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포비아]①'노케미·로케미족'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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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포비아]①'노케미·로케미족'이 뜬다
  • 임성영 기자
  • 승인 2017.05.1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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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사태 이후 천연 제품 판매량 부쩍 늘어

#8살, 4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희은(40세)씨는 자칭 ‘로(low)케미족’이다. 현실적으로 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전혀 안쓸 도리가 없어 ‘노(no)케미족’이라는 말은 못해도 지속적으로 화학 제품의 사용을 줄여가고 있다. 김 씨가 화학 물질을 줄이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토피로 고생한 둘째 아이 때문이다. 김씨는 인체는 물론 자연에도 무해한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섞어 만든 세제로 빨래를 하고, 공방에서 직접 만든 저온숙성 비누를 이용해 샤워와 세안을 한다. 얼마 전부터는 천연화장품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노케미(No-chemi)족은 ‘No chemical’의 줄임말로 화학물질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인체에 유해한 계면활성제 등의 화학물질이 첨부된 일반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노푸족(No-poo)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작년 천연 제품 판매량 급증

21세기 들어 ‘웰빙’과 ‘환경보호’가 전세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화학 물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터지면서 화학물질 기피 현상이 고조됐다.

특히 지난해 초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데다 생활필수품에서 유독·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들의 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감(케미포비아)은 극에 달했다. 이에 인체에 무해한 천연 제품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2위 오픈마켓인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4월 기준으로 1년동안 친환경·천연 주방세제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79% 늘었다. 같은 기간 자연 가습기와 공기정화식물 판매량도 각각 32%, 48% 증가했다. 천 기저귀 판매량은 53% 증가했다.

1위 오픈 마켓인 G마켓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공기정화 식물 판매량은 전년대비 49% 증가했고, 면생리대 판매량은 같은기간 35% 늘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천연 방향제나 천연 비누, 천연 화장품 등을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아토피 등 각종 피부질환과 탈모 등이 완화됐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천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단체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습기 사태관련 기자회견을 한 이후 옥시 불매 운동 차원에서 옥시 제품을 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환경운동연합)

◇가습기 살균제에 치약·기저귀까지..’생필품 안전성 신뢰 바닥’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유독 화학물질인 메틸이소치아졸리논/클로로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CMIT),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연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을 함유한 살균제로 국내에서 221명(1 2차 조사 결과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피해자 수치)이 사망한 사건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살생물제(殺生物劑) 사건이으로 미생물이나 해충을 죽이기 위해 만든 화학제품이 도리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간 경우다. MIT/CMIT와 PHMG, PGH 등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가면 폐를 굳게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지난해 9월엔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11개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원인이 됐던 유독 물질인 CMIT/MIT가 검출 ·발견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분기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치약 시장 점유율 26%로 2위였다. 하지만 3분기 이후 반품 물량이 쏟아졌고 판매 가능 제품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며 점유율 20%대가 무너졌다. 작년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시장 점유율은 15.4%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점유율은 각각 24.2%, 25.2%였다.  

올해 2월엔 프랑스에서 프록터앤갬블(P&G)사의 일부 기저귀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학 물질을 덜 쓰는 유아 전용 제품도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천연 제품 선호 현상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노케미족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간 몰랐던 화학제품의 치명적인 위험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려지면서 생필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맛은 더욱 깐깐해지고 눈높이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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