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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임신도 안 되는데 살까지 찌다니

#15. 다이어트, 임신 뭐가 먼저일까

'저 여자 혹시 난임시술을 받는 게 아닐까?'

30대 가임기로 보이는 한 여성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친구 무리 사이에서 포카리스웨트를 홀짝홀짝 마시는 걸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내가 시험관 시술을 하는 동안 그 음료를 질리도록 많이 마셨기 때문이다. 집에 이온음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박스째 사놓고 마치 전반전을 막 끝낸 축구선수 손흥민처럼 수시로 마셨다. ㅎㅎ (참고로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이온음료를 본격적으로 많이 마시는 시기는 난자 채취부터 약 10여 일이다. 난자를 채취하고 회복실에 누워있던 나에게 의사는 "이온음료를 많이 마시라"고 신신당부했다. (꼭 특정 제품이 아니라 이온음료라면 상관없다고 한다.)

난자 채취 후 받은 병원 안내문에도 이온음료를 많이 마시라고 적혀있다.

이온음료는 난자 채취 후 복수가 차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마신다고 알려져 있다. 물로 둘러싸인 난자를 채취하면 난소 표면에 삼투성이 증가해 혈액 속 수분이 배로 빠져나가 복수가 차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등이 함유된 이온음료를 마셔 체내 전해질 농도의 균형을 맞춰주는 원리다.

특히 난자 채취 수가 많을수록 복수가 찰 위험도 높기 때문에 20개 가까이 난자를 채취한 나는 하루에 1.5~2ℓ의 이온음료를 마셨다. 이온음료를 물처럼 마시는데도 복수가 차는 것이 느껴지자 덜컥 겁이 났고 그럴수록 더 많은 양의 이온음료를 들이켰다.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 외에는 복수가 차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어 더 의존이 심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난임여성들 때문에 이온음료 회사가 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온음료 덕분인지 다행히 살짝 부풀었던 배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엄청난 양의 이온음료를 마시고 나니 남는 건 살이었다. ㅠㅠ 탄산음료만큼은 아니지만 이온음료에도 상당한 양의 당이 포함돼 있으니까 말이다.

"여보 나 시험관(시술) 하면서 살찐 것 같지 않아?" 거울을 보면서 남편에게 물어보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질문에는 유독 솔직하게 대답한다. 눈치가 참..) 실제로 시험관 이식 세 번의 실패 후 시험관을 하기 전보다 2~3kg이 늘었다.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잘 챙겨 먹는 데다 운동량은 줄어드니 당연한 결과였다.

적당한 영양 섭취와 운동.. 실천이 안 되는 건 왜일까.

전문가들은 난임시술을 하면서 살찌는 원인으로 호르몬 주사를 꼽기도 한다. 과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많아지면서 호르몬 불균형이 생긴다. 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아지면 몸이 수분을 가두는 경향이 생겨 붓고 식욕이 왕성해진다. 또 임신이 가능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몸의 중심부에 집중해서 영양분을 저장하고 지방이 증가한다.

여기서 더 살찌면 임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임신 준비를 멈추고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ID 천천히가자  olivenote@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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