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둥이아빠다]콤콤이, 드디어 세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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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콤콤이, 드디어 세상을 만나다
  • 김기훈 기자
  • 승인 2018.04.1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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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엔 끝이 있는 법이다. 현대 의학 기술의 힘을 빌려 너무 빨리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상콤이와 달콤이를 두 달 넘게 엄마 뱃속에 붙잡아 뒀지만 언제까지 붙잡아둘 순 없다. 때가 되면 엄마 아빠를 만나러 나와야 한다. 그때가 엄마 아빠가 바라는 시기보다 꽤나 이를지라도 말이다.

우리 부부를 울고 웃게 했던 자궁 수축 억제제 아토시반(아시반/트랙토실) 주삿바늘은 임신 34주 4일째를 맞던 날 16사이클을 꽉꽉 채우고 나서야 콤콤맘의 팔에서 사라졌다. 오랜 병원생활로 엉망이 된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보다 콤콤이를 조금이라도 뱃속에서 더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던 콤콤이 엄마는 가능하다면 투약을 연장하고 싶어 했다.

나 역시 아내의 생각을 존중하지만 콤콤이가 자가 호흡을 할 수 있는(의학적 관점에서) 임신 34주째에 접어든 만큼 더는 약을 쓰는 게 무의미하다는 담당 교수의 견해를 무시할 순 없었다. 마음 한 켠에선 그간 너무 고생한 아내가 안쓰러워 이젠 콤콤이를 만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초저녁 무렵 담당 교수의 오후 회진 이후 다음날 오전 8시로 제왕절개 수술 일정이 잡혔다. 일정을 미룰 수 있다면 미루고 싶은 게 우리 부부의 마음이었지만 명절 연휴를 앞두고 산부인과 외에 수술실에 함께 들어올 마취과, 소아과 전문의들이 자칫 자리를 비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콤콤이 엄마가 쌍둥이를 품은 고위험 산모인데다 산부인과에서 보기 드문 장기 입원 환자였기에 담당 교수와 의료진은 최대한 안전한 출산을 권했다.

수술실로 향하기 전 긴장한 콤콤이 엄마. 생전 처음 수술을 해보니 더 무섭고 긴장됐을 것이다.

언젠가 오게 될 날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날이 실제로 온다고 하니 심장이 쿵쾅쿵쾅대면서 콤콤이 엄마보다 오히려 내가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목표했던 최소 36주는 채우지 못했지만 콤콤이 엄마의 눈물겨운 모성애와 강한 의지로 25주차부터 지금껏 버텼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아니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이렇게 잘 버텨 아이들을 건강히 낳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게 맞았다.

그러나 역시나 일은 우리 계획처럼 그렇게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마치 지난해 겨울 임신성 당뇨검사를 하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입원했던 그때처럼 말이다. 투약 중단 후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콤콤이 엄마의 자궁은 격렬하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앞서 투약을 중단할 때마다 찾아왔던 수축과는 그 강도가 확연히 달랐다.

자궁 수축의 정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태동검사(NST, 비수축검사) 수치는 70~80은 예사요, 100을 수시로 찍었다. 이 수치는 높을수록 자궁 수축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통도 4~5분 간격으로 잦아졌다. 무엇보다 콤콤이 엄마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평소 참을성이 누구보다 뛰어난 편인 콤콤이 엄마가 극심한 진통에 힘겨워하며 고개를 벽 쪽으로 돌리고 눈물까지 흘리는 걸 보니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밉고 답답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당직 근무 중인 전공의를 급히 호출해 콤콤이 엄마 상태를 살폈다. 전공의는 되레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참고 있었냐며 진진통이 시작된 것 같으니 퇴근한 담당 교수에게 곧바로 연락을 취하겠다고 했다. 여차하면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능하다면 밤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예정된 시간에 안전하게 콤콤이를 만나고 싶었지만 자칫 산모와 둥이 모두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의료진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콤콤이 엄마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간 후 도저히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서둘러 병원으로 온 교수는 상태를 보고는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전공의들에게 곧바로 수술실을 잡고 소아과와 마취과 의료진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지시했다. 산부인과, 마취과, 소아과 전공의의 수술 과정에 대한 설명과 동의서 작성에 이어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간 콤콤이 엄마는 침대에 실린 채 수술실로 이동했다. 이 모든 게 순식간에 진행되다 보니 콤콤이 엄마는 물론 나 역시 어떤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렇게 콤콤이 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앞 보호자 대기실에서 40분 남짓 기다렸을까.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더니 콤콤이 엄마 보호자를 찾는다. 허겁지겁 뛰어들어가서 마주한 건 바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상콤이와 달콤이. 조금 일찍, 조금 작게 태어나다 보니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조그만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신생아 중환자실(NICU)로 이동하기 전 잠시 아빠와 처음 만날 정도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뒤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동 중에 아빠와 처음 만난 상콤이

'이 조그맣고 귀여운 녀석들. 너흴 만나기 위해 엄마 아빠가 얼마나 참고 기다렸는줄 아니? 아빠가 곧 보러 갈 테니 잠시 기다리렴' 

찰나의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걸 간신히 참고는 눈빛과 손짓으로 채 눈도 뜨지 못하는 콤콤이와 첫인사를 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여가 지난 후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콤콤이 엄마가 병실로 옮겨졌다. 가뜩이나 마른 몸에 수술로 인해 피까지 많이 흘리다 보니 얼굴빛이 그야말로 창백했다. 그 모습을 보니 힘들었던 병원 생활의 기억과 콤콤이 엄마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이 교차하면서 콤콤이와 만날 때보다 더 굵은 눈물방울이 내 볼을 타고 흘렀다.

'너무 수고했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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