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둥이아빠다]커튼감옥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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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둥이아빠다]커튼감옥에서도 시간은 흐른다
  • 김기훈 기자
  • 승인 2018.02.06 08:5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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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5주차 얼떨결에 시작된 병원 생활은 예상치 못한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입원 첫날 아무리 빨라도 2주, 보통 한 달은 입원을 각오해야 할 거라는 말을 듣곤 "에이~ 무슨 그렇게까지' 하며 반신반의했던 우리 부부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담당의는 자궁 수축으로 인한 조기 진통의 경우 산모의 상태 변화를 시간을 두고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아직 임신 주수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조산 위험이 커 조기 퇴원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물며 한 명의 아기를 가진 산모도 조기 진통이 오면 몇 주는 입원한다는데 콤콤이 엄마는 쌍둥이를 품은 고위험 산모인데다 고작 임신 25주차 밖에 되지 않았으니 장기 입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단태아의 경우 40주를 기준으로 플러스(+) 마이너스(-) 2주, 즉 38주~42주를 만출(만삭출산)로 보지만 쌍태아는 두 명의 아이가 뱃속에 들어 있는 만큼 통상 36~37주를 적정 출산 시기로 여긴다. 콤콤이 엄마는 만출 시기가 아직 한참 남아 있는 만큼 어떻게든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는 게 중요하다. 1차 목표는 의학적으로 태아의 생존 확률이 90~95%에 이른다는 28주까지 버티기.

당장 24시간 내내 주삿바늘을 통해 맞아야 하는 약에 적응하는 게 중요했다. 입원 첫날부터 쓰기 시작한 자궁 수축 억제제 '라보파(Lavopa)'는 보험이 적용돼 투약 비용이 저렴하지만 산모들 사이에서 부작용으로 악명이 높은 약제. 산모에 따라 정도가 다르나 대부분 심장이 두근거리고(심박수 증가) 손이 떨리는 등의 부작용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에는 폐에 물이 차기도 한다. 콤콤이 엄마도 라보파 투여 초기 심장 두근거림과 손떨림에 시달렸지만 다행히 약에 상대적으로 잘 적응했다.(물론 그 약이 '약발'을 발휘할 때까지만..)

좁은 병실 안에 4개의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커튼 감옥이 따로 없다.

이보다 더 힘든 건 주변 환경이었다. 퇴원일을 기약할 수 없는 탓에 입원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인 일반 병실을 선택했다. 콤콤이 엄마가 입원한 병원은 일반 산부인과보단 규모가 있는 여성병원이지만 애초 병원 시설을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 아니다 보니 병실 공간이 다소 협소했다. 그래서 4인실이라고는 하나 실제 크기는 대학병원 1인실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좁은 공간에 커튼을 경계 삼아 4개의 침대와 보호자 간이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그야말로 '커튼 감옥'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이 커튼 감옥은 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은 산모들로 늘 만원이었다. 입원한 병원의 경우 보통 자연분만은 2박3일, 제왕절개는 3박4일간 입원해 몸을 추스른 뒤 퇴원하는데 콤콤이 엄마는 마치 '방장'처럼 이 병실에 쭉 입원해 있다 보니 며칠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입퇴원을 하는 어수선한 상황을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계속 마주해야 했다.

매일같이 병실로 출퇴근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바로는 출산 후 회복 과정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자연분만 산모보단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산모들의 산후 후유증이 심하다. 혹시 모를 조산에 대한 두려움 속에 화장실 가는 것을 제외하곤 하루 온종일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지내야 했던 콤콤이 엄마.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가는 상황에서 고작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출산 산모들의 고통 어린 신음소리까지 하루가 멀다고 들어야 했으니 고생이 오죽했을까. 

게다가 면회시간 외 병문안을 철저히 막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과 달리 콤콤이 엄마가 입원한 여성병원은 수시로 면회객이 드나들어 더 안정을 취하기 어려웠다. 이들 면회객 중에는 같은 병실 입원 산모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시종일관 큰 소리로 떠들거나 심지어 산모들만 이용하는 병실 내 화장실을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비매너의 소유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남성 보호자들 중에서도 버젓이 화장실을 쓰는 사람이 많다.)

이 좁은 병실에서 콤콤이 엄마는 그 오랜 시간을 견뎌냈다. 모성애라는 건 정말 대단하다.

매일 난 서둘러 퇴근 후 집에 들러 콤콤이 엄마가 먹을 간식거리와 필요한 물건들을 후다닥 챙긴 뒤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다 밤 9시가 넘으면 콤콤이 엄마의 '이제 가~ 집에 가서 편하게 자~'라는 말을 신호 삼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이 가깝다는 핑계, 병실에 몸을 제대로 뉠 공간이 없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병원에 홀로 있을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은근슬쩍 넘기고 자책하길 반복했다. 내가 가고 나면 콤콤이 엄마는 다음 날 오후까지 온전히 혼자 남았다.

콤콤이 엄마가 입원한 지 3주를 맞던 어느 금요일, 옆자리가 비었다. 이날 그 자리에서 하룻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나서야 내가 없을 때 콤콤이 엄마가 홀로 감내했을 아픔과 두려움,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아니 콤콤이를 뱃속에 품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아이들을 위해 절대적인 사랑을 베풀면서 이 모든 시련을 참고 견뎌내는 엄마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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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맘 2018-02-08 17:12:22
눈물이핑도네요 홧팅입니다

두르둡둡 2018-02-08 16:33:28
저도 둥이임신하고 26주부터 36주까지 6인실에 쭉~ 입원해 있었어요~ 저희 남편은 병원이 멀어서 3일에 한번 왔다가고 시댁이랑 친정도 멀어서 딱 한번만 병원 왔었어요..길고 긴 시간 혼자서 너무힘들고 외로워서 매일 울고..출산 산모들은 솔직히 기쁘겠지만 면회하시는 분이 너무 시끄러웠어요ㅠ 코 고는 사람도 많고;; 임신때도 힘들었는데 출산하고도 둥이키우기가 억 소리 나게 힘들더라구요..이제 저희애들 27개월 되었어요
많이 키웠지요?ㅎ 둘이 많이도 싸우지만 잘 놀고 서로 챙겨주는거 보면 뿌듯합니다ㅎㅎ 모든 둥이 엄빠 파이팅 입니다!

힘내세요 2018-02-08 14:42:34
얼마전 출산한 둥이맘이라 맘이 찡하네요ㅠ 둥이품기..진짜 쉽지않죠ㅠ 힘들지만 이렇게 든든한 남편이 있으니 잘이겨내실수 있을것같아요~ 아가들도 엄마 아빠의 맘이 전달되서 잘버텨줄거에요. 미숙아로 태어난게 무색할정도로 통통하게 잘크니 넘걱정마세요ㅎㅎ
꼭 건강한 둥이들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오렌지에이드 2018-02-08 12:50:21
저도 같은 둥이맘으로 우연히 글보다가 너무 비슷한 상황이여서 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네요..저도 26주때 조산기로 입원 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지고 버티다가 결국 37까지 버텼네요..진짜 세수도 안하고 움직이지도 않았어요ㅠ저도 옆 침대에서 애기 낳는 소리.. 우는소리..다 들을때 얼마나 힘들었는지..잘 이겨낼거라 믿어요!!!!!

느끼 2018-02-06 10:47:28
얼마나 힘드실까요ㅜㅜ 정말 엄마라는 이름은 많은 아픔과 눈물로 만들어지나 보네요 힘내세요!!
콤콤이들은 나중에 엄마한테 잘해야 한다!! 안그럼 아빠한테 혼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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