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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가족계획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편집자주]난임에 대해 1도 몰랐던 한 여성의 좌충우돌 난임일기. 난임병원,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 시술비용 등 난임을 겪으면서 알게 된 정보와 그때그때 느끼는 솔직 담백한 감정을 담습니다.

#1. 자녀계획 질문 대처법

"아기 왜 안 가져요?"
"임신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좋은 소식 없어요?"

결혼 7년 차 아이 없는 부부가 이런 질문을 피해 가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말이다. 이런 질문을 워낙 많이 들어 내성이 생기다 보니 나름대로 대처법(?)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는 케세라세라 방식이다.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는 스페인어로 '될 대로 되라'는 뜻. 주로 따박따박 말대답하기 어려운 상대가 자녀계획을 물어올 때 이 방법을 즐겨 쓴다. 예를 들어 동네 어르신이 "이 집은 아직 애가 없나 봐. 새댁, 애 안 가져?" 하고 물으면 (속으로는 "가족계획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외치면서도) 일단 넉살 좋은 미소를 장착하고 백주부에 빙의한 듯한 말투로 "때 되면 생기겠쥬~ 어떻게든 되겠쥬~"(충청도식 화법) 하고 말하는 것이다. 이후에 상대방이 무슨 말을 이어가든지 허허실실 전법으로 빠져나가면 끝.

두 번째 방법은 딩크족인 척하기.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룬 친구들이 "육아하느라 너무 힘들다"는 부러운 투정을 부릴 때 튀어나오는 방법이다.

"난 남편이랑 둘이 사는 게 좋아. 아이가 있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잖아? 난 아이한테 시간 뺏기기 싫어. 아무 때나 드라이브 가고 여행 가고. 이런 내 생활에 만족해!"

하지만 '순도 99% 뻥'인 이 방법은 도리어 날 자괴감에 빠뜨리기도 한다. SNS 속 남의 애들을 보다 잠드는 날이 있을 정도로 난 아이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ㅠㅠ 이런 내 본 모습을 모르는 거리감 있는 친구들에게만 통하는 방법이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임밍아웃'. 언제쯤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을까.

#2. '임밍아웃'의 공격

이렇게 처절하게(?) 나의 2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차단하면서 지내왔는데 최근 멘탈이 무너져 난임병원을 찾게 된 계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인들의 '임밍아웃'. 친한 친구가 초음파 사진을 덜렁 보내면서 임신 사실을 알려왔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임신은 백번 천번 축하해야 할 일이 마땅한데 내 현실이 이상을 따라가지 못했다.ㅜㅜ 안 그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던 차였는데 앞뒤 맥락 없이 나한테 날아온 초음파 사진은 마치 도전장(?)처럼 느껴졌달까.

평균 이상의 교양과 지성을 갖춘 나답지 않게(?) "아이 XX" 하는 짜증섞인 탄식이 나왔다.(친구야 미안해) 내 입에서 나온 때아닌 욕설에 가장 놀란 건 나였다. 헉!! 이거 내 입에서 나온 소리 맞아? 나 지금 욕한 거야? 옆에서 그 소리를 들은 남편도 놀라면서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는데 그 이유가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여담_ 임신하면 모두에게 축하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만 임테기 사진이나 초음파 사진을 갑툭튀로 보내면 당혹스러운 사람이 있다는 걸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아이가 없어 고민인 줄 알면서도 "이거 두 줄 맞지? 나 어떡해~" 이런 카톡도 하지 말자. 제발..)

며칠 뒤 나는 또 한 번의 임밍아웃 공격을 당하고 그 길로 산부인과로 향했다. '혹시 우리 부부에게 문제가 있어서 임신이 안 되는 건 아닐까?' 외면해왔던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임신 준비를 위한 첫 산부인과 방문이었다.

ID 천천히가자  olivenote@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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