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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박물관은 유모차 졸업 후 가세요

"아빠, 복사기로 돈을 복사하면 부자 되니까 이제 일 안 해도 돼!"

최근 잦은 야근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아빠에게 유치원생인 제 아이가 한 말이에요. 화폐 위조가 얼마나 나쁜 건지 설명해 주는데 쉽게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정이나 유치원에서 아이에게 돈으로 저축이나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가르쳐주지만 막상 돈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관리되는지 알려준 적이 없던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직접 보고 체험하며 화폐경제를 배울 수 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하 화폐박물관)'에 다녀왔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유치원생, 유아와 함께 방문한 다둥이 엄마 입장에서 화폐박물관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서울 남대문 인근 한국은행 구 본관 건물에 위치한 화폐박물관은 총 2개 층과 13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어요. 우리나라의 중앙은행 겸 발권은행인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박물관인만큼 화폐에 대한 모든 것, 한국은행의 역사, 역할 등 경제 전반을 배울 수 있는 곳이죠.

1층에는 국가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하는 일을 비롯해 화폐의 제조와 순환 과정, 돈과 나라 경제, 화폐의 역사 등을 배울 수 있는 전시실이 있고, 중1층(MF)에는 과거 한국은행 총재가 업무를 수행했던 집무실과 금융통화위원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요. 2층에는 모형 금고와 세계 각국의 화폐 전시실, 체험학습실이 있죠.

이곳저곳 꼼꼼히 둘러보니 초등학생 이상의 연령대 아이들이 경제를 쉽게 이해하고 배우는데 유용한 전시물이 많았어요.

저처럼 아이와 함께 화폐박물관에 방문한다면 먼저 1층 안내데스크에서 체험 학습지를 받아 학습지 순서대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해요. 박물관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했던 첫째 아이가 체험지 빈칸을 채우면서 더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뮤지엄샵에서 볼펜 구매 가능)

박물관 도슨트 투어(선착순)나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강좌를 신청해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사실 제가 전시 곳곳을 살펴보니 내용은 참 좋은데 아이들의 시각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용어를 설명 없이 그대로 기재돼 있더라고요.

제 경우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데스크에서 음성 안내기(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대여(신분증 필요)해 사용했는데요. 전시물 설명 부착판에 적힌 문장을 그대로 읽어주는 정도에 그쳐 아이가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결국 음성 안내기는 반납하고 제가 아이에게 예를 들며 차근히 설명해줬네요.

유치원생인 아이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체험할 만한 전시도 많았어요. 특히 위조지폐 감별기 앞에서 아빠가 가진 지폐가 진짜인지 확인하는 것을 참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반면 아직 걷지 못하는 연령의 아이에게는 꽤 힘든(?) 관람 장소였어요. 일단 박물관 입구가 계단으로 돼 있는데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어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야 했어요. 또 박물관 내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놨어요. 저처럼 유모차를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 경우에는 보안 경찰에 양해를 구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아요.

수유실은 1층 자료안내실 내에 마련돼 있어요. 굉장히 구석진 곳에 있어 한참을 헤맸어요. 수유실에 들어가면 한두 사람 정도가 들어가 앉을 수 있을 만한 소파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수유하고 기저귀를 교체하는데 매우 불편했어요.

어린 연령대의 아이들이 많이 방문하는 박물관이지만 일반 박물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돈을 전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인지 다소 엄숙하고 삼엄한 분위기에요. 보안 경찰들이 관람객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어선지 처음엔 아이들이 조금 겁을 먹더라고요.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동영상 촬영은 금지이고요. 아이들 목소리가 크거나 조금만 뛰어도 바로 보안 경찰에 제재당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결론적으로 속 알맹이는 너무 알찬 박물관이지만 어린 관람객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박물관이었어요.

임지혜 기자  limjh@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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