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둥이아빠다]끊을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의 그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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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끊을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의 그 약
  • 김기훈 기자
  • 승인 2018.03.22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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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고 급박하게 대학병원으로 옮기게 됐지만 적응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이미 꼬박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병원에서 보낸 나름 '베테랑' 환자와 보호자니 말이다.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고위험 산모다 보니 분만 병동 내 진통실에 머무르면서 옆 자리 분만 산모들의 진통은 고스란히 들어야 했지만 적어도 병실 환경은 좋아졌다. 

'커튼 감옥'에 비유할 정도로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여성병원 병실과 비교해 대학병원 병실은 과장을 약간 보태 '2~3성 호텔(?)'쯤으로 여겨졌다. 침대 옆에 제대로 앉아 있을만한 공간조차 마땅찮아 어정쩡하게 있어야 했던 이전 병원과 달리 이곳은 심지어 보호자가 다리 뻗고(솔직히 간이침대 길이가 좀 짧아 살짝 구부리긴 했다) 잘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물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다인실 한구석의 좁고 답답한 침대 자리겠지만 말이다.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도 병원은 병원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상대적인 편안함을 느낄 여유 따윈 우리 부부에게 없었다. 대학병원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배수진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버티지 못한다면 콤콤이는 예정일보다 한참 일찍 태어나 '이른둥이'로 분류된 뒤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그 작은 몸 곳곳에 주삿바늘을 꽂고 몇 달은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한다.

대학병원에선 앞서 입원했던 여성병원에 비해 콤콤맘 곁에 있을 공간이 조금 더 넓어졌다.

하필 그맘때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하는 '말도 안 되고 절대 있어서도 안되는' 사고가 터졌다.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그 소식을 듣고선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난 콤콤맘의 남편이자 콤콤이의 아빠로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 그게 극심한 불안감 속에서 한 달 넘게 자신과의 싸움을 묵묵히 벌이고 있는 콤콤맘과 콤콤이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했다.

내가 곁을 지키며 정신적인 보호자의 역할을 했다면 병원에 오자마자 달게 된 자궁 수축 억제제 아토시반(아시반/트랙토실)은 콤콤맘의 조산을 막을 최후의 보루이자 의학적인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토시반은 분만 시 자궁을 수축하게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 방출을 억제해 조산을 방지하는 약이다. 

주변 사람들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비싼 대신 약효는 좋다는 얘길 들었지만 콤콤맘에게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모르는 일. 천만다행으로 효과는 좋았다. 약을 쓰는 동안 수축은 눈에 띄게 진정됐고 그로 인해 자궁경부 길이도 더 짧아지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했다.

한 번 쓰기 시작한 뒤 도저히 끊을 수 없었던 아토시반. 결국 이 약을 16사이클이 될 때까지 계속 썼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약이라는 게 계속 써서 좋을 것은 없다. 아토시반을 맞은 산모 가운데 출산 후에도 자궁이 잘 수축되지 않아 고생했다는 이들을 종종 봤다. 태아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부모된 입장에서 혹시 모를 부작용도 우려스려웠다. 담당 교수 또한 이런 우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다 콤콤맘이 단 며칠 만이라도 집에서 쉬면서 출산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적극적으로 약을 떼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약을 떼려고 하면 처음엔 괜찮다가 한두 시간이 지나면 수축이 심해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우린 다시 약을 다시 달 수밖에 없었다. 단 걸 좋아하는 어린애들이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우리에게 있어 아토시반은 '끊을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의 약'이었다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다.

그렇게 아토시반을 무려 16사이클이 될 때까지 계속 썼다. 아마 이 병원 기록이 아닐까 싶다. 1사이클은 약 2~2.5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은 임신 34주 전, 3사이클까지만 적용된다. 4사이클부터는 전액 환자 부담이다. 병원마다 환자마다(고위험 산모 여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전액 환자 부담 시 1사이클당 비용은 최소 40만원을 넘어간다.

이전 여성병원과 지금의 대학병원에서 계속된 라보파와 아토시반 투약으로 콤콤맘의 양손과 양팔은 주삿바늘과 멍 자국으로 더 이상 바늘을 꽂을 곳이 없을 정도였다.

약을 처음 쓸 때만 해도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중간중간 간호사와 담당 교수가 병원비가 많이 나올텐데 약을 계속 써도 괜찮겠냐고 물어볼 땐 병원비에 대한 압박감이 현실로 확 다가오기도 했다. 심지어 원무과에서도 무슨 약값이 이리 많이 나왔냐며 걱정(?) 해주기까지..

하지만 나중에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약이 안 들으면 어쩌나가 더 걱정됐다. 콤콤이가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겪을 고통과 아픔, 혹시 모를 후유증.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로서의 안타까움과 슬픔, 미안함은 지금의 병원비 부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직 젊으니 돈이야 벌면 된다.

'콤콤맘~ 병원비는 걱정 말고 지금처럼만 버텨줘. 콤콤아~ 엄마 뱃속에서 조금만 더 놀고 있으렴. 아직 나올 때가 아니니 더 이따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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