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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다시 썸 타봐?' 꿀맛 같은 둘만의 외출

7년에 걸친 긴 연애 후 가정을 꾸리며 하나가 아닌 둘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오히려 연애 시절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곳을 찾아다니길 좋아했던 우리는 소위 '핫플레이스'들을 찾아가 밤늦게까지 실컷 놀고 나선 헤어지는 아쉬움을 느낄 필요 없이 함께 보금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갑자기 어딘가로 훌쩍 바람을 쐬러 가고 싶으면 눈빛 하나로 상대에게 동의를 구한 뒤 바로 떠났다. 그곳이 꼭 국내가 아니더라도 프랑스 파리든, 포르투갈 리스본이든 '합법적인' 부부에게 걸림돌은 없었다. 늘 둘이 함께였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부부만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물며 우리는 하나도 아닌 두 아이를 동시에 키우는 쌍둥이 엄마 아빠다 보니 산더미 같은 육아 일상에 부부만의 시간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상콤이와 달콤이가 태어나고 석 달간 둘만의 긴 외출은 언감생심이었다. 수유텀을 이용해 장인 장모님께 한두 시간 정도 아이들을 맡기고 집 근처 식당에서 후다닥 밥을 먹고 들어오는 것도 감지덕지였다.

둘만의 첫 외출 식사 장소로 망원동에서 장사 잘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즉석우동돈가스집이 선택됐다. 오랜만에 외출에 나선 우리 부부에게는 즉석우동과 돈가스면 충분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려 반나절에 달하는 둘만의 외출 기회가 찾아왔다. 아이들의 백일잔치 참석 차 올라오신 본가 부모님이 점심부터 저녁까지 콤콤이를 흔쾌히 봐주시겠다며 그간 못 가진 둘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하시는 거다. 우리 부부는 죄송함에 아주 잠깐 머뭇거렸지만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니다 싶어 부모님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 냉큼 채비를 하고 나섰다.

막상 집에서 나오긴 했는데 딱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육아에 씨름할 때는 연애 시절, 신혼 시절 다녔던 그 모든 곳들이 다 가고 싶더니 정작 기회를 잡았는데 머릿속이 갑자기 백지가 됐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릴 듯해서 일단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서 연애·신혼 시절 DNA를 되살릴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지하철 노선도까지 훑어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금쪽같은 둘만의 시간을 보낼 곳으로 망원동을 낙점했다. 지금은 망리단길로 대표되며 매우 핫해졌지만 콤콤이를 낳기 전 우리가 찾을 때만 해도 그리 사람이 몰리진 않았었다. 이곳에서 이런저런 추억들을 많이 쌓았었는데.. 이왕 나온 거 분위기 좋은 곳에서 스테이크라도 썰면 좋겠지만 목적지도 갑자기 정한 마당에 식당은 당연히 생각도 못 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등을 대고 여유롭게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요즘 유행하는 'JMT'다.

그래서 간 곳은 바로 망원동에서 장사 잘 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즉석우동집. 매콤한 국물의 어묵우동과 돈가스가 유명한 집인데, 원래 늦은 밤 또는 새벽에 가야 제맛이지만 둥이엄마 아빠가 된 우리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이럴 땐 빨리 체념하는 게 좋다. 사실 우동이든 돈가스든 뭐가 대수랴. 오랜만에 둘이 마주 앉아 여유롭게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왔다.

'밥을 먹었으니 커피도 마셔야지' 천천히 망원동 골목길을 걷다가 한강공원 나가는 길 근처 카페에 들렀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고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니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자유(?) 인가 싶다. 오랜만에 콤콤이 엄마와 셀카 삼매경에 빠져보기도 하고 오후의 햇살에 마음껏 취해보기도 했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폼도 잡아 보고 콤콤이 엄마와 셀카 삼매경에 빠져보기도 했다.

카페에서 나와 한강공원을 걷는데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이 우리 부부 눈에 자꾸 띈다. 아이가 없던 시절에는 신경도 안 썼는데 진짜 엄마 아빠가 되긴 된 모양이다. 아이와 함께 있는 부모들을 보니 갑자기 콤콤이가 보고 싶다. 못 본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꼬물꼬물 거리는 그 모습이 아른거리고 두고 온 게 괜스레 미안하다. 부모님은 저녁도 먹고 늦게 들어오라고 하셨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도저히 안될 것 같다. 일찍 들어가야 나중에 부모님이 또 이런 기회를 주실 거라고 생각한 건 둘만의 비밀이다.^^;;

발길을 돌려 먹거리로 유명한 망원시장에 들렀다. 애들과 종일 씨름하셨을 부모님과 먹을 이런저런 저녁거리들을 사서 택시를 탔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한강이 붉은 노을로 물드는 게 예뻐 보인다. 실로 오랜만에 오롯이 둘이서 보낸 짧지만 강렬한 첫 외출의 기억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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