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키즈 육아
어린이집 평가인증 의무화에 '걱정 앞선다'는 학부모들..왜?
영유아보육법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이 정부의 평가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지난달 영유아보육법 개정으로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이 3년마다 정부의 평가를 받게 됐는데요. 모든 어린이집이 정부의 감독 하에 놓이는 것이니 이전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보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정책은 도입되는 것이 마땅하죠.

하지만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한 번이라도 겪어본 부모 입장에서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하는데요. 평가인증 때문에 어린이집 전체 스케줄이 바뀌는 건 물론 선생님들이 서류 작성하느라 바빠 아이들이 오히려 피해 아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부모들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끼워 맞춘 평가인증이 아니라 어린이집의 '실태'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평가인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난달 12일 전국 어린이집 자율평가제→평가의무제로 법개정

법 개정 전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자율 신청제였는데요. 평가인증을 받길 원하는 어린이집이 한국보육진흥원에 일정의 수수료를 내고 신청하면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과정 △상호작용 및 교수법 △건강·영양 △안전 등 영역별·항목별로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75점 이상이면 인증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의무가 아니다 보니 전국 어린이집의 20%(약 8000개소)가 인증을 받지 않아 관리·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죠.

이에 법 개정 절차를 거쳐 지난달 6월12일부터 법 개정에 따라 평가인증의무제가 시작된 겁니다. 기존 어린이집이 내던 평가 참여 수수료는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고요. 그간 평가인증을 받지 않았던 나머지 8000개소를 우선적으로 평가할 예정이에요.

평가 절차는 우선 한국보육진흥원이 평가기간 6개월 전에 해당 어린이집에 평가인증 기관에 선정됐다고 통보를 하고요. 평가 2개월 전에 다시 한 번 어린이집에 확정 통보를 합니다. 평가 한 달 전에 기본사항과 자체 점검을 한 뒤 평가 시작일부터는 현장평가와 종합평가를 해요.

평가등급은 A B C D 등 4개로 구분하고 하위 2개 등급(C D)는 2년에 한 번씩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상위 2개 등급보다 평가인증 주기가 1년 짧아지도록 했습니다.

◇부모들 "평가인증으로 아이들 뒷전 될까 걱정"

정부가 어린이집에 문제가 없는지 잘 살펴봐 준다고 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반기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어린이집 평가인증 기간'을 겪어본 부모들은 무작정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에요. 정부가 이전보다 더욱 꼼꼼하게 어린이집을 들여다보면서 혹시라도 교사들의 업무 강도가 더 세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거죠.

교사의 업무 강도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과 직결돼요. 업무 강도가 높을수록 아이들을 보기 더 힘들어집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기간이 되면 교사들은 그간의 서류들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며 정리하느라 야근은 물론이고 가끔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시간에도 사무실에서 업무를 합니다. 부모들도 집안일이나 회사 업무가 많았던 날일수록 아이를 보는 게 더 힘에 부치잖아요. 많은 수의 아이들을 봐야 하는 교사들은 더하겠죠.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원석(38세) 씨는 "한 번은 주말에 어린이집에서 평가인증에 필요한 서류가 빠졌다며 급하게 가져다 달라고 연락이 와서 황당했다"며 "막상 어린이집을 방문해 서류로 가득 찬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계신 선생님들을 보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의식한 듯 종전 79개였던 평가 항목을 59개로 축소했다고 강조하는데요. 평가 항목을 20개나 줄였음에도 교사들의 야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불안함은 왜일까요.

10년간 어린이집 교사 생활을 하다가 최근 그만 둔 A(35세) 씨도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만 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해"라며 "서류 작업하는데도 아이들 보는 만큼의 시간이 들고 특히 평가인증 기간에는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나와서 일한다"고 토로했습니다.

A 씨는 "평가 항목을 줄였다고 해도 교사에게 익숙하지 않은 서류와 전산 작업은 여전히 부담일 테고 항목을 줄여도 조건이 더 깐깐해졌다면 업무 강도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린이집 연간 행사 스케줄도 변경.."누구를 위한 평가인증인가?"

또한 평가인증을 무려 6개월 전에 먼저 통보하는 방법론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6개월이나 되는 시간은 그간의 모든 문제점을 수정·보완하기 충분한 시간이라는 거죠.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평가인증을 의무제로 한다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보여주기식 평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아요.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현희(40세) 씨는 "아이가 이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평가인증을 하게 됐다며 거의 1년 전 서류에 대한 수정을 학부모에게 요구하고 그간 없던 경리 보조분도 생겼었다"며 "그런데 평가인증이 끝났다는 안내장과 함께 경리 보조분은 어린이집에서 다시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최준영(41세) 씨는 "평가인증 기간에만 등·하원 시스템을 바꾸고 안 하던 출석부를 작성한 적이 있다"며 "시스템적으로 훨씬 좋아졌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인증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걸 보고 그야말로 평가를 위한 평가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평가인증으로 인해 어린이집 연간 스케줄이 갑자기 바뀌는 곳도 있는데요.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연초에 연간 계획을 세우는데 평가인증 기관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학기 중에 받으면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행사를 해당 기간으로 옮기고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스케줄은 미루거나 당기는 조정(?)을 합니다. 갑작스러운 스케줄 변동 탓에 학부모끼리 혹은 학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에 얼굴을 붉히는 일도 종종 일어나요.

세종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박지현(32세) 씨는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알림장이 왔는데 평가인증 때문에 행사 스케줄을 전면 재수정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며 "평가인증을 위해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과 학부모들까지 모두 일정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의무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마땅한 정책입니다. 이번 도입으로 그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어린이집들이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 전반적인 보육 환경이 상향 평준화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다만 진정한 상향 평준화가 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성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