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얼굴 공유하면 처벌.."누구를 위한 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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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얼굴 공유하면 처벌.."누구를 위한 보호법?"
  • 임지혜 기자
  • 승인 2020.01.1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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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의해 버스정류장에 부착된 성범죄자 알림 고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다시 떼어갔는지 해당 고지서가 제거됐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타인에게 공유할 시 처벌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버스정류장에 부착된 성범죄자 알림 고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다시 떼어갔는지 해당 고지서가 제거됐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타인에게 공유할 시 처벌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범죄자 알림e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집 근처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성범죄자 정보를 전달하려고 했더니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불법이라고 하더라고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내용인데 왜 공유하면 안 되는 거죠?"-세종시에 사는 김은옥(36세) 씨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절대 보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성범죄자 알림 고지서'일 거예요. 성범죄자 알림 고지서가 우편으로 도착했다는 건 우리 집 인근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거니까요. 모든 부모가 기피하고 싶을 정도로 두려운 성범죄자 정보지만 예방을 위한 이유라고 해도 지인에게 공유하는 건 현행법상 불법입니다. 이를 두고 '누구를 위한 보호 정책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출처=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캡처
출처=성범죄자 알림e 홈페이지 캡처

◇성범죄자 정보, 모두 볼 순 있지만 공유는 NO!

최근 한 방송에서 지난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에서 발생한 미제사건인 '엽기토끼 살인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성범죄자 알림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성범죄자 정보는 고지서 외에도 '성범죄자 알림e'(홈페이지, 앱)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원으로부터 신상공개 및 우편고지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착용 여부, 성폭력 전과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올해 상반기부터는 스마트폰으로도 성범죄자 신상정보 모바일 고지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지 내용은 성범죄자의 정보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 집에 사는 아무개 씨는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 정도의 내용이죠. 사진으로 얼굴도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라면 사실 길에서 마주친다 해도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쉽게 깨닫긴 어렵습니다. 

엽기토끼 살인사건 관련 방송이 전파를 탄 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가 폭주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저 역시 앱을 통해 성범죄자를 조회해 봤는데요. 성범죄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남편에게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자 저장을 하려 하니 '보안상의 이유로 화면을 캡처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현행법상 개인 확인 용도로 정보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 관련 내용을 유포하거나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5조 1항에 따르면 공개정보는 아동‧청소년 등을 등록대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신문, 잡지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내용을 수정 또는 삭제하는 것 역시 불가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실제 2016년 지인이 아동 성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과 만나는 사실을 알게 돼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내용을 갈무리해서 보냈다가 벌금 300만원에 처해진 사례도 있습니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또는 앱을 통해 국민 누구나 실명 인증만 하면 볼 수 있는 정보임에도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내세우며 '너만 알고 있어!'라고 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쉿! 우리 아이 어린이집 근처에 성범죄자가 있다고?

정부가 성범죄 예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탓에 애꿎은 부모들의 속만 타들어 갑니다. 우리나라는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제한하지 않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인근에 상당히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기 때문이죠. (☞관련기사 [막수다]'우리 아이 학교 앞 성범죄자가 산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 중 58%에서 반경 1km 이내에 성범죄자의 거주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박 의원은 "성범죄는 습관성으로 재발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학교 1km 내 성범죄자가 다수 거주한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처=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출처=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범죄 사건이 연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정, 학교와 같이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 주변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정보 공개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해결책은 개인이 찾아야 합니다. '성범죄자가 있다는 건 알려줬으니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고 예방도 알아서 하라'는 식의 정부의 태도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성범죄자 정보 공유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성범죄자 알림e는 성범죄를 예방하는 취지인 만큼 조심하자는 뜻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처벌돼선 안 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요. 

그보다 앞선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개인 간 정보 통신망을 이용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성범죄 알림e 공유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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