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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언니 육아일기]해도 해도 아픈 '어린이집 적응'

지난 3년간 태평이가 웃고 울었던 어린이집을 떠나 OO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첫날. 태평이와 나는 기대 반 걱정 반,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어린이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쁜 담임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태평이를 맞아주셨다. 금세 태평이의 눈이 하트로 변하더니 아이는 어느새 선생님을 따라 졸랑졸랑 교실로 들어갔다. (이런 금사빠 같으니라고..)

태평이를 들여보낸 후 근처 커피숍에 앉아 혹시나 모를 선생님의 호출을 기다렸다. 다행히 태평이를 데리러 가기로 약속한 시간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고 선생님이 보내준 사진 속 태평이는 누구보다 밝게 웃으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세상에 벌써 이렇게 큰 건가! 하느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두 손 모아 하늘에 감사드렸다. 지금까지 한 걱정이 괜한 것이었다는 생각에 너털웃음마저 났다.

태평이가 잘 적응해 주기를 바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던 OO어린이집.

하원 후 태평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간식을 먹으며 새로운 어린이집에서의 하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OO어린이집은 어떻냐는 나의 물음에 태평이는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대답했다. 하늘에 절이라도 해야 하나 감격하는 순간 뒤따라 나오는 태평이의 한 마디에 나는 순간 파르르 떨렸다.

"엄마, 그런데 나 XX어린이집에 다시 갈래.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보고 싶어"

헐...!!! 30초간 정적이 흘렀다. 나는 애써 안드로메다로 갔던 정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왜 다시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지 그리고 이 모든 건 너의 선택이었다는 걸 다시 상기시켰다. 수긍하는 듯했던 태평이는 그날 밤에 잠들면서도 이전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열창하며 보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나는 애써 괜찮은 척하려고 했지만 가슴이 쓰려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태평이는 OO어린이집 앞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겨우겨우 달래 어린이집에 들여보냈지만 아이는 점심을 거부하고 집에 빨리 가고 싶다며 숨죽여 울었다고 한다. 결국 나는 열 일을 제치고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면 그렇지. 이렇게 빨리 클 리가 없지.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괜히 잘 다니고 있는 애를 데려다가 생고생을 시키고 있는 거 아니야?'

태평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책망은 나를 향했다.

친구들이 보고 싶다며 터덜터덜 XX어린이집으로 향하는 태평이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죄책감에 숨죽여 흐느꼈다.

태평이는 어린이집 문 앞에서 나를 보자마자 안겨 XX어린이집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XX어린이집으로 향했다. 태평이는 터덜터덜 걸어가 창문 너머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보곤 그냥 돌아 나왔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일까, 친구들을 보고 가겠냐고 묻는 질문에 "아니야.."라며 말 끝을 흐렸다.

"엄마, 나 여기(명치 부분을 가리키며)가 썩은 걸 먹은 것처럼 너무 아파. 새로운 친구들이랑 친해지기가 어려워서 그런 건가 봐.."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밥상 앞에서 한 태평이의 이 한 마디에 당장 XX어린이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고작 6살짜리가 이런 말을 하다니.. 억장이 무너졌다. 내 욕심이 태평이를 힘들게 만든 것 같아 미안했다. 안정적이고 편안하던 우리 삶에 괜히 돌멩이를 던진 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왔다.

나흘째 되던 날도 태평이는 울면서 등원을 거부했다. 결국 나는 7번만 더 가보고 그때도 너무 가기 힘들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을 제안했다. 태평이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다음날부터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려고 스스로 애썼다.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안쓰러워 며칠간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었다.

한창 줄넘기에 빠져있던 태평이. 줄넘기하면서 어린이집에 가자며 겨우 집 밖으로 나왔다. 줄넘기가 없었다면 새로운 어린이집 등원 길이 더 천리 만리 길 같았으리라.

그렇게 힘들었던 2주가 지났다. 태평이는 가끔 XX어린이집 친구들 이야기를 꺼내지만 OO어린이집에서의 재미있었던 일을 더 많이 얘기한다.

아마도 예쁘고 밝은 담임 선생님이 덕을 많이 본 듯하다. 게다가 노련하기도 한 선생님은 며칠 만에 태평이의 성향을 파악하고는 '기다리기 전략'을 펼치셨다. 또 매일 하원 후 전화로 태평이가 아침에 등원한 이후부터 하원할 때까지의 일을 소상히 알려주셨다. 몇몇 부분에서 울컥하기는 했지만 아이가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서 내 마음을 다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새로운 친구(태평이)가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라고 얘기해 준 다른 학부모님들의 한 마디도 태평이에게 큰 힘이 된 듯하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들은 태평이에게 먼저 많이 다가와 줬다) 이번에도 아이는 절대 혼자서는 키울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태평이가 태어난 후 생후 15개월 봄, 3세 봄, 6세 가을. 이렇게 세 번의 어린이집 적응기를 끝냈다. 아이가 클수록 적응하는 기간이 짧아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태평이가 새로운 세상과 부딪히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세 번 모두 똑같이 아려왔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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