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교사도 힘든 재롱잔치..꼭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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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교사도 힘든 재롱잔치..꼭 해야 하나요?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8.11.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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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각을 맞추라고 소리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습니다. 벌써부터 수업은 뒷전이고 안무 연습에 매진하는데요. 재롱잔치 발표회 날이 다가오면 압박감이 더 심해질 텐데 걱정이에요."(어린이집 교사 김 모씨)

최근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는 재롱잔치 연습이 한창입니다. 재롱잔치는 대부분 학기가 끝나는 1월 말부터 2월 사이에 열리는데요. 보통 지금 이맘때 연습을 시작해 4개월 가까이 연습하곤 합니다.

전문가들은 4~7세 때 율동 등 몸을 움직이며 신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대뇌 우반구가 발달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재롱잔치를 준비하면서 친구 사이가 더 돈독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재롱잔치가 아이와 학부모, 어린이집 교사 모두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아이와 교사 모두에게는 심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여론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죠.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홈페이지 캡쳐

◇아이는 스트레스, 부모는 경제적 부담

일부 아이들은 재롱잔치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갑자기 옷에 소변을 보거나 경기를 일으키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죠. 충남 보령시에서 6세 남자 아이를 키우는 이 모(39세) 씨는 재롱잔치 춤을 연습하던 아이가 유치원에서 자꾸 자기만 혼난다며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해 실랑이를 벌인 끝에 얼마 전 유치원을 옮겼습니다. 이 씨는 "다른 친구들은 다 하는데 OO이만 안 하면 엄마 아빠는 어떻게 구경 가지? 재롱잔치 잘하면 장난감 하나 사줄게" 하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재롱잔치는 부모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기도 하는데요. △의상 대여료 △동영상 비디오 제작비 △장소 대관료 △간식비 등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가 같이 다니는 경우 학부모의 부담은 더 커집니다.

경기 동두천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최근 의상 대여료 세 벌 값을 포함해 간식비, 대관료 등 재롱잔치 비용으로 7만원 가량 납입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면서 "아이가 무대에 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지만 돈 쓸 일이 많은 연말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유아보육법 제38조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그 어린이집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가 정하는 범위에서 보육료와 그 밖의 필요경비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보육료와 필요경비의 수납 한도액을 시도지사가 정하는 것인데요. 올해 서울시는 어린이집 행사비의 연간 최대 수납한도액을 8만5000원, 경기도 고양시‧화성시는 24만원, 오산시는 20만4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재롱잔치로 교사 폭언까지..폐지가 답?

재롱잔치가 힘든 것은 교사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발표회가 가까워질수록 교사들은 누리과정은 뒷전으로 여기고 안무 연습에 매진하게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 교사들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이 지시대로 잘 따라와 주지 않으면 큰 소리를 내게 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2015년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유치원의 음악제 연습 과정에서 교사가 무려 69명의 아이들에게 서슴지 않고 폭언과 폭행을 한 것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죠. 교육계는 재롱잔치 발표회가 이듬해 원생 모집을 앞둔 시기에 진행돼 '학부모들에게 멋진 공연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아야 된다'는 교사들의 심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분석합니다.

최근 4, 5세 아이들에게 모모랜드의 뿜뿜, 홍진영의 잘가라 등의 가요 안무를 가르치고 있다는 어린이집 교사 김 모 씨는 "아이들에게 굳이 인기 유행가, 트로트의 춤과 노래를 가르쳐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통제가 잘 안 될 때가 있는데 원장 선생님은 교사가 잘 못 가르쳐서 그렇다고 하니 중간에서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각종 폐해 때문에 재롱잔치에 대한 관심은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고 하는데요.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격년으로 진행하거나 학부모에게 재롱잔치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등 자체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발표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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