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떨어져도 오르는 대출금리..'금리인하요구권'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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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떨어져도 오르는 대출금리..'금리인하요구권' 아세요?
  • 임성영 기자
  • 승인 2019.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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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전셋집을 구하면서 1억5000만원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김이영(34세) 씨는 최근 대출 이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출원금을 꾸준히 갚아 현재 남은 대출잔액이 초기의 60% 정도인데 이자로 매달 나가는 돈은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출금리를 확인해 보니 처음 대출할 때 계약했던 것보다 0.55%p나 올라 있었습니다. 김 씨는 금융권 종사자인 지인에게 이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팁을 들었습니다.

금융권 종사자 지인이 김 씨에게 알려준 팁은 '금리인하요구권'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일 텐데요.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대출이자를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고 하니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Q&A 형식으로 함께 알아 보시죠.  

Q. 금리인하요구권은 뭔가요?

A. 문자 그대로 대출을 받은 고객이 은행이나 보험사,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이하 '은행'으로 통칭)에 금리(이자)를 내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미 2002년부터 있었지만 은행에서 홍보를 하지 않아서인지(은행의 주 수익원이 대출이자인 건 다들 아시죠?) 고객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10명 중 6명이 금리인하요구권을 모른다고 답했을 정도라니까요. 

하지만 지난 6월 관련 내용이 법(은행법 제30조의2, 보험업법 제110조의3, 상호저축은행법 제14조의2,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0조의13 및 관련법 시행령 등)으로 정해지면서 앞으로 은행은 고객에게 대출해줄 때 의무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알려줘야 합니다. 

은행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대출금리인하요구권'을 검색하고 클릭 한두 번만 하면 신청이 완료돼요.

Q. 어떻게 신청하죠?

A. 은행에 직접 가서 신청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모바일이나 컴퓨터를 통해서도 손쉽게 신청할 수 있어요. 더 많은 국민들이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이자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비대면 금리인하요구권'이 도입된 덕분이죠. 은행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신청 완료돼요. 매우 간편하죠.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10일 이내에 대출을 했던 지점의 담당자가 전화 연락이 오고 상담을 시작해요. 이때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 얘기하면 직원이 자료를 검토한 후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판단되면 본사로 서류를 올리고요. 만약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조건이라면 그 이유를 고객에게 설명해 줍니다.

Q. 대출의 종류에 상관없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나요?

A. 그건 아닙니다. 주택금융공사대출이나 보험계약대출, 햇살론과 같은 정책자금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등 대출한 사람의 신용상태가 아닌 금융공사, 보험, 예금 등 다른 기준에 따라 금리를 산정한 경우에는 신청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금리인하요구권은 담보대출 형식이 아닌 개인의 신용을 평가해서 대출이 이뤄진 경우에 더 잘 활용된다고 보면 돼요. 즉, 신용이 좋아서 저금리의 대출을 이용한 경우보다 신용도가 좋지 않아 대출 시 이자율에 대한 불이익을 받았던 경우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거죠. 

Q. 누구나 신청할 수 있나요?

A. 네, 누구나 신청은 할 수 있지만 은행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일단 받아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있기는 해요. 바로 △신용등급 상승 △자산의 증가 △연소득 증가 △직장 내 직위 상승 △거래실적 변동 등인데요. 즉, 대출을 한 고객 입장에서는 '앞으로 대출을 더 잘 갚아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걸 입증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은행 입장에서 '이 고객한테는 앞으로 대출금을 떼일 확률이 더 낮아지겠다'고 판단되면 신청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는 거예요.   

신용등급 상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는데요. 자산이 갑자기 늘었거나 대출 원금을 꾸준히 갚아 나갔을 때, 변호사나 의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증을 땄거나 국가고시에 합격한 경우예요.

또 금리인하요구권은 1년에 2번만 신청할 수 있고요. 6개월 이내에 같은 이유로 신청할 수 없어요. 신규대출이나 기간연장, 재약정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나기 전까지도 신청할 수 없답니다. 그러니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신청하는 건 피하는 게 좋아요.   

Q. 위의 조건 중 하나만 성립해도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 지나요?

A. 아닙니다. 사실 위 조건들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받아주는 최소한의 조건이고요. 그중 실제로 요구권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해요.  

왜냐? 신청 조건에 부합하는 고객들 중 '앞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해당 은행에 리스크를 줄 일이 없는 확실한 고객'이라는 판단이 서야 하고, 이를 위해 은행 내부적으로 매우 타이트한 기준을 세워뒀기 때문이죠.

Q. 그러면 해당 조건에 부합한다고 해도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건가요?

A. 네,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국민들이 은행에 내는 이자를 조금이라도 줄여 살림살이가 나아지게끔 정부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법제화했지만 결국 금리인하요구권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은행이 결정하는 겁니다. 

즉,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은행이 승인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고요. 앞서 언급했듯 은행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대출이자이다 보니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금리가 무조건 낮아질 거라고 기대하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Q. 금리인하요구권이 잘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요?

A. 네, 바로 신용등급이 확! 올랐을 때예요. 살짝 오르면 안 되고요. '확' 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변리사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무직인 상태에서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변리사에 합격했다. 이럴 경우엔 거의 받아들여진다고 봐도 무방해요.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연봉이 크게 올랐을 때도 신용등급이 오르기 때문에 대부분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진다고 하고요. 반면 직장에서 승진했지만 연봉이 별로 안 올랐다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하네요.

Q. 전세자금대출 후 꾸준히 대출금은 갚은 김 씨의 경우는 어떤가요?

A. 다른 조건들도 살펴봐야 하는데요. 김 씨가 만약 대출금을 꾸준히 갚아서 신용등급이 올랐다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요구권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체크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우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율 상승이 아니어야 해요. 가산금리는 변동이 없었지만 기준금리가 올라간데 따른 대출이자율 상승이라면 금리인하요구권은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아마 지점 직원 선에서 반려할 거예요) 기준금리는 시장에 의해서 움직이는 만큼 은행도 어떻게 할 수가 없거든요.

두 번째로는 신용등급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요.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과 달리 신용등급을 묶어서 관리합니다. 1~4등급은 A등급, 5~8등급은 B등급 이렇게 말이죠. 

만약 김 씨의 신용등급이 3년 전 대출했을 당시 5등급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유로 4등급이 됐다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랐기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3등급에서 2등급이 됐다면 같은 A등급에 묶여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은행 실무 관계자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고객들이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요.  

Q. 그 외 알아둘 사항이 있다면?

A. 앞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때는 신중하게 하라고 했지만 기본 조건이 된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러면서 현재 내 대출 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혹시 이 외에도 대출이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전화상으로 전문가와 상담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때 팁을 몇 가지 드리면 월초나 월말, 주초와 주말은 은행 일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아요.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올 때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해서 담당자와 친해지면 담당자를 찾아가서 인사도 나누고 친분을 쌓아 보세요. 그러면서 괜찮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 연락 부탁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럼 은행 직원도 사람인지라 괜찮은 상품이 나오면 이 고객을 먼저 챙기게 된답니다. 만약 김 씨가 주거래 은행에 친한 담당자가 있었다면 최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나왔을 때 은행 직원이 갈아타길 권했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신규 대출자의 경우 대출할 때 서류상 '대출문자통지'에 반.드.시 체크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금리가 변동됐을 때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고, 은행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요. 그렇지 않으면 김 씨처럼 몇 달간 금리가 오른 지도 모른 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답니다.  

*해당 내용은 현재 대형 시중은행에서 금리인하요구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담당자와 직접 인터뷰 한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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