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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정의 고비?.."애가 아픈데 맡길 곳 없을 때죠"

#"회사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건 아이가 아플 때죠. 급하게 아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까요"(복직 8개월 차 워킹맘)

#"맞벌이는 아이가 아플 때가 가장 힘들어요. 결국 이런저런 이유를 따져 와이프가 휴가를 내는데 남편이면서 아빠인 저로서는 아이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죠"(4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대디)

#"아이 셋이서 돌아가면서 아픈 경우가 많은데 남편과 저 둘에게 주어진 휴가를 다 쓰면 마지막 아이까지 거의 낫겠죠. 그런데 아이들이 일 년에 한 번만 아픈 게 아니라는 게 문제예요"(아이 셋 키우는 워킹맘)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은 위급 상황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안절부절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취학 전 아이를 맡아 보호하는 '어린이집'과 같은 목적으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아이돌봄 지원사업'도 있지만 위급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맞벌이 가정이 급하게 보육의 공백에 생겼을 때 이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맞벌이 80% "한 달에 한 번 꼴 긴급 상황에 아이 맡길 데 없어 전전긍긍"

최근 육아정책연구소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를 둔 맞벌이 가정의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맞벌이 가정의 긴급보육 실태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위급한 상황에 아이를 맡길 데가 없었던 경험을 한 맞벌이 가정은 전체의 80%에 육박했습니다. 또 이런 경우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급한 상황으로는 △아이가 아플 때가 64.8%로 가장 많았는데요. 아픈 아이가 기관 내 다른 영유아에게 질병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등원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런 일이 더 자주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이 보육의 공백을 가족 내에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었는데요. 실제로 △조부모나 등 혈연이 아이를 봐주는 경우가 42.7%로 가장 많았고요. △어머니가 휴가를 내고 직접 아이를 돌보거나(40.5%) △아버지가 휴가를 내는 경우(11.9%)가 뒤를 이었습니다.

경기도 과천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안상희(40세) 씨는 "아내와 같은 날에 회사 스케줄이 생기면 여기저기 아이들을 봐줄 곳을 수소문 하느라 바쁘다"며 "한 번은 부산에 계신 장모님이 급하게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오셨는데 그때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하지만 나와 아내 둘 중 한 명이 일을 그만 두기에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그럴 수도 없다"고 푸념했습니다.

◇양육 공백 해소 서비스 다양화 필요..'휴가보장·대체교사 가정 파견 및 기관 지원 동시 추진'

맞벌이 가정의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면 정부의 아이돌봄 지원사업 내 '감염아동 특별지원'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높지 않습니다. 감염아동 특별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용 하루 전에 신청을 해야 하고 신청자 수 대비 돌보미 수가 부족해 실제 매칭률이 떨어집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이주연(38세) 씨는 "지난번 독감이 유행할 때 감염아동 특별지원을 신청했지만 매칭이 되지 않았다"며 "관할 센터에 계속 문의했지만 돌보미가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얘기만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최민지(35세) 씨는 "지난번에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난 후 열이 나는 걸 확인해서 곧바로 감염아동 특별지원을 신청했지만 당일에 신청했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며 "그때의 경험으로 이번에 아이가 아플 때는 전날에 감염아동 특별지원을 신청해 다행히 나흘간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질병 감염을 이유로 '감염아동 특별지원' 서비스를 받은 가정은 5300여 가구에 불과했습니다. 신청 가정 수는 많았지만 도우미 수가 적어 실제 혜택을 받는 가정이 많지 않았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가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양육의 공백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각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따로 돌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담당 교사를 둬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일정 규모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격리 공간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련 인력을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와 비슷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아픈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대체교사'를 긴급 파견하는 방법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데요. 이 경우 기존 아이돌봄 지원사업과 차별화를 위해 △대체교사의 전문성 강화와 △충분한 인력 확보 △대체교사 건강권 보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가 아플 때 우선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휴가를 보장하는 건 물론 이외에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가정으로 대체교사를 긴급 파견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대체교사에 대한 보육 교육 등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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