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빨간불? 악재 겹친 '백색육' 닭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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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 빨간불? 악재 겹친 '백색육' 닭고기
  • 박경린 기자
  • 승인 2017.06.1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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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태 여파 수요 타격...사료 안전성ㆍ수입산 파동 겹쳐

최근 백색육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조리법과 영양 성분을 인정받아 보양 식재료이자 약재로 각광받았으나 조류독감(AI), 수입산 부패 닭 파동 등으로 염려가 확산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국민들의 닭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선조들은 여름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초복˙중복˙말복 시기별 보양식을 챙겼는데 이때 닭고기는 최고의 식재료이자 약재로 꼽혔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으로 몸을 데워 외부와 온도를 맞추는 원리인데 따뜻하고 허(虛)한 것을 보(補)하며 양기를 북돋아주는 닭고기의 성질과 맞아 떨어져서다.

음식으로 양기를 보충해주는 풍습은 동의보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의보감 서(暑) 문을 보면 ‘삼복에는 심한 열이 기를 상하게 한다’, ‘여름 더위에는 기를 보해야한다(夏暑宜補氣)’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처럼 보양 식재료 ‘닭고기’는 이른바 치맥(치킨+맥주) 문화와 체중 감량 식품으로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치맥족’, ‘1인1닭’ 등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국내 1인당 닭고기 소비량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지난 2007년 9.0㎏에서 2015년 12.8㎏으로 37.5% 늘었다.

닭고기 소비의 확산은 양계업의 산업화 대형화로 이어졌다. 닭을 키우는 환경도 완전히 달라졌다. 자가 소비를 위해 마당에 풀어놓고 모이 주며 닭을 기르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양계장 대부분이 24시간 불 켜진 비좁은 공간에서 닭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제약한 채 사료를 공급해가며 속전속결로 닭을 키워내고 있다.

이러한 사육 환경 변화에 따라 AI 등 각종 전염병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값싼 사료 공급이 일반화되면서 ‘닭고기가 과연 안전한 먹거리인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많은 양계장들이 유전자 변형(GMO) 사료를 쓴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까지 더해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유전자조작식품 완전 표시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2005년 9월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브라질 등 수입산 닭고기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유통기한이나 위생 관리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산으로 가격은 저렴하고 몸집이 큰 게 특징으로 빠르게 닭고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브라질 수입산 부패 닭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한차례 파동을 겪기도 했다.

닭고기가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붉은색 육류보다 건강한 식재료라는 인식의 영향이 크다. 지방은 적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콜레스테롤이나 동물성 지방을 포함한 붉은색 육류 섭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고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조리법으로 젊은층은 물론 전세대가 선호하는 식품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몇몇 해외 연구 자료들은 이같은 상식을 뒤집는다. 이들 자료들은 닭고기가 각종 암을 유발하고 일부 질환의 경우 붉은색 육류보다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닭고기 섭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췌장암 발병 위험 증가 △살모넬라 식중독 △요로감염증 △전립선암 악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암과 영양에 대한 유럽 전향적 조사(EPIC)’에 따르면 약 10년간 47만700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닭고기 섭취량이 50g 증가하면 췌장암 위험은 72%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닭 한 마리 가슴살의 4분의 1 남짓으로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성 지방이 췌장암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기는 하나 붉은색 육류보다도 소량의 닭고기가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세균성 바이러스 질환인 살모넬라 식중독 역시 알려진 바와 달리 계란이 아닌 닭고기 섭취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주장이 있다. 미국 가금류 생산업체인 포스터 팜스가 질병통제선터 경고에도 오염된 닭고기를 대량 생산하면서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살모넬라균 악성 변종이 지속된 바 있다. 다만, 살모넬라균에 대해서는 익힐 경우 파괴돼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의견과 약 8분 간 익힌 달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이밖에 하버드대 연구진은 전립선암 초기 남성 1000명 이상을 추적 관찰한 결과 가금류인 닭고기, 칠면조를 자주 먹은 남성은 전립선암 진행 위험이 무려 네 배 이상 높아진다고 밝혔다. 하루에 달걀 반 개를 먹은 남성은 뼈로 전이되는 전립선암 진행 위험이 두 배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초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번진 AI는 지난 5월 종식되면서 한숨 돌리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이 2만원대에 진입한 것도 논란거리다. 성수기인 여름철을 앞둔 닭고기가 가격과 영양 면에서 소비자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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