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키즈 공감
"어린이집 교사요? 아이들 예쁘지 않았으면 벌써 그만뒀죠"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아이들이 예뻐서 계속 일하는 거죠. 그러지 않았으면 아마 진작에 그만뒀을 거예요. 가끔 내일은 출근하지 말아야지 했다가도 아이들이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길 어느새 15년째네요. ㅎㅎㅎ"

강정미(가명, 39세) 교사는 서울 'ㅅ어린이집'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인의 말대로 대학 졸업 후 어린이집 교사로 일한 지 올해로 15년째. 경력 15년이면 베테랑 중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학기 초가 되면 바짝 긴장한다. 잠까지 설칠 정도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

강 교사는 "학기 초엔 새로운 아이들보다 새로운 학부모들에 대한 적응이 더 걱정된다"면서 "교사들끼리 농담반 진담반으로 올해는 무던한 학부모가 많은 반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상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그리고 첫째일수록 학부모가 예민한 경우가 많다"면서 "품고 있던 자녀를 기관에 보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이해는 하지만 교사로서 모든 학부모의 불안감을 감당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교실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꺼냈다. 그는 현재 만 1세(한국 나이 3세)반을 맡고 있다. 강 교사를 포함해 두 명의 교사가 10명의 아이들을 보육하고 있다. 그날 그가 잠깐 우는 아이를 달래는 동안 잘 놀던 두 친구 중 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몸을 물어 버린 거다.

강 교사는 "그런 일이 있을 땐 그 순간부터 양쪽 학부모에게 다 죄인이 된다"면서 "물리게 한 것도 물림을 당한 것도 모두 보육교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쪽 학부모 모두 '아이들끼리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라고 이해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간혹 친구를 문 아이의 학부모들 중에선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봤으면 본인이 상대 부모에게 사과할 일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보육시간에 뭘 하고 있었길래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다짜고짜 CCTV를 돌려보자는 학부모도 존재한다.

강 교사는 "보육교사의 의무가 아이들에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돌보는 거지만 혼자서 5명을 완벽하게 보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몇 년 새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일부 어린이집 교사들의 원생 폭력·학대 사건들로 교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도 학부모들의 이런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다.

그는 "당연히 없어야 할 일이고 잘못한 일에 대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교사들이 더 많은데 그들까지 의심을 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아마 이제 막 교사 생활을 시작한 경우엔 아이가 다치면 의심부터 하는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다"며 "실제로 1년도 못 버티고 다른 직업을 찾겠다며 나가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강 교사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현직 교사로서 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육 교사 1명당 적당한 관리 유아 수를 묻는 말에 그는 "만 1세 아이의 경우 보육교사 1명당 3명, 만 2세는 4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며 "그러면 보육의 질이 훨씬 높아져 학부모의 걱정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영유아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만 1세 영아 5명당 보육교사 1명, 만 2세 영아는 7명당 보육교사 1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강 교사는 "어린이집과 관련한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에서 대책을 세우는데 그게 현실적으로는 보육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예를 들어 교사 수는 부족한데 평일에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하거나 작업해야 할 서류가 늘어나는 상황 등이 그렇다"라고 꼬집었다.

처우에 만족하느냐는 물음엔 "최근 교사 처우 문제가 제기되면서 가정형 어린이집 교사들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국공립의 경우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월급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이지만 처음에도 말했듯 아이들이 예뻐서 하는 일"이라며 "월급 생각은 안 한지 오래됐고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에 바라는 것 하나만 얘기해 달라는 부탁에 그는 머뭇거리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다는 걸 항상 생각하면 아이들은 물론 교사 그리고 학부모 스스로도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넌지시 말했다.

임성영 기자  rossa83041@olivenote.co.kr

<저작권자 © 올리브노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성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