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둥이아빠다]예고 없이 찾아온 병원생활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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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예고 없이 찾아온 병원생활 2막
  • 김기훈 기자
  • 승인 2018.03.0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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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에 대한 기대는 한 풀 꺾였지만 우리 부부의 남은 바람이 있다면 대학병원 입원은 어떻게든 피하자는 것이었다. 조기 진통 산모와 보호자에게 있어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은 아이가 당장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첫 번째 일요일, 그토록 피하고 싶던 그 일이 결국 오고야 말았다. 각종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약발'은 잘 듣던 자궁 수축 억제제 '라보파(Lavopa)'는 투여한 지 딱 한 달째를 맞아 우리를 철저히 배신했다.

콤콤맘이 여성병원에 입원한 한 달 간 매일 서너 번씩 태동검사(NST, 비수축검사)를 받을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봤던 수축 그래프는 오전부터 들쭉날쭉 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앞서 라보파 투여량을 줄였을 때 모습과 비슷해 섣부른 걱정은 않기로 했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여느 때처럼 다음날 출근 준비를 위해 집으로 향하면서 '약을 쓰고 있으니 당장 큰일은 없을 거야'라며 불안해하는 콤콤맘을 다독였다. 

콤콤맘의 자궁 수축 정도와 콤콤이들의 심장 박동을 확인하기 위한 태동검사(NST, 비수축검사) 그래프의 모습. 그래프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콤콤맘과 난 불안감에 휩싸이기 일쑤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막 옷을 갈아입으려던 찰나 콤콤맘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안하지만 다시 병원으로 와줘야 할 것 같다'고... 내가 집으로 가는 새 라보파 투여량을 병원 기준 최대치인 3단계(12가트)까지 늘렸지만 수축은 오히려 심해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당직의사가 급히 경부 길이를 재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1.9~2.4cm였던 길이는 1.7cm까지 짧아졌다. 최대한 빨리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하니 보호자인 날 급히 호출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난 안드로메다로 가려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당장 병원에서 부른 사설 앰뷸런스가 도착하기 전에 재빨리 짐을 싸야 했다. 한 달 간 장기 입원을 하고 있던 데다 전원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만큼 꼼꼼한 짐 정리는 언감생심이었다. 눈에 보이는 물건들만 가방에 대충 쑤셔 넣기 바빴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탓인지, 긴장해서 어찌할 줄 몰라서인지 한겨울 추운 날씨에도 몸에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콤콤맘을 태운 앰뷸런스가 사이렌을 울리며 먼저 출발하고 난 뒤따라 황급히 차를 몰았다. 혹시라도 콤콤맘과 콤콤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달렸던 그 10여 분간의 시간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종교도 없는 내가 부처님과 하느님, 예수님 등 생각나는 모든 분(?)들의 이름을 외치며 제발 콤콤맘과 콤콤이에게 아무 일이 없길 도와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콤콤맘은 분만실 겸 진통실로 이동 후 태동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았다. 그새 콤콤맘의 경부 길이는 더 짧아져 1.5cm까지 줄어 있었다. 병원 산부인과 당직의사는 라보파가 듣질 않으니 아토시반(아시반/트랙토실)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자궁 근육을 이완하는 라보파와 달리 아토시반은 자궁 수축과 관련한 호르몬인 옥시토신 방출을 억제해 조기 진통을 막는 약이다. 라보파보다 부작용이 적고 약효도 좋은 대신 가격은 라보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싸다. 그러나 우리 부부 입장에선 가격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대학병원 전원과 더불어 혹시 모를 조산에 대한 두려움, 걱정으로 우리 부부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토시반 투여가 시작되고 콤콤맘 배에는 수축이 잡히는지, 콤콤이의 심장박동이 정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태동검사 센서가 부착됐다. 간호사는 밤새 검사가 계속 될테니 남편도 옆에서 대기하라며 간이침대를 꺼내줬다. 수축이 진정되기까진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기에 눕다 앉길 반복하면서 그야말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새벽 6시가 채 안 된 시간, 이 병원 산부인과 과장이자 콤콤맘의 주치의인 교수가 출근하자마자 콤콤맘의 상태를 보러 진통실을 들렀다. 마른 체격에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그는 외모와는 달리 차분하고 따뜻한 말투로 '간밤 검사 결과를 보니 예단하긴 이르지만 아마 괜찮을 것'이라며 우리 부부를 안심시켰다.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는 생각과 더불어 바짝 조였던 긴장의 끈이 조금 풀리면서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이제 고작 29주 4일. 어떻게든 콤콤이들을 엄마 뱃속에서 더 키워야 한다. 그게 설사 단 하루가 될지라도 말이다.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월요일 새벽 진통실 한 켠에서 우리 부부는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며 병원생활 2막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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