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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금 250만원 받는다고 애 못 낳아요"

여야가 내년 10월부터 출산한 모든 산모에게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출산이 예정된 산모 33만명 가운데 8만여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곳은 있었지만 정부가 모든 산모에게 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확인됐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혜성 혜택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육환경, 근무환경을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1명 아래로 추락했다. 이는 3분기 기준 역대 최소 수준이다.

◇장려금 지급 위해 매년 4124억 투입..실효성은?

출산장려금 지급을 위해 새로 편성해야 하는 예산은 10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후조리비용 수준에서 책정한 것인데 2020년부터는 매년 412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한 배경은 출산율의 가파른 하락세에 있다. 올해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0.95명으로 1명 아래로 추락했다.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출산장려금 지급안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퍼주기식으로 복지 예산을 책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 정책은 한번 늘리면 줄일 때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최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이를 폐지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부산시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출산장려금을 포함한 일회성 퍼주기 예산 92억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둘째 자녀를 낳았을 때 50만원을 지급해왔으나 이 같은 일회성 정책으로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인천시도 재정난으로 인해 2016년부터 출산장려금 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30대 남성 A 씨는 "아이 한 명을 낳아서 기르는데 평균 3억이 넘게 든다"며 "250만원이 없어서 안 낳는 게 아닌데 정부와 국회가 겉핥기식 대책을 내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미 자녀를 낳아 기르는 기성세대와 미혼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껴진다. 20대 미혼 여성 B 씨는 "얼마 전 아동수당에 이어 출산장려금까지 복지 예산이 너무 늘어나는 것 같다"며 "결혼 계획이 전혀 없는데 세금만 많이 내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회성 혜택보다 보육환경 개선됐으면"

출산을 계획하는 부부와 예비부부들은 출산장려금 지급과 같은 일시적인 혜택보다 보육환경과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산을 고민 중인 직장인 여성 C 씨는 양가 부모님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일하고 있다. C 씨는 "아이를 낳으면 일하는 동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출산 계획을 미루고 있다"면서 "베이비시터 급여만 해도 한 달에 180만~200만원인데 장려금 때문에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8개월 남아를 둔 직장인 남성 D 씨는 "둘째는 갖고 싶지만 아내에게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면서 "여성 직원도 육아휴직을 쓰면 눈치를 주면서 퇴사를 압박하는데 남자인 내가 쓸 수 있겠나. 일시적인 출산장려금 정책보다 육아휴직처럼 기존 정책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이돌봄서비스,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복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여성 E 씨는 "복직을 앞두고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했는데 1년을 대기한 끝에 연계돼 겨우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면서 "출산장려금을 받는다고 해도 둘째는 꿈도 못 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ejkim@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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