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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초단의 하루]결혼 후 첫 명절 '며느리룩' 정석은?

이제 곧 며느리들이 두려워하는 설 명절이다. 첫 명절을 맞게 되는 신혼부부들은 시댁, 처가 중 어디에 먼저 가서 인사를 드릴지, 시댁에는 며칠 묵을지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면서 처음으로 다투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신혼 초에 의외로 '명절 복장'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있다.

당시 명절을 앞둔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며느리룩'이었다. "첫 명절에는 한복을 입는 게 예의"라는 게 남편의 주장이었고 "조선 시대도 아닌데 한복까지 갖춰 입을 필요가 있냐"는 게 내 입장이었다. 시댁에서는 딱히 한복을 입고 오라는 얘기가 없어 우리 부부는 며칠 동안 옥신각신했다. 결국 착한(?) 내가 양보해서 한복을 입기로 했는데 사실은 결혼할 때 맞췄던 한복이 상당히 비싸 한 번이라도 더 입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5년 더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ㅋ

명절에 시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최근 결혼한 한 친구가 나에게 "명절에 한복 입어야 돼?" 하고 묻기에 "일단 첫 명절엔 무조건 입으라"고 강력 추천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단 양가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 어르신들께서 무척 좋아하시기 때문에 며느리로서 점수를 딸 수 있다. 나 역시 시부모님께서 곱고 예쁘다며 칭찬해주셨는데 특히 친정 부모님은 스마트폰으로 내 사진까지 찍을 정도로 무척 좋아하셨다. 난 평소 친정 부모님께도 살가운 성격이 아닌데 그런 모습을 보자 나도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슬며시 애교가 나왔다.

두 번째는 다소 전략적인(?) 이유인데 한복을 입으면 일을 덜 하게 된다. 옷 부피가 크기 때문에 음식이 묻거나 좁은 부엌에서 부딪히기 쉬워 "사부작거리지 말고 저쪽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현명한 며느리라면 한 번에 넙죽 대답하고 쉬면 안 된다는 사실!

그렇게 쭉 명절에 한복을 입어오다가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둔 어느 날 남편에게 앞으로 한복을 입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튼실하게 살이 쪄 한복이 더 이상 맞지 않았다.ㅜㅜ 한복을 다시 맞추자는 남편과 실랑이를 하다가 내가 필살기를 날렸다.

"결혼 8년차인데 아직도 한복 입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보고 종갓집 며느리냐고 묻거든!"

남편은 썩 맘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내 의견을 따라줬다. 그렇게 명절 한복과는 작별을 고하게 됐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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