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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육아좀비 생활에 익숙해지고 산후우울증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즈음 우리 부부에게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콤콤이 엄마가 제왕절개 수술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수술대에 또 오르게 된 것이다. 지긋지긋한 병원 생활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졌다.

아이를 낳은 산모는 통상 퇴원 후 한 달쯤 지나 산후 검진을 받는다. 자궁 수축은 잘 되고 있는지, 절개 부위의 상처는 잘 아물고 있는지, 오로(분만 후 자궁에서 나오는 혈액 및 점막 분비물)는 다 빠졌는지 등 출산 후 산모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콤콤이 엄마 역시 산후 검진을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한 달여 만에 만난 담당 교수는 수술 부위는 잘 아물고 있다면서도 초음파 검사상 자궁 내에 태반덩어리(잔류태반)가 남아 있는 게 좀 걸린다고 했다.

태반은 대부분 오로와 더불어 빠져나가지만 간혹 일부가 남는 경우가 있다. 출산 후 자궁 안에 태반이 남아 있으면 자궁 수축을 방해해 산모의 회복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출혈이나 감염을 일으켜 여성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때는 불가피하게 잔류태반 제거수술(소파수술)을 해야 한다.

담당 교수는 당장 어떻게 조치를 취하기보단 잔류태반이 자연적으로 빠지는 걸 기다려보자며 두 달 있다 한 번 더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세 달여 만에 원치 않게 다시 찾게 된 분만대기실. 이곳에서 콤콤이 엄마와 난 지난겨울을 보냈다. 아이들을 만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 콤콤이 엄마의 두 번째 검진일이 돌아왔다. 콤콤이 엄마는 내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혼자 병원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되레 콤콤이 엄마가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그러라고 했다.

'혹시라도 태반이 남아있다면 어떡하지'

출근한 뒤에도 마음 속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자궁 속 태반덩어리가 생각보다 거의 빠져나가지 않아 수술이 불가피하단다. 조산기로 두 달 넘게 병원 생활을 하면서 그 고생을 했는데, 이런 시련이 또 닥치다니..

긴 병원 생활을 함께 하면서 얕긴 하지만 나름 산부인과 관련 지식을 쌓았기에 잔류태반 제거수술이 겉으론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수술을 안 할 순 없는 노릇. 할 거면 최대한 빨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사흘 뒤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을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출산 전 그리 고생하고, 출산 후 제대로 몸조리도 못한 채 육아 전선에 뛰어든 콤콤이 엄마. 아이들이 신생아 티를 조금씩 벗으면서 이젠 숨 좀 돌릴 수 있을까 하던 차에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이런 사실을 당연히(?) 까맣게 모른 채 맘마를 찾는 콤콤이 모습을 보니 더 가슴이 아렸다.

수술 당일 아침 출근시간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뚫고 병원에 도착했다. 첫 수술로 예약을 잡아뒀지만 응급 산모들이 많아 한 시간 반 넘게 분만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조산기로 입원했을 당시 한 달 넘게 있었던 곳이라 다행히 어색하진 않았다. 몇 달 만에 다시 만난 분만실 간호사들은 우리를 반기며 아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잔류태반 제거수술 직후 콤콤이 엄마는 눈에 띄게 수척해 보였다. 공교롭게도 회복실의 이 자리는 지난겨울 앰뷸런스에 실려 갑작스럽게 이 병원으로 왔을 때의 바로 그 자리다.

수술은 15분 남짓 진행됐다. 어려운 수술은 아니라고 했지만 얇은 자궁 내막에 붙은 태반을 긁어내다 자칫 과다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들었기에 수술실 밖에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회복실로 옮겨진 콤콤이 엄마 얼굴은 그새 수척해 보였다. 함께 수술실에 들어간 분만실 수간호사는 그 오랜 입원 생활을 잘 버텨낸 '인내의 엄마'답게 많이 아플 텐데도 너무 잘 참아줬다며 콤콤이 엄마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마취가 덜 풀린 데다 수술 후 혹시 모를 출혈 가능성을 고려해 콤콤이 엄마는 두 시간 남짓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난 침대 옆 보조의자에 앉아 콤콤이 엄마 곁을 지켰다.

지난겨울 어느 일요일 밤 콤콤이 엄마는 앰뷸런스에 실려 이 병원으로 왔었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태어나진 않을까 매일, 매시간 노심초사했던 기억부터 콤콤이의 탄생, 본격적인 육아전쟁까지 지난 5개월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수술 경과는 좋으니 가서 잘 쉬라는 담당 교수의 얘길 듣고 콤콤이 엄마를 차에 태워 집에 돌아오는 길. 이제 더는 콤콤이 엄마가 아프지 않길, 이렇게 병원을 찾게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김기훈 기자  core8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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