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둥이아빠다]만나자마자 눈물의 생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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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만나자마자 눈물의 생이별
  • 김기훈 기자
  • 승인 2018.04.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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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출산 과정에 함께한 모든 아빠들이 동의하겠지만 출산 당일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제왕절개 수술로 녹초가 된 콤콤이 엄마를 산부인과 일반 병실로 옮긴 뒤 분만병동 병실에 들러 오랜 병원 생활로 한가득 쌓인 짐을 챙겨 나오니 어느새 새벽 3시가 훌쩍 넘었다.

새벽녘 곤히 잠든 다른 산모들을 깨울까 조심스럽게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부른다. 소아과 전공의 선생님이 찾으니 신생아 중환자실로 가보시란다. 콤콤이와의 짧고 강렬한 첫 만남에 이어 무사히 수술을 마친 아내를 마주한 뒤 잠시 풀렸던 긴장이 다시 내 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혹시 콤콤이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 아닐까' 

조금 전 콤콤이를 신생아 중환자실(NICU)로 옮기던 소아과 전공의가 내게 한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첫째(상콤이)는 조금만 도와줬더니 스스로 숨을 잘 쉬는데요. 둘째(달콤이)는 아직 호흡이 불안정합니다'

신생아에게 있어 자가 호흡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호흡을 못할 경우 각종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가 호흡이 잘 안되면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봤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치료 장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이른둥이들이 생명을 잃을 위험은 매우 낮아졌다지만 엄마 아빠 입장에서 각종 튜브와 주사선, 모니터 센서 등을 주렁주렁 달고 힘들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콤콤이는 의학적으로 자가 호흡이 가능하다는 34주 이후에 태어나긴 했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소아과 전공의가 찾는다는 말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안고 신생아 중환자실을 찾았다. 최소 3주는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안고 신생아 중환자실을 찾았다. 상담실로 안내받은 후 소아과 전공의가 입을 뗄 때까지의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아기들 컨디션은 괜찮습니다. 첫째와 둘째 모두 스스로 호흡하고 있고요. 다만 일찍 태어난 만큼 검사할 것도 있고 몸무게도 좀 불려야 해서 한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합니다. 적어도 3주 정도 입원은 예상하셔야 할 것 같네요'

둘 다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는 말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른둥이로 태어난 지라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은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예견했다. 그러나 막상 의사로부터 최소 3주는 입원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엄마 뱃속에서부터 고생했던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서도 엄마 아빠와 떨어져 차가운 병실에 있어야 한다니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뿐이었다. 만나자마자 생이별을 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그래도 당장 특별한 문제없이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에 감사하자'

울컥하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른 뒤 마스크에 가운, 덧신까지 착용하고 집중치료실에 들어섰다.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집중치료실은 먼저 입원한 환아들의 침대로 빼곡했고 그로 인해 콤콤이의 침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빠와 두 번째로 대면한 상콤이와 달콤이는 차고 있는 기저귀가 거대해 보일 정도로 자그마한 몸에 각종 센서기를 달고 눈도 뜨지 못한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주변에 간호사들만 없었다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했다.

이제 이곳에서 콤콤이는 주변의 다른 신생아들처럼 피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후 집에 가기 위한 연습을 하게 된다. 엄마 아빠로선 아이들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콤콤이 엄마는 마취가 덜 풀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내게 아이들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는 오전과 오후 두 번, 각 30분 밖에 되지 않기에 내일 면회시간 때까지 최대한 아이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담으려 노력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돌려 콤콤이 엄마가 있는 병실로 돌아왔다. 

콤콤이 엄마는 마취가 덜 풀려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아이들의 안부를 자세히 물었다. 아홉 달 동안 그 고생을 하면서 뱃속에 품은 콤콤이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수술실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기만 했으니 당연히 보고 싶고 안부가 궁금하기도 할테다. 

'두 녀석 다 한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어야 할 것 같다네. 곧 퇴원할 수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마' 

씽긋 웃으며 건네는 내 말에도 걱정스러운 표정이 지워지지 않는 콤콤이 엄마를 애써 모른 척하며 나머지 짐 정리에 나섰다.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시진 않는다.

벌써 병원 생활은 두 달을 넘긴 지 오래. 보고 싶었던 콤콤이도 만났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아직 병원을 떠날 때가 되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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