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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두 번째 성적표

#13. 여자의 직감

임신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피검사를 앞두고 불길함이 찾아왔다. 아랫배가 싸하면서 살살 아픈 게 딱 생리 전 증후군이었다.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어. 이건 많이 먹어서 배가 아픈 거야.'

열심히 자기 세뇌를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불안감이 한번 나를 덮치기 시작하자 신경은 점점 예민해졌고 그 화는 엉뚱하게 남편이 뒤집어썼다. "차분하게 있어 봐"라며 천하 태평한 소리를 한 게 발단이었다.

내 마음을 알긴 아는 건지, 나 혼자 고생하나 하는 생각이 울컥 치밀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둬!"라며 남편한테 괜한 성질을 부렸다. (힘들 때 의지할 곳은 남편뿐이라 지나고 보면 남편한테 짜증 내는 건 결국 내 손해다.) 심지어 갈색혈이 비친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나쁜 생각이 끝없이 가지를 뻗어갔다.

생리일까? 착상혈일까? 다음날, 피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다.

#14. 후회의 늪

병원에 다녀온 지 두 시간쯤 지났을까. 휴대전화가 울렸다. 병원 전화번호를 확인한 뒤 괜히 전화 받기가 싫었다. 내 촉이 빗나가기를 바랐건만..

"혈액 내 임신호르몬 수치가 5 나왔습니다"

통상적으로 채취 2주 뒤 혈액 내 임신호르몬 수치는 100을 넘겨야 안정적인 정상 임신의 수치로 여겨진다. 낮은 수치에서도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수치는 낮아도 너무 낮았다.

결국 이번에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착상은 아무리 '신의 영역'이라지만 원인을 모르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3차 시도를 또 해야 하나. 다음에도 안 되면 어쩌지? 이번엔 냉동배아도 없으니 주사도 다시 맞아야하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걱정에 이어 후회가 뒤따랐다. 이식 후 2주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반추해봤다. 착상기(이식 후 배아는 세포분열을 지속하다가 부화 후 수일에 걸쳐 자궁내막에서 착상을 시도한다)에 밖을 너무 돌아다녀서 몸에 무리가 됐나? 남편이랑 싸운 날 받은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알게 모르게 일하면서 힘들었나? 마음에 쓰이는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후회를 하기에 이르렀다. 난임일기 작가명을 잘못 지었나.

ID 천천히가자  olivenote@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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