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언니 육아일기]아이와 단둘이 떠난 해외여행,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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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언니 육아일기]아이와 단둘이 떠난 해외여행, 그 결말은?
  • 임성영 기자
  • 승인 2018.06.04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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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결제하자!"

약 3주 전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자리로 돌아와 매일같이 눈팅만 하던 비행기표를 두 눈 질끈 감고 결제했다. 여기서 두 눈을 질끈 감은 첫 번째 이유는 여행지인 싱가포르행 항공권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남편을 제외한 나와 태평이 표 두 장만 샀기 때문이다. 

비싼 비행기표 값은 여행을 다녀와서 또 다시 노예근성을 발휘해 열심히 일하면 해결되지만 남편 없이 아이와 단둘이! 그것도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이었다. 그간 여행은 항상 온 가족이 함께 했고 여행지에선 늘 남편이 아이를 전담 마크해왔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더 컸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번은 꼭 비행기를 타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는, 그때 당시 누군가가 내 귓가에 대고 '모든 게 괜찮을 거야. 태평이도 이제 5살인데 뭘 걱정해'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 호기롭게 비행기표를 결제한 후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두 눈 질끈 감고 결제한 싱가포르행 비행기표

남편은 그날부터 해외에 나가서 혼자 아이를 보살피는 게 정말 괜찮을지 수십번도 더 물었다. 그런데 남편의 질문에 처음엔 큰 소리를 땅땅 치던 내 목소리가 대답을 하면 할수록 작아지는 건 왜인지..(^^;;) 심지어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엔 '혹시나 태평이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해가 밝아 왔고 나와 딸아이는 어느새 공항에 도착해 남편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남편 없이 공항에 혼자 남겨지자 이제 믿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태평이를 잃어버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계획한 대로 캐리어를 부치고 데이터로밍을 하고 환전까지 마치자 탑승 시간이 가까워 왔다.

비행기에 오르면서 첫 번째 관문이 시작됐다. 워낙 장거리 비행을 많이 해본 터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아이가 짜증을 낼까봐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1차 관문은 스무~스 하게 넘어갔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오른 싱가포르행 비행기 내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

태평이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애니메이션을 두 편이나 신나게 봤고 밥도 말끔하게 다 먹었다. 그리곤 구름과 하늘, 그리고 우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다 이해가 어려웠는지 스르르 잠들었다. 태평이에게 무릎베개를 해준 나도 살짝 잠들었고 그새 비행기는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싱가포르에 도착함과 동시에 두 번째 관문인 '입국심사'를 앞둔 나는 또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입국심사를 한시간 안에 끝내 본 적이 없던 터라 아이가 기다리다 지치면 어쩌나 걱정됐다. 또 혹시라도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한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이상하게 태평이를 낳고 난 후 더 많은 걱정과 불안이 생긴다. 왜 그럴까?)  

물론 태평이가 옆에 있어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입국심사대에 가까워질수록 내 입은 바짝바짝 말라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싱가포르 국적기를 탔던 덕에 입국심사 게이트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았고 입국심사 역시 까다롭게 하지 않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입국장을 통과했다. 비행기에 내려 짐을 찾는 곳까지 나오는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다니! 너무나 쉽게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서 조금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이제 세 번째 관문이 남았다. 싱가포르에서 태평이와 무탈하게 여행하는 것! 결론부터 얘기하면 몇 가지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지만 세 번째 관문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공작새가 동네 강아지마냥 돌아다니는 평화로운 해변에서 한껏 흥이 오른 태평이.

태평이와 나는 계획했던 일정을 120% 소화했다. 아이의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아서 일정을 더 추가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서 신선한 경험을 한 것을 제외하고도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걸 얻었다. 미지의 세계로 단둘이 떠나온 태평이와 나는 평소보다 더 끈끈해졌다. 태평이는 뭘 알기라도 하는듯 나의 말에 더 귀 기울였고 내 의견을 더 잘 따랐다. 그런 태도를 통해 태평이의 생각주머니가 내 예상보다 더 많이 크고 깊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또 태평이에게 온종일 집중하고 수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동안 듣지 못했던 어린이집에서의 일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도 들었는데, 5살 아이의 사회생활도 녹록지 않다는 걸 새삼 알게됐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 두가지 더 있는데 하나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남편의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남편과 함께라면 더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것. 

솔직히 말해 가장 남편이 생각났던 순간. 다리가 너무 아프다는 태평이의 말에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정말 오랜만에 20분 정도를 업고 걸었다.

예를 들면 태평이의 사랑스러운 함박웃음을 나 혼자 보고 있다는 게 왠지 모르게 남편에게 미안했다. 물론 열심히 걷던 태평이가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어부바를 한 채로 20여분을 걸어야 했을 때, 물놀이를 그만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태평이가 계속 함께 놀자고 할 때 더욱 남편이 생각나긴 했다. (ㅋㅋ) 

그렇게 남편의 빈자리를 조금씩 느끼고 있을 때쯤 싱가포르 야경을 감상하고 있던 태평이의 한 마디가 내 눈시울을 붉혔다. 

"아~ 아빠랑 왔으면 더 좋았겠다! 엄마, 다음엔 아빠랑 이 멋진 모습을 꼭 같이 보자!"

태평이와 둘만의 여행을 통해 '배우자로서 그리고 아이의 아빠로서 남편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공항에서 다시 만난 남편을 보고 나는 나직이 한마디 했다. "그동안 미안했다. 오래도록 함께하자"고 말이다) 

태평이가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신기해하는 눈빛과 즐거워하며 웃는 입 꼬리까지 아직 내 마음에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태평이와 둘만의 첫 여행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평생 잊지 못할 태평이와 단둘이 떠난 해외여행 마지막날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을 배경으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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