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난임일기]나도 쥐띠맘이 될 수 있을까
상태바
[좌충우돌 난임일기]나도 쥐띠맘이 될 수 있을까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0.01.14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술 대기실에서 이식을 기다리면서 아이가 선물처럼 와주기를 바랐다.

#28. 이식을 준비하는 나의 자세

자궁외임신으로 몸고생, 마음고생을 한 뒤 다시는 시험관 시술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생에 처음 내 발로 찾아간 응급실, 2주 가까이 이어진 하혈.. 걱정 없이 지낸 날이 없었다.

"나 이제 진짜 하기 싫어."

자궁외임신으로 약물 유산을 한 탓에 어차피 3개월 동안 임신 시도가 불가능했다. 나만 빼고 세상 사람들 전부 다 아이가 있는 것 같고, 나한테 영영 아이가 안 생기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우울해졌다. 난임 시술에 대해 주변에 공개하지 않아 터놓고 말할 데가 없다 보니 같은 고민을 겪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난임카페를 수시로 들락날락하면서 의지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시험관 시술하면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는데 사실이냐고 말하기에 더 밝히기 싫어졌다.) 

그러다 순간 '저 시험관 1차에 임신 성공했어요!' 하는 눈치 없는 글을 발견하고 또 시무룩해지고..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하나 싶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지웠다가 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난임 부부를 위한 난임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상담, 전화상담, 내원상담을 모두 진행하고 심리검사와 의료상담을 지원한다고 하니 난임부부들은 꼭 알아두면 좋겠다.)

그 당시엔 난임병원 근처에도 가기 싫었다.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평범한 일상이 하루 이틀 쌓이면서 다시금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이 빼꼼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아 빨리 이식하고 싶다.. 쉬는 동안 한약도 먹고 뜸 치료도 했으니 효과가 있지 않을까? 두세 달 전 좌절모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기나긴 강제 휴식 기간 뒤 병원에 가는 날은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의사 선생님 한 마디가 또 얼마나 힘이 됐던가. 난자를 새로 채취하지 않아도 되는 시험관 시술 과정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냉동배아 덕분에 병원에 단 두 번 방문하고 이식 일자가 정해졌다. 자궁 내막도 이식하기에 좋을 만큼 두꺼워졌다고 하고 이식을 위한 준비는 술술 진행됐다. 

이식을 여러 번 하다 보니 나름 나만의 루틴이 생겼는데 이식 전에는 반드시 대청소와 냉장고 채우기를 한다. 이식 후 최대한 적게 움직일 것을 염두해서다. 의사 선생님은 이식한 뒤 스트레스받지 않고 몸에 무리 가지 않을 정도로 일하는 건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난 항상 덜 움직일 때 작은 수치라도 봤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다. 

이식 당일.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시술대에 누워 남편과 내 이름으로 다시 한번 본인 확인을 하고 의사 선생님이 보여주는 배아 사진을 확인했다. 

"배아 모양이 마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아주 예쁩니다! 이번에는 때가 됐어요."

내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었을까. 벌써 몇 번째 보는 배아 사진인데도 이번 배아는 정말 예뻐 보였다. 이식이 5분도 채 걸리지 않고 끝나고 회복실에 돌아갔다. 첫 채취 후 숨죽여 눈물을 흘렸던 곳이 이날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나도 쥐띠맘이 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꼭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