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난임일기]오르막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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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오르막길을 가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9.08.2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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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난자 채취와 배아 이식, 그리고 2주간의 기다림

"난포가 아주 잘 자랐어요. 3일 뒤에 채취합시다!"

열흘 가까이 '셀프 주사'를 놓은 결과였다. 과배란 주사를 맞는 동안 2~3일마다 한 번씩 꼬박꼬박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한 끝에 난자 채취일이 결정됐다.

난자 채취 당일, 나는 병원에 들어서면서부터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아프면 어떡하지' '난자가 너무 적게 채취되면 어떡하지' 시술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링거를 맞는 순간까지도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시술 준비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섰을 땐 자리가 부족해 서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시술을 기다리는 동지(?)들이 많아 잠시 위안이 됐다.

난자 채취 시술실은 걸어 들어갔다 누워서 나오는 곳이었다. 처음 발을 들여본 시술실에는 초음파 기계뿐만 아니라 생소한 시술 도구들이 있었고, 수술복을 착용한 낯선 간호사들과 연구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술실 벽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있었는데, 시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채취된 난자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저게 정말 내 몸속에서 채취된 난자인가.. 신기하면서도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난자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시술 중간중간 "몇 개 채취됐습니다"하는 연구원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잘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내 시술은 부분 마취로 진행됐는데 우려와 달리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내 난소의 위치가 좋지 않았는지 간호사 한 명이 내 위에 올라 타다시피 해서 배를 꾹꾹 눌렀는데 그 순간 말고는 큰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다.

이날 내 몸에서 채취된 난자는 16개였다. 시술대에서 간호사들에 의해 침대로 옮겨진 나는 회복실로 돌아왔다. 간호사는 한 시간 정도 회복실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정리를 마치고 나간 뒤 회복실엔 나 홀로 남아 덩그러니 천장을 바라봤다.

또르르..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시술 때 사용한 마취약이 잘 들어서인지 통증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잘 해낼 수 있다고 담담한 척 했지만 사실은 무서웠던 걸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힘든 일일까.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나흘 뒤, 난자와 정자의 수정으로 만들어진 배아를 이식하기 위해 다시 같은 시술대에 올랐다. 배아 이식 시술은 자궁에 배아를 주입하는 게 전부였다. 난자 채취 때와는 달리 걸어 들어갔다가 걸어서 나왔다.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시술 시간도 짧고 바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시술이었다.

개인적으로 난자 채취나 배아 이식 시술보다 힘들었던 건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피검사를 하기까지 걸리는 2주 동안의 기다림이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디게 가는지 2주가 마치 2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임신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날이 찾아왔다.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도착해 누구보다 일찍 피검사를 했건만 결과는 암담했다. 혈액 내 임신 호르몬 수치(B-HCG) 0.1로 임신이 되지 않았다. 시험관 1차에 성공하는 일은 극히 드물어 '로또'라고 불릴 정도라고 하니 기대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건만 북받치는 슬픔은 참을 수가 없었다.

정상을 향해 오르막길을 걷던 우리 부부는 처음 내리막길을 만났다. 참 힘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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