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아이를 위한 '사랑의 매'도 아동학대일까요?
상태바
[Q&A]아이를 위한 '사랑의 매'도 아동학대일까요?
  • 임성영 기자
  • 승인 2020.06.22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동학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출처=영화 미쓰백)
아동학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출처=영화 미쓰백)

계모가 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부터 의붓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가파른 지붕을 건너 집에서 탈출한 딸까지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많은 부모가 아동 학대의 기준과 정도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부모 세대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체벌'이 용인됐던 시대에 살았던 터라 어디까지가 소위 '사랑의 매'이고 어디까지가 '학대'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학대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NGO) 세이브더칠드런의 자료를 바탕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체벌이 정말 아이를 다치게 하나요?

A. 물론입니다. 체벌이 신체적 감정적으로 아이들을 다치게 한다는 건 수많은 연구 결과가 보여줍니다. 체벌은 아이가 체벌을 받는 그 순간뿐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폭력과 모욕적 대우는 아이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건 물론이고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의 정신 발달에 손상을 줍니다. 자존감도 떨어뜨리는 등 신체적 심리 정서적으로 아이를 다치게 합니다.

체벌을 할 때 그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때리는 사람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부모가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 체벌도 아이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세기와 횟수로 치달아 갈 수 있습니다.

Q.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사랑의 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 안전한 체벌은 괜찮지 않을까요?

A. 안전한 체벌은 없습니다. 또 '사랑의 매'는 사랑하면 때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아동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를 때리는 것과 '사랑의 매' 모두 그 의도나 정도에 상관없이 아이의 존엄성과 신체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입니다. 

아이가 부상당하거나 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진 사건을 보면 많은 경우 그 시작은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훈육 차원에서였습니다. 처음엔 아이를 가볍게 때리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체벌을 할수록 어른은 때리는 행위에 둔감해지고 점점 가혹하게 때리는 행태를 보이기 쉽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실제로 있습니다. (☞관련기사 [알쓸신법]이웃집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돼요..제가 신고해도 될까요?)

Q. 저도 어릴 때 맞고 자랐지만 아무 문제 없이 잘 자랐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때려서 가르치지 않았다면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었을까요?

A. 부모님께 맞지 않았을 때 우리가 어떻게 자랐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 체벌을 견디며 '잘 자라난 사람' 일지라도 자신이 겪은 체벌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까지 '괜찮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때리는 건 어른은 보통 자신이 어릴 적에 맞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자랐다고 이야기하며 체벌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이전 세대가 당시 널리 퍼져있는 문화에 따라 행동했더라도 사회가 변하면 그 규범 또한 변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금지된 것처럼 아동에 대한 모든 폭력 역시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Q. 체벌을 꼭 법으로 금지해야 할까요? 부모들이 체벌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A. '체벌은 위법'이라는 규정 자체가 강력한 사회 교육의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법과 교육이 한 목소리를 낼 때 그 결과가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모든 형태의 체벌을 없애려면 △교육과 △법에 의한 금지 모두 필요합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행위를 법이 허용하고 있을 때 교육만으로 그 행위를 그만두게 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법에 따른 체벌 금지는 보호자가 아이를 양육할 때 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을 찾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전문가와 정책입안자, 대중매체 역시 체벌 근절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Q. 체벌을 금지하는 국제법이 있나요? 부모라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요?

A. 아이는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닙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부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아동 최선의 이익'을 바탕으로 △양육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제3조). △우리가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19조)고도 정하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모든 종류의 잔혹하고 품위를 훼손하는 벌과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고 신체의 소중함을 침해하는 어떤 종류의 체벌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며 △신체적 처벌은 물론 그 외 모욕적인 형태의 모든 처벌은 폭력 행위임을 강조합니다. 

2018년 기준 모든 상황에서 신체적 모욕적 처벌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53개국에 이릅니다. 명확한 아동권리 원칙과 신체적·모욕적 처벌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여러 연구에 힘입어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체벌 금지 국가
전 세계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세이브더칠드런)

Q. 체벌은 우리의 전통 양육방식입니다. 이를 금지하는 건 서양 중심적인 사고방식 아닌가요?

A. 체벌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아동에 대한 체벌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많은 국가에서 체벌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인종 문화 전통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폭력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떤 문화에서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종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가 체벌을 지지하고 의무적으로 체벌을 하게 한다고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종교나 신념을 추구할 권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Q. 체벌을 전적으로 금지한다면 아이들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그냥 보고 있어야 하나요?

A.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특히 아이가 영유아일 때 보호를 위한 물리적인 행동이나 간섭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물리적인 힘을 쓰는 것과 체벌을 통해 아이에게 고통이나 굴욕을 주는 건 전혀 다른 일입니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보호를 위한 물리적인 행동과 폭력의 차이를 알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에서 법은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지닌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힘의 사용을 허용합니다.

*참고자료=세이브더칠드런 '체벌근절'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