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둥이아빠다]임신 25주차, 그렇게 시련은 시작됐다
상태바
[나는 둥이아빠다]임신 25주차, 그렇게 시련은 시작됐다
  • 김기훈 기자
  • 승인 2018.01.25 08:50
  • 댓글 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콤이와 달콤이(딸둥이의 태명. 둘이 합쳐 '콤콤이')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지 어느새 7주가 넘었다. 콤콤이 엄마 남편이자 보호자인 내가 매일 같이 병원과 집, 회사를 오가는 정신없는 삶을 산 지도 딱 그만큼 됐다. 가만있어 보자. 콤콤이 엄마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소 곱창구이 집에 못 간지는 서너 달은 됐으려나...

병원에서 2017년의 마지막 달을 온전히 보낸 것도 모자라 2018년의 첫 달 달력도 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병원 생활이 거의 두 달에 접어드니 이제 현실을 받아들일 때도 됐는데 아직도 이게 그냥 꿈이었음 싶다.

결혼 4년 차를 맞은 지난해 여름. 연애 기간을 포함해 만 10년을 둘이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새로운 가족을 만들 때가 됐다며 2세 만들기에 돌입한 지 불과 얼마 안 돼 우리에게 찾아온 상콤이와 달콤이.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양가에서 쌍둥이는 없는데' 하며 깜짝 놀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 년이 지났다.

임당검사를 하러 갔다가 조산기로 갑작스럽게 입원한 콤콤이 엄마. 본인이 가장 놀랐을텐데 오히려 남편보다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콤콤이 엄마는 임신 25주차에 갓 접어든 작년 12월 초 다니던 여성병원에 갑작스럽게 입원했다. 담당의는 자궁 수축이 심하게 오면서 자궁경부 길이가 급격히 짧아졌다며 이대로 두다간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할 수 있다고 당장 입원하기를 권했다. 사실 권했다기보단 명령에 가까웠다고 하는 게 맞겠다.

자궁경부는 임신 중 태아가 안전하게 있도록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여유 길이가 짧아질 경우 조산 위험이 커진다. 25주 정도의 임신 주수에선 자궁경부 길이가 적어도 3cm 이상은 돼야 하지만 콤콤이 엄마의 경부 길이는 고작 1.1cm에 불과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상황이 꽤 심각했다.

2주 전 초음파 검사에서 경부 길이가 3.1cm이니 외부 활동을 되도록 줄이는 게 좋겠다는 담당의 권고에 출퇴근을 제외하고 바깥출입은 물론 집에서도 거의 누워만 있던 콤콤이 엄마였는데 그새 경부 길이가 2cm나 짧아졌다니... 오 마이 갓! 그맘때 임산부들의 정기검사 중 하나인 임당 검사(임신성 당뇨검사)를 받으러 이날 별생각 없이 병원을 찾았던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입원하자마자 자궁 수축을 억제하는 라보파(Lavopa) 투약이 시작됐다. 이 약을 끊기 그리 어려운 지 그때는 몰랐다.

콤콤이 엄마를 일단 병실 침대에 눕히고 원무과에 내려가 입원 수속을 밟은 뒤 간단한 옷가지와 세면도구를 챙기러 집에 가는 길. 쌍둥이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나 봤던 이런 일이 왜 우리에게 생긴 걸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아냐, 며칠만 있으면 퇴원할 수 있겠지. 콤콤이 엄마가 더 무섭고 당황스러울 텐데 내가 정신 차려야지'. 이 병원에서 쓰는 약으로 하루 안에 자궁 수축이 잡히지 않으면 대학병원으로 서둘러 옮겨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듣고서는 긴장의 끈을 놓칠 여유조차 사라졌다.

입원 직후 콤콤이 엄마 팔에는 커다란 주삿바늘이 꽂혔다. 자궁 근육을 이완해 수축을 억제하는 약제인 '라보파(Lavopa)' 투약를 위해서란다. 최악의 상황으로 아이들이 빨리 나올 경우를 가정해 콤콤이 엄마는 실로 몇 년 만에 엉덩이에다 주사도 맞았다.

콤콤이 엄마가 맞은 폐성숙주사(스테로이드)는 조산 시 폐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자가 호흡이 어려운 아기들이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 주사다. 12시간 간격으로 이틀간 총 4번을 맞는다. 엉덩이에 맞는데도 은근히 아프다고 한다. 갑작스런 입원으로 정신이 없을 터인데 대견스럽게도 콤콤이 엄마는 의연하다. 오히려 내가 더 놀랐을까봐 괜찮다며 달래주기까지... 혹시 내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본 걸까.

콤콤맘이 입원한 여성병원의 분만병동. 매일 같이 병원으로 출근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딱 이 모습이 펼쳐졌다.

간밤 라보파 투약을 1단계부터 시작해 3단계(이 병원 기준 최대치)까지 높인 뒤에야 다행히 수축이 어느 정도 잡혔다. 경부 길이도 2.6~3cm로 늘어났다. 차도가 있으니 당장 우려했던 대학병원 전원은 안 해도 되거니와 우리 부부의 희망처럼 며칠 만에 퇴원도 가능할 것 같았다. 다시 편안한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가 만출(만삭 출산)을 준비하면 되리라.

하지만 희망은 그저 희망에 불과한 걸까. 누가 알았으랴. 우리의 길고 긴 병원 생활은 이제 시작일뿐이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9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아들둥이맘 2018-04-02 09:56:50
저도 일란성쌍둥이 엄마에요
갈비뼈에 금가고 장기들이 눌려서 병원에 갔더니 조산기까지 와서 급히 입원했었는데 출산 때까지최소 두달가량 입원해야 할것 같다고 들었다가 양수1.5리터 뽑고 좋아졌다고 퇴원하래서 신나게 퇴원했다가 일주일도 못되서 조산했네요

저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쌍태아수혈증우군으로 둥이에개 이상이 생겨 양수도 4리터가 넘었었거든요

몸이 그렇게 아프고 힘들어도 애기들 생각에 힘내서 버틸 수 있었어요

예쁜 딸둥이 엄마께서도 정말 대단 하시네요

힘든시기 잘 견디셨으니 키우시는것도 잘 해내실것 같아요 화니팅입니다~!!

Y 2018-01-26 21:49:17
ㅠㅠ 16주에 입원해 아직도 병원에 있는 제 얘기 같아요...

꼭지맘 2018-01-26 20:39:49
힘내세요~~

똑똑이맘 2018-01-25 23:56:18
저도 적년에 이맘때 조산기로 입원했어요.
커튼쳐진 6인실에서
혼자 훌쩍 거리고 울었는데...
아가 35주 채우고
잘 자라서 이제 돌이예요!!
힘내세요!!!

딸둥이맘 2018-01-25 23:12:10
작년 이맘때의 제모습같네요...
일찍만났지만 잘자라줘서 곧 돌이에요^^
콤콤맘 힘내세요!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