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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조회해도 양육비 안 주면 장땡?..또 헛물켜는 여가부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3년 전 이혼 후 홀로 어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도영(38세) 씨는 내년이면 학교에 입학할 첫째 아이를 위해 해주고 싶은 것이 많지만 빠듯한 지갑 사정을 생각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1년 전부터 갑자기 양육비 지급을 끊은 전 배우자는 연락까지 두절된 상태다. 김 씨는 밀린 양육비를 받기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이하 이행원)'에 서류를 접수했지만 서류가 복잡하고 처리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걱정이다.

이혼 후 부모가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도 저버린 채 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법원 판결에도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까지 개설돼 뜨거운 감자가 될 정도니까요.

정당한 이유가 없는 양육비 미지급이 아동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데요. 정부 역시 양육비 지급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이행원을 개원하고, 법 개정까지 나섰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육비 안주는 부·모 근무지·주소 조회 가능..실효성 글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최근 비양육 부·모가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아 소송할 때 필요한 경우 이들의 동이 없이도 주소나 근무지 관련 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비양육 부·모의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죠. 여가부는 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양육비 이행 확보에 최대 60일가량 소요되던 기간이 일주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정심 여가부 가족정책관은 "양육비 이행은 자녀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양육비 이행확보 강화를 위한 관련 법·제도와 국민 인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한부모 가족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유현(34세) 씨는 "아이가 어려 파트타임으로밖에 일을 하지 못해 양육비가 정말 절실한 상황"이라며 "전 배우자는 가게, 차 등을 다른 사람 명의로 해놓고 본인은 돈 한 푼 없다며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씨의 경우처럼 법원이 급여와 재산에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명령을 내리더라도 회사를 그만두거나 재산을 빼돌리면 끝까지 받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실제 여가부의 법 개정 기사마다 '주소지를 알면 뭐 하나 배 X라 할텐데' '이행관리원 조회만 가능하면 뭐 하러?' '동거인 재산조회 의무화가 필요하다'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죠.

출처=여성가족부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보고서 캡쳐

◇정부 운영 '이행원' 강제성 없어..강력한 조치 요구 봇물

여가부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 10명 중 8명(78.8%)은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양육비 채권이 없는 이혼·미혼 한부모 중 양육비를 정기지급 받았다는 비율은 1.7%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자녀 양육비 청구 소송 경험이 7.6%, 양육비 이행 확보 절차를 이용해 본 경험은 8.0%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겠다며 2015년부터 이행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한부모 가족의 법적 조치 활용이 여전히 낮은 것입니다.

한부모 가족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를 살펴보면 '이행원은 강제성이 없다는 말만 한다'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가정법원에 직접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낫다' '법률구조공단이 낫다'는 댓글이 상당수입니다. 그만큼 정부가 운영 중인 이행원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은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행원은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없어 업무 처리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송을 통해야만 채무자의 급여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는 만큼 일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한부모 가정은 전 배우자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빠져나갈 시간을 벌게 해주는 것은 아닐지 애가 탈 수밖에 없죠. 정부에게 전 배우자의 근무지, 재산 조회뿐만 아니라 더 강력한 양육비 이행 제도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처벌 강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양육비 이행을 위한 제도 실효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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