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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무산..부모들 "믿은 게 잘못"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중비 중인 아이들의 모습.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은주(39세) 씨는 최근 둘째 아이가 다닐 영어 학원을 급하게 알아보고 있다. 첫째 아이 때의 경험상 초등학교 1학년은 방과 후 영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지만 개학을 앞두고 학교로부터 1~2학년의 방과 후 수업에서 영어 과목은 개설되지 않았다는 통지문을 받았다.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 재개가 올해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야 대치로 국회의 법안 처리가 중단되면서 초등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는 '공교육정상화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 통과가 어려워진 건데요. 부모들 사이에서는 "가장 중요한 교육정책이 널뛰기를 뛰어서야 되겠냐"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국회 통과 기약 없어..통과돼도 1학기 영어 수업 불가능

현행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르면 학교는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수업을 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는 3학년부터 배우기 때문에 1~2학년의 영어 수업은 불법이죠. 다만 중국어나 일본어 등은 초등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아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방과 후 영어 수업은 불가능한 반면 중국어나 일본어 수업은 가능한 이유입니다. 이 법은 지난 2014년 통과했지만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 금지 규정은 학부모들의 반발로 시행 시기를 3년 늦추면서 지난해 1학기부터 현장에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법의 본래 목적과 달리 오히려 영어 사교육비의 부담이 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게다가 지난 2017년 12월 정부가 유치원에서도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자 학부모를 포함한 교육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영어 수업 금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까 이전에는 별 관심이 없던 엄마들도 아이들의 영어 학습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더라"며 "오히려 정부가 영어 사교육 시장 활성화에 불을 붙인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들의 불만이 날로 커져가고 있던 중 지난해 10월 취임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유치원은 물론 초등학교 영어 방과 후 수업도 허용하겠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치원과 달리 학교는 법을 바꿔야 하는데 여야의 갈등으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등학교 1~2학년만 영어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올해 1학기 1~2학년을 제외한 3~6학년만을 대상으로 영어 방과 후 수업을 편성했습니다. 보통 초등학교는 1개 학기 또는 1년 단위로 방과 후 수업 편성을 합니다. 만약 이번 달 안에 임시국회가 열리고 개정안이 통과돼도 당장 새 학기에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교사 채용 등 준비에 시간이 한 달 이상은 걸리기 때문입니다.

◇"비용 부담되지만 아이위해"..학부모들로 무전성시 학원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뒤늦게라도 방도를 찾겠다고 나선 학부모들로 학원가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루에 1시간 주 5회에 10만원 정도로 저렴한 학교 방과후 수업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 비싼 학원 비용이 부담이 되지만 내 아이만 뒤처질까 불안한 마음에 아예 학원을 안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입장입니다. 소위 '잘 나가는 학원'은 이미 정원이 찬 곳이 많아 대기를 걸어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은주 씨는 "지금이라도 학원을 알아보는데 마음에 드는 곳은 이미 정원이 다 차서 걱정"이라며 "정부의 말만 믿고 마음 놓고 있던 나를 탓해야지 누굴 탓할 수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주세환(41세) 씨는 "첫째 때는 다들 방과 후 수업으로 영어를 해서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둘째는 방과 후 수업이 없으니 자연히 영어 학원을 알아보게 되면서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조인혜(35세) 씨는 "원래 아이를 쓰기와 문법 위주로 가르치는 영어학원에만 보낼 생각이었다"면서 "하지만 말하고 듣기 위주로 하는 학교 방과후 수업이 없으니 이 부분을 해 줄 수 있는 학원도 하나 더 보낼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조 씨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지지만 비싼 영어유치원까지 보내면서 익혀온 영어에 대한 감각을 그냥 썩히는 게 더 돈이 아깝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교육업체들은 새로운 강좌를 열고 강의 인원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원생 모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서 영어 보습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재(42세) 씨는 "최근 들어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대형 영어학원에 보내기에는 연령대가 낮은 초등학교 1~2학년 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최현진(35세) 씨는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의 규모가 작아 초등학교 1학년 반은 한 반 밖에 없었는데 최근 갑자기 반 수가 늘었다"며 "아무래도 초등학교 방과 후 영어 금지 영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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