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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난 과연 차를 바꿀 수 있을까

'엄마는 뱃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아빠는 맘속에서 차를 키운다?'

아내의 임신을 확인하게 되면 남편의 머릿속은 갑자기 복잡해진다. 일단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은 후에는 '내 새끼'가 생겼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는 한 사람의 남편을 넘어 이제 아이들의 아빠, 집안의 가장이 된다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확 몰려온다.

나 역시 그랬다. 기다리던 아이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쌍둥이 임신 소식에 갑작스럽게 어깨가 무거워졌다. 둥이아빠로서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마음만 급해졌다. 가장 먼저 생각난 것 중 하나가 바로 '차 바꾸기!'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패밀리카를 장만하는 일이다.

아이가 생겼다고 왜 차를 사거나 바꿀 생각을 먼저 할까? 아이를 직접 뱃속에 품고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성장과 자신의 신체 변화에만 집중하게 되는 아내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꽤 많은 남편들은 내 생각에 동의할 거다.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내세우지만 아이가 생긴 걸 기회 삼아 차를 바꿔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남자란(?) 그런 존재다.

10년도 훠~~얼씬 지난 나의 애마. 낡았지만 아직 잘 굴러가긴 한다.^^;

게다가 내 경우 10년이 훌쩍 넘어 수리할 곳이 점점 늘어나는 준중형 중고차를 몰고 있는 터라 차를 바꿀 이유는 나름 충분한 상황. 물론 급할 건 없었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에 맞춰 차를 바꾸리라 마음먹고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새로 살 차를 본격적으로 물색하던 시기에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다. 아내가 갑작스러운 조산기로 입원한 것이다. 1~2주면 퇴원할 거란 기대와 달리 조산에 대한 걱정 속에 아내의 입원 생활은 출산 때까지 두 달 넘게 계속됐다. 뒤이은 조리원 입·퇴소, 육아좀비 생활로 한동안 차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크면서 생활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자 다시 차 생각이 났다. 점점 바깥나들이에 나설 일이 많을 테니 이제 정말 차를 바꾸자 싶었다.

패밀리카의 필수 조건이라면 가족들이 편안하게 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실내 공간과 유모차를 비롯한 각종 육아용품을 실을 수 있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 풍부한 옵션과 편의사양, 안전성 등이다. 아이가 어릴 땐 짐이 많다 보니 특히 트렁크 공간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가 둘 이상인 주변 지인들의 패밀리카는 국산차로 치자면 싼타페, 쏘렌토 등으로 대표되는 SUV나 카니발 같은 미니밴이 대부분이다.

둥이아빠인 나 또한 쉽게 생각하면 SUV나 미니밴을 패밀리카로 선택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집 다음으로 가장 비싼 자산인 차를 그렇게 쉽게 선택할 수 있나. 여기서부터 고민의 '무한 루프'는 시작됐다.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와 '아빠를 위한 아빠차'를 두고서 말이다.

패밀리카의 선제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트렁크 공간일 거다.(트럭으로 가야 하나...)

개인적으로는 SUV나 미니밴보다는 세단이나 해치백(차체 뒤쪽에 트렁크 문이 달린 차), 크기가 크지 않으면서도 너무 흔하지 않은 그런 차를 사고 싶었다. 예쁜 디자인과 한 번씩 혼자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성능도 뒷받침되면 금상첨화. 하지만 이를 위해선 실내와 트렁크 공간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일반적인 패밀리카의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돈'이 제일 문제다. 패밀리카의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아빠(바로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는 비싸다. 몇 달간의 고민 끝에 큰마음 먹고 무리해서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수입차 브랜드 B사의 중형 세단을 계약했다. 비싼 가격에 난색을 표하던 아내는 고맙게도 내 결정에 전적으로 따라줬다.(계약을 위해 아내를 전시장에 데려가 시승시킨 게 주효했다^^;) 공교롭게도 계약일은 내 생일.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를 빙자해 나 자신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막상 계약 후 마음은 영 불편했다. 앞으로 둥이를 키울 생각을 하면 차에 이렇게 큰돈을 쓰는 게 뭔가 찜찜했다. 원래 차를 바꾸려는 목적과 달리 나 자신만을 위해 너무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출고일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취소했다.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도 같은 고민에 빠져 계약했다 취소했다를 또 한 번 반복했다.

이 차로는 어찌 안될...?

아내의 임신을 확인하고 차를 바꾸겠다고 생각한 지 어느덧 1년 반이 훌쩍 넘었다. 차 선택을 둘러싼 고민이 길어지면서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회사 동료, 지인들조차 지겨워한다. 아직도 결론은 오리무중이다. 둥이아빠로서의 자아와 차를 좋아하는 30대 남성으로서의 자아는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격전을 벌이고 있다.

난 과연 차를 바꿀 수 있을까?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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