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키즈 공감
[나는 둥이아빠다]'이건 여행인가? 고행인가?' 네 가족 첫 여행기

바람 잘 날 없는 다둥이 가족의 유쾌한 힐링 여행을 그린 '영화 해피 홀리데이' 공식 포스터(출처=영화 해피 홀리데이)

"아, 떠나고 싶다!!!"

결혼 후 몇 년간 우리 부부는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인생 뭐 있어?'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매년 유럽과 동남아 등 바다 건너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일정이 긴 여행이 여의치 않을 때는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고 금요일 퇴근 후 차를 몰고 속초나 강릉 등으로 훌쩍 떠나기도 했다.

콤콤이가 태어난 뒤 우리의 모든 여행 라이프는 '올스톱' 됐다. 갓 태어난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가 아닌 다른 곳을 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매일 이어지는 격렬한 전투육아 속에서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차 신생아 티를 벗게 되면서 우리 부부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뒀던 여행 욕구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 욕구는 콤콤이가 8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폭발했다. 때마침 계절도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터라 콤콤이에게 바깥 경치를 보여주기도 알맞겠다 싶었다.

출발 전 짐 싸기부터 고생의 시작이었다. 집과 지하주차장을 왔다 갔다 하길 수차례. 디럭스 유모차는 카트 대용으로 꽤 훌륭했다.

"이제 때가 됐어. 어디든 가자!"

첫 가족여행이니 일단 무리하지 않고 1박2일만 하기로 했다.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 이제 여행지와 숙소를 정해야 한다. 실로 오랜만에 내 여행 두뇌가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가동을 멈췄다. 늘 가던 대로 성인 둘이 아닌, 아직 채 돌도 되지 않은 아기 둘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입력하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모든 걸 콤콤이에게 맞추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기대에 부푼 첫 가족여행은 실패로 돌아갈 게 뻔하니 더 부담스러웠다.

고심 끝에 여행지는 집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여행 느낌을 낼 수 있는 강원도로 정했다. 이어 여행 좀 다녀본 아빠의 자존심을 걸고 숙소 찾기에 나섰다. 아이들이 마음껏 기어 다닐 수 있고 큰 소리로 울어도 남들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곳. 아이들을 재운 뒤 아내와 기분 좋게 한잔할 수 있는 독립 공간이 확보된 곳. 인터넷 숙소 예약 사이트를 보고 또 보며 고르고 고른 끝에 첫 가족여행 숙소로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독채 빌라형 리조트를 낙점했다.

혹시라도 필요한 물품을 빠뜨릴라 여행 전날부터 짐 싸기에 돌입했다. 당일 아침에 가져갈 것들을 제외하고 대충 짐을 싼다고 쌌는데 어느새 시간은 새벽 2시. 헉. 오전 9~10시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대관령 중턱에 위치한 네 가족 첫 여행의 숙소 전경. 미국이나 유럽의 단독주택을 연상케 한다. 집 전체를 오롯이 우리 가족만 쓸 수 있어 좋았다.

우리 부부의 출발 계획은 처음부터 무리였나 보다. 여행 당일 아침 일어나 콤콤이의 맘마를 챙기고, 씻기고, 옷을 입히니 어느새 시간은 오전 10시. 추가로 가져가야 할 짐을 챙기고 대강 씻고 나니 정오가 다 됐다. 게다가 차에 실을 짐도 한가득. 홀로 집과 지하주차장을 수차례 오르내리며 짐을 옮기다 보니 출발 전부터 진이 빠졌다.

짐을 싣다 보니 이놈의 차는 왜 이리 작은지... 디럭스 유모차와 여행용 캐리어로만 트렁크가 꽉 차버렸다. 남은 짐을 실내 공간 구석구석에 가까스로 구겨 넣다시피 하고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집을 나섰다. 다행히 아이들은 첫 장거리 여행임에도 카시트에서 크게 보채지 않았다. 이럴 땐 휴게소고 뭐고 쭉~ 달려야 한다.

2시간30분쯤 지났을까. 목적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우로 유명한 평창이니 숙소에 들어가기 전 아내와 저녁에 먹을 소고기를 넉넉히 샀다. 얼마 만의 여행인데, 비싼 고깃값이 대수랴.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대관령 산자락에 독채식으로 지어져 마치 미국이나 유럽의 단독주택 같은 느낌이랄까.

답답하고 시끄러운 도심을 떠나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 오니 아이들도 신이 나나 보다.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집보다 널찍한 공간에서 놀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짐을 풀고 잠시 숙소 구경을 한 뒤 주문진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첫 동해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기 보다는 엄마 아빠가 먹을 횟감을 사기 위해서다. 거의 1년 만에 하는 장거리 여행인데 우리 부부도 육아 일상에서 탈출해 제대로 된 만찬을 즐기고 싶었다.

우리 집 거실보다 넓은 데다 별다른 장애물도 없어 마음껏 기어 다닐 수 있다 보니 아이들도 신났다.

횟감을 사서 돌아오니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해졌다. 분명 강원도로 여행을 왔는데 어째 육아 일상은 평소와 100% 똑같다. 황급히 애들을 씻기고, 맘마를 먹이고, 재우고 나니 시간은 밤 9시를 훌쩍 넘겼다. 하아. 여행은 여행인데 왜 집에 있을 때보다 더 힘든 걸까. 하루 종일 한 것이라곤 여행 준비와 운전밖에 없는데... 아내 역시 여행 준비와 아이들을 돌보느라 하루를 다 보내고선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10시가 다 돼서야 둘이 마주 앉아 장을 봐온 한우와 생선회로 늦은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이게 여행일까? 고행일까?"

'에고~ 에고~' 소리를 연발하는 아내에게서 나온 이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과 함께 허탈함이 밀려왔다. 하긴 이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우리에겐 없다. 얼른 먹고 자야 새벽같이 일어날 아이들을 돌볼 체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음엔 1박2일 여행은 하지 말자. 적어도 2박은 해야 여행 느낌이 나겠어"

아내는 내 말에 동조하면서도 "2박 이상 하려면 더 준비해야 할 게 많을 거야"라고 답한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관령 양떼목장에 들렀다. 책이나 사진을 통해서가 아닌 푸르른 초원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진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다. 콤콤이가 적어도 4~5살 정도가 되기 까진 1박이든 2박이든 여행은 어쩔 수 없는 고행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 아버지 어머니 역시 바쁜 직장 생활과 고단한 육아 생활 속에서도 짬 날 때마다 나와 형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었다. 그 기억은 지금의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나도 콤콤이에게 같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여행이 설사 고행이 될지라도 말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기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