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단 선행학습' 초·중 경시대회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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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보단 선행학습' 초·중 경시대회 직접 가보니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8.09.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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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최근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수능 절대평가'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이었던 만큼 적용을 받는 학생과 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현재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만 쏟아진다. 교육부가 수능 전형 비율을 30% 이상 늘리도록 각 대학에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수시 비중이 여전히 높아 교과 내신 성적의 영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시 비율이 어정쩡하게 확대돼 내신뿐만 아니라 수능까지 완벽 커버해야 하는 학생들은 고교 진학부터 대학 입시까지 전략을 수정해야 되는 상황이다. 수능 비율이 높아지면서 특목고와 자사고와 같은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발표 이후 처음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전략 설명회에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을 둔 부모들이 상당히 많이 몰렸다고 한다. 대입 대상인 중3 학생뿐 아니라 그보다 더 어린 학생과 학부모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참 대입 설명회가 열리고 있던 그 시각, 기자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시대회에 방문했다. 특목고, 자사고를 준비하는 초등학생들이라면 선행학습과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꼭 준비하는 것이 경시대회란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때문이다.

경시대회 준비 중인 초등학교 저학년생들.

'초등학생이 벌써 입시 준비?'라는 생각으로 시험장을 찾았는데 예상과 달리 정말 많은 학생들이 참가한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폭우에도 경시대회 장소엔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우산들 사이에선 시험장에 입실하는 아이들을 향해 '최선을 다해라' '이번 시험을 못 봐도 다음 시험이 있다'는 식의 대화들이 쏟아졌다. 한두 번 시험장에서 마주친 것이 아닌지 서로에게 반갑게 안부 인사를 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험장을 찾은 연령대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각양각색. 개별적으로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학원에서 단체로 시험을 보기 위해 온 아이들이 상당수였다.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렸는지 시험이 끝난 뒤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좀처럼 끝나지 않았을 정도였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혁신 교육이다 뭐다 하며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으니 아이의 학습 수준을 알 수 없어 경시대회에 처음 왔다"며 "현재 정부가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미 사교육으로 다 배우고)영어 경시대회를 보러 온 아이들이 많기만 하더라. 막상 경시대회에 와보니 사교육을 하지 않는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시대회 시작 후 다소 한산해진 입구 모습이다. 시험이 끝날 시간이 되니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실제 시험이 시작된 후 시험장 입구에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른 경시대회 내용을 공유하거나 학습 진도에 대한 이야기, 학원 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풍경은 비단 경시대회장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모인 온라인 카페를 조금만 검색해봐도 이 같은 대화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정부가 어떤 교육제도를 내놓든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성적 좋은, 선행학습이 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부모가 상당수인 셈이다. 

이와 반대로 시험장을 떠나는 아이들의 얼굴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한 아이는 부모에게 "몇 달동안 경시대회 공부를 하느라 제대로 못 놀았는데 오늘만큼은 게임을 오래 하고 싶다"란 소원을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곤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 속 유명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에 진학할 정도의 학생 대다수가 이미 중3이면 고교 과정을 거의 다 끝내고 수능 준비까지 어느 정도 마친 상태다. 그 이후에는 대입을 위한 스펙 쌓기를 한다. 아이의 적성과 진로 탐색을 위해 중학교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자유학기제가 되레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 투자를 늘렸다는 통계만 봐도 정부 정책이 얼마나 예상과 빗나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그동안 정부의 교육 정책에 실망만 해온 학부모들은 불안감 때문이라도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발표와는 무관하게 수시, 수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사교육에 계속해서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교육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이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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