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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육아하라더니'..기저귀 갈 곳도 없어요

'수유실은 엄마와 아기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남성 고객님들의 출입을 금지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최근 가족과 백화점에 갔다가 아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수유실을 찾았던 김진우(31세) 씨는 수유실 입구에 붙은 안내문을 보고 기분이 상했습니다. 모처럼 외출한 아내가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내가 다녀오겠다"며 아이를 데리고 수유실을 찾았는데요. 입구에서 위 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려 아내에게 다시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죠.

정부는 육아휴직과 같은 지원 정책과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데요. 여전히 많은 수유시설에선 남성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고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교환대조차 없어 아빠들은 정작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도 집 밖에 나가면 아이 기저귀 갈 곳 하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수유시설 36.9%가 남성 출입금지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수유시설 3259개소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빠도 이용 가능한 수유시설은 2057개소(63.1%)로 나타났습니다. 교통시설, 공공기관, 공중‧다중시설(백화점, 대형마트, 쇼핑몰), 민간 기업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데요. 1202개소(36.9%)는 아빠가 수유시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죠.

경기도 안양에 사는 남성 이용우(31세) 씨는 "혼자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 차 안이나 화장실 구석에서 기저귀를 교체한다"면서 "아이에게 위생상 안 좋고 불편하다는 것을 알지만 마땅히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맘카페에 글을 올린 한 여성은 "출산 후 손목 산후풍으로 아이를 들지 못해서 항상 남편과 수유실에 같이 가서 기저귀를 갈았는데 어느 날부터 민원이 들어왔다면서 해당 수유실의 남성 출입이 금지됐다"며 "이런 조치가 아빠를 육아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아휴게실과 수유실 구분돼야

아빠들은 수유실의 남성 출입 금지뿐만 아니라 유아휴게실이 없는 공공장소도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실제 대부분 남자 화장실에는 아이 변기, 아이 거치대, 기저귀교환대 등이 없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18개월 남자아이를 키우는 이 모씨(34세)는 "아빠가 수유실 출입하기도 어려운데 남자 화장실에는 아기 기저귀를 갈거나 케어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면서 "내가 아이를 돌보려고 했다가도 다시 아이 엄마에게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밖에서는 점차 안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아휴게실과 수유실을 아예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아이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줄 수 있는 공간은 아빠 엄마가 함께 드나들어도 상관없지만 여성이 신체를 드러내고 모유 수유하는 장소는 따로 분리되거나 잠금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죠. 수유시설 관리기준 권고안에 따르면 휴게실 내 수유를 위한 별도의 장소로 수유실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이를 지키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경북 구미에 사는 여성 이 모씨는 "수유 중에 남자 목소리가 들리면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진다. 커튼으로 된 가림막은 아무 때나 젖힐 수 있어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고 불편하다"면서 "부부가 함께 공동육아를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수유시설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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