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거센 '후폭풍'..가을 이사철 전세시장 들쑤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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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거센 '후폭풍'..가을 이사철 전세시장 들쑤실까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08.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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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에 줄지어 있는 공인중개업소.

7살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10월부터 적용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여파 탓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올해 가을 재계약을 앞두고 혹시 전셋값이 많이 오르진 않을지 걱정이 크다.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할 아이를 위해 차라리 학교 인근 아파트를 매매할까도 고민했지만 만만치 않은 집값이 발목을 잡는다.

최근 전세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역전세난 우려가 나왔던 올해 초와 달리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꿈틀대고 있는데요.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둘째주(12일 기준) 전국 전셋값 평균치는 하락했지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4% 오르며 7주 연속 상승했어요. 경기권 또한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였죠.

수도권 전세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입니다.

서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분양사무소 내부 모습.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대체 뭐길래 요즘 뉴스에서 이렇게 자주 들리는지, 전셋값과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시죠? 앞서 정부는 고분양가 통제를 위해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도 적용키로 했어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인 셈이죠. 오는 10월부터 서울, 경기 등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될 예정이에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는 시세보다 20~30%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A씨처럼 실거주를 위해 내 집 마련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에겐 분양가상한제는 분명 호재이지만, 그만큼 분양 대기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청약통장 인기가 이를 뒷받침 하는데요. 금융결제원의 청약통장 가입현황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500만명을 돌파했어요. 수치로만 보면 국민 절반가량이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그만큼 분양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는 것을 의미해요.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재건축, 재개발 추진 단지에요. 수익성 하락으로 공급 물량이 줄어들었는데 반대로 로또 아파트 청약을 노리고 전세로 눌러앉는 사람들은 늘어났으니 결국 전세가격이 올라가는 것이죠.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3기 신도시 기대와 분양가상한제 예고 등으로 매매시장보다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전세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3.3㎡당 1억원에 육박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임신을 계획 중인 30대 B씨는 "그렇지 않아도 경쟁률은 치열한데 청약통장 가입자까지 늘어 더욱 당첨되기 어려워졌다"며 "차라리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의 집을 매매하려 했지만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부담스럽지만 계약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어요. 

B씨처럼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거나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정은 집값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위해 이사를 하는 경우보단 실제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지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전셋값이 당장 오른다 하더라도 부동산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매매보단 시간을 두고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분양가가 시세 대비 내려갔다 하더라도 선뜻 매매를 하기엔 여전히 비싼 가격이 부담이에요. 대출이 꽁꽁 묶여 있는데 수억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감당할 수 있는 중산 서민층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요. 일각에서 오히려 서민들을 전월세로 주저앉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지는 이유에요. 

실거주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제한하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한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카드가 실수요자인 중산 서민층에게 오히려 전세대란만 일으키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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