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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걸린 '유치원 3법'..학부모 "이 나라를 떠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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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 근절 3법(유치원 3법)' 개정안 입법을 두고 교육당국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이에 유치원 3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건 물론, 나아가 정쟁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사립유치원들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이 대폭 증가함과 동시에 폐원을 신청한 유치원도 크게 늘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처한 학부모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부 "유치원 3법 통과 안되면 대통령령으로 에듀파인 추진" 강수

교육부는 유치원 3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통령령을 통해서라도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령을 통해 사학기관 재무 회계 규칙에서 사립유치원을 예외로 둔 단서조항을 개정하면 에듀파인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 19일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유총이 유치원 3법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주장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같은 날 한유총은 '교육부 보도자료에 대한 반론'이라는 보도자료로 즉각 재반박했다.

법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양측의 기싸움이 지속되자 결국 교육부는 에듀파인 의무화처럼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사립 유치원 비리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도 교육부에 힘을 실어주는 한마디를 보탰다. 문 대통령은 20일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학사 비리, 채용 비리, 갑질 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눈 감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도 반성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혜(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출처=교육부 홈페이지)

◇유치원 3법 두고 여·야 날선 대립..정쟁화 우려

유치원 3법을 두고 여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치원 3법이 정쟁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유치원 3법을 심사한 이후 사실상 법안 통과를 위한 절차는 올 스톱된 상황이다. 당시 야당인 한국당의 곽상도, 전희경 의원은 12월 초까지 발의할 한국당 안과 함께 병합심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19일 다시 소위를 열자고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유치원 3법이 자칫 사유재산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위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은 교육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바라는 사안"이라며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와 더불어 사립유치원과 교육부,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정조사를 함게 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국정조사를 핑계로 유치원 3법 통과를 지연시키기 위한 노골적인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처음학교로 참여율 대폭 증가·70곳 폐원 검토

유치원 3법 통과가 진통을 겪고 있는 중 처음학교로 참여 유치원 수와 폐원 검토 유치원 수가 동시에 늘어났다.

지난 19일 기준 전국 사립유치원 4088곳 중 59.9%인 2448곳이 처음학교로에 등록했다. 지난해 참여율 2.7%와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처음학교로는 학부모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교원들의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유치원 온라인 입학 시스템이다.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총 4782곳 중 비무장지대에 있는 1곳을 제외한 4781곳이 참여해 사실상 100%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교육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처음학교로 참여율이 높아진 건 학부모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폐원을 추진하는 유치원도 많아지고 있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폐원을 추진하는 유치원은 70곳으로 집계됐다. 보통 한 해에 60~70곳의 유치원이 폐원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 유치원들이 모두 폐원하면 한 달 만에 한 해 폐원 수를 넘어선 것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사립유치원 중지 및 폐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 1곳, 부산 1곳, 대구 3곳, 경기 4곳, 충남 1곳 등 총 10개원이 추가로 폐원을 추진하며 학부모와 협의 중에 있다. 교육청에 폐원을 신청한 유치원은 10곳에서 9곳으로 1곳 줄었다. 해당 유치원은 폐원 신청서가 반려됐다.

◇불안한 학부모 "빨리 해결해도 부족할 판에 답답"

당장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속이 터진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이 학부모와의 협의 없는 유치원 폐원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불안한 게 사실이다.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A 씨는 "내년에 유치원에 보낼 계획이었는데 요즘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니 머리가 아프다"며 "그냥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폐원을 협의 중인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B 씨는 "갑자가 아이를 보낼 곳이 없어질 수도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도 부족할 판에 정치인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고 푸념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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