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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피해 이사까지.."말이 좋아 미래인재, 대학 못 간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작한 서울형혁신학교 홍보영상 화면(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내 혁신학교 지정 갈등으로 말미암아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거부감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혁신학교에 보내지 않기 위해 이사를 고민하거나 위장 전입을 고려한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아이를 대학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연 혁신학교의 어떤 점이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요.

◇말 많은 '혁신학교', 도대체 뭐길래?

혁신학교는 입시·지식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활동 중심의 창의적이고 학생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입니다.

지난 2009년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등장했으며 현재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대구와 울산, 경북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지역(1525곳)에서 지정·운영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서울형혁신학교, 경기도에서는 혁신학교, 부산에서는 다행복학교라고 부르는 등 이름도 다양한데요. 편의상 기사 내에서는 '혁신학교'로 통일하겠습니다.

혁신학교는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입시와 경쟁보다는 함께 배우는 교육 △교사와 학생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학교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교 문화를 목표로 합니다.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혁신학교는 법적으로 정해진 수업 시수(초등학교 연간 790~1054시간, 중학교 1156시간 등)의 20%를 줄여 이를 체험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학교에서 국어와 영어, 수학 수업을 하는 시간 중 일부를 빼서 체험활동으로 대체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 체험활동으로 연극이나 전시 관람 등을 하고 있죠. 학교에서의 수업은 팀 단위로 나눠 아이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학교 확대'를 교육분야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고요. 이런 기조에 맞춰 앞으로 혁신학교 수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199개의 서울시내 혁신학교를 2022년까지 250곳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반대 학부모 "학업 성취도 떨어져..대학 가기 힘들다"

언뜻 혁신학교는 설립 취지에 맞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이상적인 학교로 보입니다. 그런데 왜 학부모들은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혁신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기 위해 이사나 위장전입까지 마다하지 않는 걸까요?

혁신학교에 거부감을 보이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를 듭니다. 이는 결국 '대학 입학'으로 귀결되죠. 앞으로도 대학입시 제도는 수능과 내신 성적으로 줄을 세워 들어가는 현재의 구조에서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은데 공부보다는 창의를 쫓는 혁신학교에 다니면 아이가 대학에 갈 확률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혁신고 재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전국 고교생 평균(4.5%)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은 진보교육감의 이상향을 위해 아이들의 인생이 '마루타'처럼 실험만 당하고 있는 셈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혁신학교에 다니던 아이를 일반학교로 전학시켰다는 고힘찬(39세)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이가 거부감 없이 학교를 다니니 부모 입장에서 만족도가 높았다"면서도 "하지만 아이가 고학년이 돼 대학 입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학원에 의지해야 하는 게 현재 혁신학교의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오죽하면 혁신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는 쉬러 가고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푸념했습니다.

혁신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반 중학교로 입학한 아이를 둔 윤재영(34세) 씨는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첫날 선생님이 혁신(초등)학교 나온 아이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더라"며 "너희들은 기초가 안 돼 있으니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는 말에 바로 학원을 등록했다"고 말했습니다.

교과 과정에 대한 권한을 교사와 학생들에게 주다 보니 학습과는 동떨어진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담임에 따라 수업의 질이 크게 차이나는 점도 우려 요인입니다.

경기도 A 혁신학교 학부모인 최현진(39세) 씨는 "작년에는 열정이 있는 젊은 선생님이라서 전반적인 수업 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지만 올해는 아이가 학교에서 거의 노는 분위기라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규칙에 대해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니 아이를 점차 통제하기 어려워 진다는 것도 부모들이 혁신학교를 꺼리는 이유입니다.

중학생 아이가 혁신학교에 다니는 한윤선(40세) 씨는 "체험활동하는 날은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날이 PC방 가는 날"이라며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도 너무 자유분방해서 조금은 엄격한 분위기인 일반학교로 전학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찬성 학부모 "아이가 학교 가길 즐거워 해..아이 만족 우선"

물론 모든 학부모가 혁신학교를 꺼리는 건 아닙니다. 혁신학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학교 가는 걸 즐거워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줍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재경(38세) 씨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아이가 학교라는 곳에 잘 적응할지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고 시험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지 재미있게 잘 다니고 있어 혁신학교에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남양주 C 혁신학교 학부모는 "주변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아이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대견해 하고 있다"며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교육 환경도 달라져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또 혁신학교는 수업 시수 20%만 체험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기초 학습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학교 수업 중에 배웠던 내용을 체험활동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면 오히려 이해가 쉬워 학업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이가 혁신초·중학교를 나왔다는 김한나(45세) 씨는 "혁신학교 출신의 아이들 중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잘 한다"며 "공부는 스스로 하기 나름이지 학교를 탓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쪽 학부모들의 얘기 모두 모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혁신학교 시스템이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이라는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혁신학교 늘리기'는 오히려 학부모들의 반감만 키우는 '잘못된 접근 방법'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주장처럼 현재의 줄 세우기식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이상 과도기에 '끼인' 아이들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교육정책이 살짝만 달라져도 인생이 뒤바뀔 수 있는 학생들과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학부모, 그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교사 등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혁신학교 시스템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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