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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이유식 이야기

세 아이의 엄마이자 '백주부' 백종원의 아내로 유명한 배우 소유진이 쓴 이유식 책(출처=소유진 인스타그램)

"애들 이가 올라오네. 곧 이유식 시작해야겠다. 휴우~"

상콤이와 달콤이 아랫 잇몸에 하얀 이가 조금씩 올라오는 게 보일 무렵 아내가 이유식 얘기를 꺼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식 시작하는데 왜 한숨을 쉬지?'

돌이켜보면 출산 전부터 각종 육아 서적을 정독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 와중에도 늘 육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아내와 비교해 육아에 무지한 초보 아빠의 철없는 생각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오로지 모유나 분유만 먹고 자란 아이들은 유치가 나는 생후 5~6개월 정도부터 이유식을 시작한다. 성장 발달 속도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음식의 맛과 질감·식감 등을 익히고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다.

콤콤이의 역사적인 첫 이유식. 곱게 빻은 쌀가루로 만든 미음이다.

상콤이와 달콤이도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5~6개월 즈음 유치가 올라왔다. 엄마 아빠, 특히 엄마가 육아의 고비 중 하나로 여긴다는 이유식을 시작할 때가 된 거다. 엄마 아빠가 만들어 먹이는 이유식이 믿을 수 있고 가장 좋은 거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이유식을 만드는 것부터 먹이는 것까지 워낙 힘들다고 하니, 게다가 우리는 쌍둥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두세 배 이상 더 힘들 테니 아내가 원한다면 시판 이유식(또는 배달 이유식)을 사먹일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 듣기로 요즘 시판 이유식은 예전보다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얘기도 이에 한몫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 달리 콤콤이 엄마는 이유식 제조에 따른 고생을 고스란히 감당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일찌감치 '100% 엄마표 이유식'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이미 친구에게 이유식 레시피책을 빌려 미슐랭 스타 셰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레시피 연구에 몰두했다.

초기 이유식은 쌀로 만든 미음부터 시작한다. 꽤 오래전 아이를 낳은 회사 후배는 당시 너무 정보가 없는 나머지 쌀을 직접 빻아 죽을 만들었다는데, 다행히 요샌 유기농 무농약 쌀가루가 잘 나온다. 일단 처음인 만큼 이유식 횟수는 하루 1회다. 중기, 후기로 가면서 하루 2회, 3회로 차차 늘려간다.

콤콤이의 역사적인 첫 이유식 시식회는 아빠가 집에 있는 주말에 이뤄졌다. 첫 이유식은 할머니(장모님)가 아닌 아빠가 먹여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들의 식사 역시 우리 부부가 식사하는 주방 식탁 근처에서 하기로 했다. 범보 의자에 두 녀석을 앉히고 아내와 그 앞에 앉았다. 한 명씩 맡아 묽은 쌀죽을 한 숟가락 뜬 뒤 호~호~ 불어 아이들의 입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 순간 흐르는 묘한 긴장감...

모유와 분유 등 액체류의 음식만 먹다가 생애 처음으로 질감이 있는 이유식을 입에 넣은 달콤이의 표정이 묘하다.

'꿀꺽~'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특별한 거부 반응 없이 쌀죽을 잘 삼켰다.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았나 보다. 긴장한 아내의 입가에도 그제서야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 시작이 괜찮은 데다 두 아이 모두 워낙 먹성이 좋은 터라 초기, 중기, 후기 이유식 모두 별 탈 없이 진행될 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하루가 멀다고 새벽 2~3시까지 온갖 정성을 다해 이유식을 만드는 콤콤이 엄마의 노력 또한 그런 기대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 알레르기 반응이 우리 부부의 속을 썩였다. 조심해서 먹인다고 먹였건만 때때로 아이들의 입가가 빨갛게 부어 오르거나 두드러기 비슷한 반응이 나타나 사나흘씩 지속됐다. 어쩔 때는 음식이 안 맞았는지 두 녀석이 번갈아 하루에 묽은 변을 여러 번 보기도 했다. 그럴 땐 알레르기가 나타난 이유식 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이제는 스스로 맘마를 먹겠다며 스푼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선 손으로 먹방을 찍기도 한다.

우리 부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아이들이 멀쩡하게 이유식을 잘 먹고선 갑작스럽게 구토를 했을 때다. 중후기 이유식을 진행하면서 두 아이에게 감자가 들어간 이유식을 먹였는데 상콤이가 먹은 지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잇달아 토를 했다. 처음엔 토가 심하지 않아 괜찮아지겠거니 생각했는데 이후 흔히 분수처럼 토하는 것을 말하는 '분수토'를 하면서 엄마 아빠를 초긴장 상태에 빠뜨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잘 알겠지만 아이가 분수토를 하는 모습을 앞에서 지켜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옷을 갈아입히자마자 다시 토를 하는 통에 몇 번이고 옷을 다시 갈아입히고 거실에 깔아둔 매트 역시 두세 번씩 갈아야 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이는 당시 큰 문제가 아니었다. 혹시라도 상콤이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는 게 아닌가 싶어 노심초사했다. 여차하면 응급실로 뛰어가야 할 판이었다. 구토가 멈춘 뒤 놀란 아이를 진정시키고 약간의 물을 먹여 재우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했던 기억이다.

가끔은 이렇게 머리를 박고 흡입하기도 한다.

이유식 완료기에 접어든 현재도 이유식을 만들고 먹이는 건 여전히 고행의 연속이다. 사실 아빠인 난 별로 하는 게 없다. 이유식 재료 구입에서부터 메뉴 선정, 조리, 먹이는 것까지 책임지고 있는 콤콤이 엄마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나도 아닌 둘의 맘마를 만들어 먹이는 게 보통 일인가.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런 점에서 상콤아, 달콤아~ 맘마 먹을 때 찡찡대지 말고 잘 좀 먹자!!!'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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