 밤 10시를 훌쩍 넘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한숨 돌리려는 신랑에게 임테기를 사 오라고 달달 볶다가 뒤늦게 집 나갔던 이성이 돌아와(?) 곱게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병원 문이 열리기도 전에 병원 앞에서 기다리다가 가장 먼저 피검사를 했다. 피를 뽑고 집에 가는 길.. 병원 1층에 있는 약국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이미 피도 두 통이나 뽑았고, 임신 여부를 알기까지 5시간이 채 남지 않았건만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임테기를 사버렸다.

임테기 결과는 단호박 한 줄.. 병원에서 온 연락도 같았다. 이때 받았던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두 번째 이식 때는 아예 임테기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세 번째 이식 후에 해본 임테기. 한 줄 or 두 줄? 어떻게 보이시나요?

하지만 그 충격이 희미해진 걸까. 세 번째 배아 이식 후 다시 임테기의 유혹이 스멀스멀 느껴졌다. 병원에서 만난 이식 동기(같은 날 배아를 이식한 사람을 이식 동기라 부른다)가 임테기를 해봤다고 소식을 전해 오면서부터였다.

당시 나는 이식 8일차였다. '이식한 지 8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임테기에 반응이 나오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몸은 이미 약국을 향하고 있었다. 임테기를 사 놓고도 할까 말까 망설였다. 또 임신이 안 되면 어떡하지? 너무 빨리 테스트해보는 건 아닐까? 

고민 끝에 결국 임테기에 손을 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임테기를 지켜봤다. '이번에도 또 아닌 것 같아..' '너무 빨리 테스트를 해봐서 그런 걸 거야'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화장실에 무반응의 임테기를 그대로 둔 채로 방에 쳐박혀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잠시 후 다시 임테기를 들여다보니 희미하게 두 줄이 보이는 게 아닌가. 이게 말로만 듣던 '매직아이'인 걸까.

처음으로 본 임테기 두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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