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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돌봄은 '로또'인가요?..맞벌이 가정의 한숨

#초등학교 입학을 2주 앞둔 자녀를 둔 워킹맘 A씨는 최근 학교에서 열린 돌봄교실 추첨 현장에 다녀왔다. '탁구공 추첨'으로 선발하는 돌봄교실의 정원은 12명. 20%의 당첨 확률을 뚫지 못한 A씨는 대기 번호를 받아야 했다. A씨는 "개학이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당장 학원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학원비도 부담이지만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학원 2~3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2022년까지 총 1조1053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33만명에게 지원되는 초등돌봄 서비스를 53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요. 이 가운데 각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학교돌봄' 이용 아동 수를 현재 24만명에서 34만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반응입니다. A씨의 사례처럼 개학을 앞둔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 이용자를 추첨으로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데요. 돌봄교실의 학급 수와 정원에 변화가 없는 곳이 여전히 많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서는 돌봄교실을 '로또'라고 부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데요. 학부모들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양육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만큼 초등 돌봄 문제에 대해 발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이 초등 입학하면 일 그만두는 엄마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는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영유아의 공적돌봄 이용률은 68.3%이지만 초등 돌봄은 12.5%에 불과한데요. 이는 영유아 시기에 무상 보육을 통해 전일제 돌봄서비스를 받던 아동이 초등학생이 되면 돌봄 공백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방과 후 돌봄 공백은 고스란히 일하는 부모의 부담으로 직결되는데요.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한 부모는 아이를 '학원 뺑뺑이'로 내몰거나 부부 중 한 명이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출산 이후 경제 활동을 포기하게 되는 두 번째 위기로 이어져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데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력단절 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신학기에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건강보험 가입 여성 1만5841명이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돌봄교실 추첨에 참여한 한 학부형은 "정부에서 돌봄교실을 늘린다고 하는데 전혀 와 닿지 않는다"면서 "아내가 임신했을 때 회사에서 쫓겨났던 아픔이 있는데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또다시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동은 탈락?" 추첨 방식도 문제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돌봄교실 이용자를 뽑기 위해 '탁구공 추첨' 선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돌봄교실의 전담 인력과 시설을 고려했을 때 돌봄교실에서 수용할 수 인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은 돌봄교실 이용자를 선발하는 기준과 추첨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초등돌봄 운영계획을 통해 돌봄교실의 우선순위 기준을 두고 있는데요.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맞벌이 가정의 다자녀 △취약계층 등 학교의 여건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지침을 내렸습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예비 초등 2학년 남아를 키우는 이 모씨는 "돌봄교실을 신청했는데 외동인 우리 아이는 추첨 기회도 없이 탈락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맞벌이로 인해 돌봄을 못 하는 막막한 부모의 심정은 똑같은데 외동아이라도 최소한 형평성 있게 추첨의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에서는 추첨 방식을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학교가 추첨이 아닌 나름의 기준대로 선발하는 것도 능사는 아닙니다. 소득 수준과 가정 형편이 드러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초등 돌봄교실 관련 청원은 이미 700건에 육박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워킹맘은 "저출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데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돌봄교실의 확충이 절실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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