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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기교육보다 '오픈마인드' 먼저"(외국계 직장인 Ver.)

[편집자주]'영어교육'은 대한민국 부모가 아이를 낳은 후 가장 먼저 하는 교육 관련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 조기교육을 해야 할까를 시작으로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이 이어지죠. 그래서 올리브노트에서는 현직 영어학원 선생님과 아이 영어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엄마, 해외에서 일하는 직장인 등 영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지난번엔 영어학원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봤는데요.(☞관련기사 "영어? 가장 중요한 건 국어예요"(영어학원 원장 Ver.))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곳의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며 국제적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30대 직장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봤습니다. 과연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이 필요한지 또 어학 외에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얘기를 들어 볼까요.

Q. 요즘 한국에서는 4~5세부터 영어 조기교육을 하는데 본인도 어린 시절부터 영어 교육을 받았나??

A. 내 세대에서는 조기교육이라는 말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영어 사교육(?)의 대표 주자였던 윤선생영어도 아닌 오성식영어를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때 시작한 기억은 있다.

Q.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영어 조기교육을 하면 도움이 될까?

A. 개인적인 경험상 뭐든 어렸을 때 시작하는 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들은 말이다. 성인이 되면 배움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어렸을 때 배운 건 몸이 기억해 중간에 사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금방 예전 잘하던 수준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공부나 어학은 사실 의문이다. 주변에 여러 언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경우도 간혹 있긴 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잘하게 된 경우도 많다. 그들에게 질문을 하면 대체로 동기 부여가 뚜렷했거나 정말 본인이 좋아서 열심히 한 경우였다.

Q. 요즘 한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어를 배운다. 초·중·고등 교과 과정, 그리고 해외 어학연수 등 만으로도(열심히 한다는 가정 하에)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정도의 실력을 쌓기엔 충분할까?

A. 외국계 회사라도 어느 포지션인지에 따라 요구하는 영어 실력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Job description(사무분장)'에 'bilingual(바이링구얼, 2개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이라고 언급돼 있지 않은 이상은 성인이 돼서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 외국에 있는 외국 회사에 다니려면 흔히 말하는 토익/토플 등의 시험점수가 아니라 본인이 맡은 모든 업무를 영어로 수행하고 리포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면 된다.

또한 사실 업무에서 쓰는 영어는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 것보다 쉬울 수도 있다. 쓰는 용어가 정해져 있고 표현도 포멀(formal)한 표현을 주로 쓰므로 반복해서 듣고 쓰고 말하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한다.

Q.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중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유학을 했던 한국 사람과 그렇지 않은 한국 사람의 영어 실력 차이가 큰가? 그리고 그 영어 실력 차이가 회사 생활에 큰 영향을 주나?

A. 이건 정말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다 이메일과 보고서 등을 잘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잘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신입사원 시절 한국어로도 메일 쓰는 것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유학을 했지만 회사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잘한다거나 미팅에서 유창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고 반대로 흔히 말하는 국내파가 자신 있게 본인의 의견을 또박또박 차분하게 잘 이야기하는 경우도 봤다. 결국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영어 실력보다는 그 나라에서 살다 온 경험이 외국인들과 일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거나 그 나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동료나 클라이언트와의 대화거리가 많아지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결국 그로 인해 일이 잘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Q. 영어 실력과 업무 능력 중 더 중요한 게 있다면?

A. 이건 어느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너무 어렵다.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업무를 못하면 의미가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영어 잘하는 미국과 영국 사람이 많은데 업무를 못하는 한국 사람을 굳이 뽑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업무를 아무리 잘해도 자기가 하는 일을 제대로 표현하고 전달하지 못한다면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 또한 곤란하다.

그래도 굳이 뽑자면 업무 능력인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해외에서 좋은 회사, 좋은 자리에서 일하는 걸 보면 본인의 일을 성실하고 똑 부러지게 잘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본인의 분야에서 내공이 있다면 언어는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므로 내용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Q. 해외 여러 기업에서 많은 나라의 사람들과 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어 이외에 도움이 될 만한 언어가 있다면?

A. 본인이 가고 싶은 나라나 일하고 싶은 분야에 따라서 도움이 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 언어를 얘기하기는 어렵다. 뚜렷하게 원하는 분야가 없다는 가정하에 뻔한 이야기지만 전 세계에서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스페인어나 중국어가 확률적으로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혹시 자녀를 낳는다면 영어 조기교육을 시킬 생각인가?

A. 영어 유치원, 영어 과외 등의 사교육은 시키고 싶지 않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영어 유치원의 커리큘럼 등을 듣기도 하고, 아이들과 얘기도 나눠 봤는데 실제 영어 능력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의문이 들었다. 원비가 상당히 비싼 것도 부담이고 말이다. 그래서 내 경우 오히려 최대한 기회를 잘 만들어 해외에서 일정기간 사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

Q.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 아이에게 가르치면 좋은 것(영어 능력 빼고)은 뭐가 있을까?

A. '오픈 마인드'다. 세계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있고 그 다양한 사람들 중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글로벌 대기업에 모이기 때문에 이들과 일하기 위해서는 이런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사고'와 '친화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책을 통해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니 어렸을 때부터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여행을 자주 같이 가는 등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지 않을까. 앞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해외에서 일정 기간 사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 그리고 아이가 잘하는 스포츠 한 가지 정도는 있는 게 좋다. 본인의 체력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만 외국인들과 어울릴 때도 큰 도움이 된다.

Q. 자신은 어떻게 영어 공부를 했는지 팁을 조금 주자면? (가장 좋은 방법?)

A. 언어는 생활이기 때문에 자주 노출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렇지만 외국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나는 한국에서 한국 회사를 다닐 때 4~5년가량 매일 아침 전화영어를 꾸준히 했다.

6개월 만에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말문이 트인다는 둥 이런 광고와 유튜브 방송이 너무 많은데 언어 신동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다.

똑같은 주제에 대해서 외국인 다섯 명이랑만 이야기하고 나면 그 주제에 대해서는 아주 유창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니 예를 들어서 주말에 본 영화에 대해서 매일 다른 전화영어 선생님한테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설명하고 나면 앞으로 그 영화와 관련된 단어 스토리 등은 완전히 내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신선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안하지만, 그 외에 영화 드라마 보는 것도 당연히 추천한다. (이건 큰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거겠지만) 특히나 아이가 일하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된 주제라면 더더욱! 그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쓰는지 어떤 단어들이 나오는지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만약 유학을 앞두고 있다면 아이와 외국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나오는 이야기를 함께 보면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Q. 그 외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영어도 중요하지만 좋은 습관을 가지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한다든지 가족과 많은 대화를 하고 시간은 보낸다든지 봉사활동을 한다든지 혹은 공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까지.

이런 것들이 결국 성인이 돼서까지 좋은 습관으로 남아 본인의 건강은 물론 직장에서 동료들과의 관계에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조기교육의 하나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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