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스크 5부제' 사흘째 "중복구매 시스템 먹통, 주민번호 쓰세요!"
상태바
[르포]'마스크 5부제' 사흘째 "중복구매 시스템 먹통, 주민번호 쓰세요!"
  • 임성영 기자
  • 승인 2020.03.11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일(11일) 출생연도 뒷자리가 3,8에 해당하는 사람만 구매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붙인 약국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마스크에 한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첫 시행 일로부터 이틀이 지났고, 각 약국마다 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나와 마스크 구매가 이전보다 편해졌을 거란 기대감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직접 마스크 구매에 나서 본 결과 상황이 좋아진 건 맞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보였습니다.    

우선 실시간으로 각 약국의 공적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앱과 웹서비스부터 문제였는데요. 11일 오전 8시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접속이 폭주하면서 데이터로드가 지연되고 먹통 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에도 재고 현황이 나온다는 정보를 확인해 검색해 보니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약국에 100개 이상(11일 오전 8시45분 업데이트)의 마스크 재고가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조금 멀리 있는 약국에나 가야 구할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라 조금 놀랐는데요. 동네 약국은 9시에 문을 연다는 걸 알고 있어서 전화 문의 없이 바로 찾았습니다.

마스크 5부제 시행과 마스크 재고 알림 앱 운영에도 약국 앞에 줄을 선 행렬은 흔하게 보였습니다.
마스크 5부제 시행과 마스크 재고 알림 앱 운영에도 약국 앞에 줄을 선 행렬은 흔하게 보였습니다.

약국 앞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13분. 30명 정도의 사람이 줄을 서 있었고 여기저기서 '줄 안서도 된다더니..'하는 볼멘소리가 들려왔습니다. 5분 정도 후 생각보다 줄이 빠르게 빠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빈손으로 나오는 손님들이 하나 둘 눈에 보였습니다. 

약국에서 나오던 손님은 "지금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문제가 생겨서 살 수 없다"며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를 써 놓고 나중에 와서 찾아가라고 하더라"고 줄 선 손님들을 향해 귀띔했습니다.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여는 9시, 개인당 마스크 구매 수량을 체크하기 위해 마스크 구매자의 주민번호를 입력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시스템에 한꺼번에 접속이 몰리면서 먹통 현상을 보인 겁니다. 

해당 약국에선 어쩔 수 없이 대책을 내놨는데요. 주민번호를 종이에 써 놓고 간 후 오늘 안에 다시 오면 마스크 2매를 주겠다는 겁니다.

자녀와 함께 온 한 여성은 "은행에서도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에 이 방법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신분증을 확인하고 번호표를 주거나 이름과 주민번호 앞 번호만 써 놓고 나중에 신분증과 대조해도 되지 않냐"고 지적했는데요.

약사는 굳은 표정으로 "그러면 일을 두 번 해야 하는데, 저희를 믿지 못하면 그냥 가세요"라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전산시스템 문제로 주민등록번호를 쓰고 있는 손님
한 손님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시스템 문제로 마스크를 바로 구매하지 못하고 주민번호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업무 부담이 쌓였을 약국 관계자의 입장도 이해가 됐지만 같은 구매자 입장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며 고민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다'며 앞서 약국에 다녀갔던 손님이 주민번호를 지우기 위해 긴 줄을 비집고 들어오는 탓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과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제 순번이 됐는데요. 눈앞에 하얀 A4용지에 빼곡하게 쓰여있는 이름과 주민번호를 보니 깊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개인정보를 마스크 2매와 맞바꿔야 한다는 사실이 많이 불편했지만 당장 마스크가 없어 출퇴근 길이 불안한 탓에 주민번호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볼펜을 끼적이며 "누군가 나쁜 의도로 사진을 찍어가면 여기 있는 100여 명의 사람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잘 지켜보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약국 관계자들 중에 귀담아듣는 이는 없었습니다. 

다른 약국 역시 번호표 발부 방법으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약국 역시 번호표 발부 방법으로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약국에 가봤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손님이 대기하는 불편을 막기 위해 약국을 방문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주고 입고가 되면 구매자들이 재방문해 마스크를 받아 가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마스크가 품절됐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던 김유상(60세) 약사는 "오늘 은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고, 보통 때도 마스크가 오후에 입고될 때도 있다"면서 "아침부터 줄 서 있는 손님들이 무작정 기다리기엔 힘들 테고 기다리다 감염될 우려도 있어서 번호표를 주고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약국의 약사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국민들을 위해 공적마스크 판매를 하고 있지만 힘에 달리는 게 사실"이라면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마스크에 쏟고 있는데 남는 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대부분의 개인 약국은 약사 1~2명과 보조 직원 1~2명이 2타임으로 나눠 일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국 인력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마스크 판매에만 매일 같이 매달리다 보니 부담이라는 겁니다.   

또 다른 약국 역시 정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붙여 놨습니다.
또 다른 약국 역시 정문에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붙여 놨습니다.

앱을 통해 마스크 재고가 있다는 걸 확인한 후 약국을 찾았지만 품절돼 허탕을 친 경우도 있어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는데요.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약국을 찾은 김이나(34세) 씨는 "재고가 있다고 해서 아기까지 데리고 나왔는데 품절"이라면서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는 걸 테니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해 유용하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