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난임일기]아기용품 사두면 아이 생긴다?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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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난임일기]아기용품 사두면 아이 생긴다? 안 생긴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19.12.1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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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임신 관련 썰썰썰

"어머 아기 옷 너무 예쁘다."

친한 동생과 쇼핑하다가 아기 겨울 점퍼가 눈에 띄었다. 쇼핑을 하다 보면 은연중에 아기 옷, 아기 신발 등이 눈에 콕 박힌다. 아기 점퍼에 통통한 아기 팔을 끼워주는 상상에 이르면 어떨 때는 지갑에 먼저 손이 가기도 한다. ㅎㅎ 

오밀조밀 크기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어찌나 귀여운지 아기용품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멈춰 설 때도 있다. 아직 아기도 없건만 아기용품을 보면 왜 이렇게 구매욕이 샘솟는 걸까. '곧 필요하게 될 거니까~' 하고 정신 승리하는 것은 잠시뿐. "아이가 몇 개월이에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이내 자리를 뜨고 만다. 직장에선 나름 할 말을 꼬박꼬박하는 밉상(?)으로 꼽히는 나인데 이런 순간엔 "아이 없어요"라는 단 두 어절의 짧디짧은 말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뒤늦게 찾아오는 '현타'의 시간.. 아 도대체 임신은 언제 되는 걸까. 이번 달에는 성공하려나. 

"아기 신발 하나 살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꺼냈더니 같이 쇼핑하던 동생이 말렸다. 

"사지 마, 언니. 아기용품 사두면 그 집에 아이가 있는 줄 알고 삼신할머니가 안 온대~"

헉. 이건 무슨 소리? 나보다 두 살 어린 이 친구 역시 난임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아기 배냇저고리가 예뻐 집에 사뒀다가 엄마한테 등짝스매싱을 맞았다는 것이다. 푸하하. 

난생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되게 재밌는 속설이네~ 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난 결혼하고 아기용품 없이 산 지 7년인데 삼신할머니 너무 근무 태만인 거 아니야?" 내 우스갯소리에 친구는 삼신할머니가 사실 '월급루팡'인 것 같다며 맞장구를 쳤다. (삼신할머니가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분은 아닌 것 같지만.. ㅎㅎ)

그런데 이게 웬걸. 얼마 뒤 길을 가다가 또다시 아기용품을 보게 됐는데 불현듯 그 친구가 해준 얘기가 생각나면서 아기용품 구매 욕구가 싹 사라졌다. 신경 쓸 가치가 없는 미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타로, 별자리 운세 등 평소 미신을 믿지 않는 나였기에 이런 내 반응은 나조차도 의외였다. 뭐든 자기가 믿기 나름인데 안 좋다는 건 피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첨단 의학 기술을 빌어 임신을 시도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다 보니 답답하다 못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어버리게 됐나 보다. 아마도 저 속설은 임신하지 못한 이가 아기용품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해 생긴 속설은 아닐까. 속설이 생긴 연유를 알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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