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원짜리 유아교재? 우리 아이 영어 노출 빠를수록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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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원짜리 유아교재? 우리 아이 영어 노출 빠를수록 좋을까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08.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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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한 유아교육전의 '디즈니 월드 잉글리쉬' 부스.

"영어는 영유아기에 자연스럽게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좋아요. 빠를수록 좋죠" (S어학원 원장)

유아 대상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교육비가 9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하루 4시간 수업에 월 90만원'..영유의 모든 것) 일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비싼 금액이지만 매년 원아모집 설명회에 학부모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요.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외국어를 배우기 좋은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아이들이 영어 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나이가 평균 3.7세라고 해요. 

실제로 얼마 전 취재 차 방문한 한 유아교육전에서 이 같은 교육 열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600만원대(심지어 리뉴얼된 패키지는 900만원대) 유아 영어 교재 '디즈니 월드 잉글리쉬' 부스에 잠깐 들렀다가 아기띠를 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아빠들로 길게 늘어선 상담 대기 줄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거든요. 잉글리시에그, 튼튼 영어 등 다른 영어 교재 부스도 마찬가지였고요. 

영어 학습은 중요해요. 사실상 만국 공통어로 사용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이왕이면 영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죠.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제 딸도 본격적으로 영어에 에너지를 쏟기 시작했어요. 초등 3학년부터 영어 과목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그럼 과연 영어를 언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출처=육아정책연구소 '영유아기 외국어 교육, 그 효과는?' 자료 캡쳐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먼저 소개할게요. 만 5세, 초등학교 3학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육아정책연구소의 중국어 교육 실험에서 말하기 영역은 만 5세 유아보다 초등학교 3학년 아동과 대학생들에게서 효과가 크게 나타났어요. 읽기 영역의 수업 효과는 대학생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초등학교 3학년, 만5세 유아 순이었고요. 듣기 영역에서는 연령 간 차이가 없었죠.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어 학습은 취학 전 유아에게는 큰 효과가 없을 수 있으며, 취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을 할 때는 듣기 중심의 자연스러운 상황에서의 학습 제공이 될 때 소기의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많은 부모가 다양한 유아 영어 교재에 관심을 보이죠.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모국어를 배우는 시기인 유아기에 영어 교육에만 치중하게 되면 모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고 이는 학교 입학 후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유아의 모국어 수준이 높을수록 영어 수준이 높았으며, 모국어를 잘하는 유아가 영어 학습도 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죠. 

또 어릴 때부터 아이를 영어 환경에 노출한다고 영어가 능숙해지지 않는다는 점도 조기 교육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공교육에서 10년 가까이 영어를 배워도 영어 한마디 못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니까요. 

이 때문에 시기보단 아이의 성취 동기와 자발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는 추세예요. 영어 교육의 시작은 성취 동기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13세 이후가 오히려 적기라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글로벌 뇌섹남으로 잘 알려진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지난 2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외국어 잘 배우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와 같은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서는 아이가 어릴적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니며 꾸준히 영어에 노출됐었다고 하더라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일상생활 대부분을 한국어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영어로 소통할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영어 사용 능력이 유지되거나 발달하긴 힘들죠. 

그래서 영어 학습은 장기간을 목표로 해야 하며 스스로 강한 동기화와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을 때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언제든 영어에 학습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겠죠. 

6개 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뇌섹남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개인적으론 학습자의 취향과 성향이 확립되기 전 (너무 어린 연령의) 아이에게 영어 교육을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본다"며 "영어에 노출은 되는데 아이가 관심이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조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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