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살랑살랑' 강남·강북 대표 사찰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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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살랑살랑' 강남·강북 대표 사찰 나들이
  • 임성영 기자
  • 승인 2018.10.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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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전국 각지로 단풍놀이를 떠나는 나들이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꽉 막힌다는 뉴스를 들으니 아이와 함께 멀리 떠날 결심이 쉬이 서지 않죠.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려니 이 아름다운 계절을 그냥 보내버리는 것 같아 아쉽다면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사찰에 가보는 건 어떨까요? 올리브노트가 강남과 강북 지역 대표 사찰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여기 서울 맞아?..시간이 멈춘듯한 성북동 '길상사' 

서울 성북동 삼각산 자락에 자리 잡은 길상사는 탄생 스토리가 흥미로운 곳입니다. 한국 근대의 유명한 시인인 '백석'과 3공화국 요정 정치의 산실인 최고급 요정 한식당 주인 '김영한', 그리고 무소유 정신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법정 스님' 등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세  사람이 등장하죠. 

백석과 김영한은 연인 사이였는데요. 백석의 유명한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 '자야(길상화)' 김영한에 대한 사모곡입니다. 백석은 사랑했던 통영 여인 란에게 버림받은 후 그 슬픔을 진심으로 달래준 기생 자야와 사랑에 빠지죠. 하지만 둘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백석이 일제 치하를 피해 만주로 떠나면서 3년간의 사랑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김영한은 요정 한식당 대원각을 운영하는데요. 대원각은 3공화국 실세들이 애용하던 곳으로 김영한은 지금으로 따지면 상당히 성공한 오너였죠. 그러던 그가 1987년 법정스님의 무소유에서 깨달음을 얻어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고 당시 100억원 이상의 감정가를 받았던 대원각을 사찰로 시주합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원각은 199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길상사라는 사찰이 창건됐습니다.    

원래 요정 한식당이었던 곳이라서 사찰로 들어가는 입구, 즉 일주문이 있어야 할 자리엔 경복궁 근정전에서나 볼 수 있는 팔각지붕이 멋지게 솟아 올라 있습니다. 어느 절에나 있는 사천왕상을 모신 천왕문도 없죠. 경내에 있는 모든 건물들이 일반 기와집 형태인데요. 위 사진 속 극락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알고 보면 더 흥미롭지만 불교신자가 아니고 길상사의 역사에 대해 잘 몰라도 문제될 건 없습니다. 사찰의 가을 풍경이 주는 행복감만 느껴도 충분하죠. 아마 부처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까요? ^^ 

여긴 길상사를 찾은 이들이 카메라 셔터를 가장 많이 누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치형의 문과 그 위의 기와 처마의 곡선에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제가 지난주에 찾았을 땐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이제 서서히 단풍이 들어 더 분위기 있을 것 같네요.  

경내에 흐르는 시냇물 건너편에 좌불상이 하나 있는데요. 매번 올 때마다 이 앞에만 앉으면 뭔가 골똘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오르막길을 따라 가면 법정 스님이 실제로 거주하셨던 진영각이 나옵니다. 지금은 스님의 진영과 유골을 모시고 있으며 저서와 유품도 전시돼 있습니다. 

진영각 입구 오른쪽, 법정 스님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화단인데요. 무소유는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중 하나였던지라 화단 위 활짝 핀 꽃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제 삶을 반성하면서 아이와 함께 기도를 올렸죠.  

벽에 걸려 있는 사진 속 의자는 법정 스님이 평소 앉아 명상을 즐기시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 의자가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사진에 담지는 못했네요. 

의자 사진 아래쪽 툇마루엔 '스님에게 전하는 편지'라고 쓰인 노트가 있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법정 스님께 편지를 썼더군요. 저희 집 대표로 아이에게 써보라고 했습니다.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해 틀린 글자도 있지만 엄마로서는 꽤나 감동스러운 편지였습니다. (ㅎㅎ) 

극락전 오른쪽으로는 설법전이 있고 그 아래엔 길상보탑이 있는데요. 설법전에서 길상보탑 뒤로 보이는 서울의 전경을 보고 있으니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저 멀리 남산타워도 보이네요.  

이번 주말엔 서울에 있지만 서울이 아닌 것 같은 길상사에서 아이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아, 나름 숲속이라 그늘진 곳은 쌀쌀하니 아이 옷을 단단히 입혀 가세요!

◇역사에 놀라고 규모에 놀라는..빌딩 숲속 천년고찰 '봉은사'

강남 한복판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봉은사. 최근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이 생기면서 더욱 접근성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멀리 가기 힘든 날, 가볍게 가서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특히 요즘같은 날씨엔 말이죠. 

강남대로 6차선 도로에 차들이 빽빽하게 서 있지만 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봉은사의 역사에 대해 살짝 언급하자면 신라시대에 '견성사'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뒤 조선시대 연산군 시절 정현왕후가 봉은사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후 중심 사찰로 인정받았지만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대부분의 건물이 불타버렸죠. 

지금 볼 수 있는 봉은사의 주요 건물은 1941년 이후 건립됐습니다. 건물은 대부분 재건한 것이지만 지난 1200년간 이곳을 지켜온 봉은사 터만큼은 우리 민족의 산 역사라고 과언이 아니겠네요. 

대웅전으로 올라가는 길목 왼편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요. 연못 안 스님 동상에 동전들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저 동전들 속엔 행운을 비는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겠죠?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 하니 동전 몇 개 준비해 가는 걸 잊지 마세요. 

법왕루를 통과하면서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대웅전 앞엔 불교신자들이 줄지어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대웅전 현판을 눈여겨 봐주세요. 글씨체가 어떤가요? 

살짝 옆으로 가서 대웅전 처마 아래 알록달록 단청과 벽에 그려진 탱화를 카메라 렌즈로 담아봤는데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그 화려함은 잃지 않았습니다.  

대웅전을 뒤로하고 계단을 올라 조금 더 숲속으로 들어가면 북극보전, 영산전, 영각 등이 나옵니다. 제가 찾은 날은 햇살이 너무 좋아서 돌계단에 앉아 있으니 몸이 나른~해지며 엉덩이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조금 있으니 사람들이 몰리면서 소란스러워져 자리를 옮겨야 해 아쉬웠어요. (ㅎㅎ)

대웅전 서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이곳에서 가장 압도적인 포스를 내뿜는 미륵대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심 속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미륵불이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 깜짝 놀라는데요. 압도적인 포스 때문인지 이 미륵대불에 기도를 하면 실제로 이뤄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시주도 하고 기도도 드렸죠. 

미륵대불 아래로 내려오면 미륵전과 종각이 있고요. 미륵전과 종각 사이엔 작은 약수터(?)가 있습니다. 강남 한복판이라는 점에서 아리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기념 삼아 아이는 주지 않고 저만 한 사발 들이켜 봤습니다. 그냥 물 맛이었어요. (ㅎㅎ)

지난 8월 봉은사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판전이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425호로 지정됐는데요. 봉은사 판전은 추사 김정희가 입적을 앞두고 '판전(板殿)'이라는 마지막 글씨를 현판에 남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아, 봉은사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두 개(대웅전 현판과 판전 현판)나 남아 있다고 하니 조금 큰 아이라면 같이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은데요. 참고로 판전은 미륵대불 왼편(서쪽)에 있습니다.

◇OLIVE NOTE'S PICK

두 곳 중 한 곳만 가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길상사를 선택하겠습니다. 사찰이 세워지기까지의 스토리가 흥미로운데다 도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어 조금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거든요. 숲도 우거지고요. 법정 스님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쫓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접근성을 따진다면 봉은사가 낫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지하철을 타고 갔을 때의 얘기지만요(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주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길상사는 지하철을 타고 간 후 마을버스(02번)로 갈아타야 닿을 수 있습니다. 차를 운전해 가는 게 가장 좋은데 역시 주차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기 전인 오전에 가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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