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먹거리가 위협받는다'..학교 급식까지 침투한 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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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먹거리가 위협받는다'..학교 급식까지 침투한 GMO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12.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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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모두에서 100% 급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과 이를 가공해 만든 식품들이 학교 급식에 사용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학교에서 유기농 재료로 급식을 만든다고 학부모들에게 얘기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요. 그 이유가 현재 우리나라의 GMO 표시제에 있다고 합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논란의 GMO, 학교 급식에도 쓰이고 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소비자가 만드는 GMO 완전표시제 2020!' 세미나에서 "아이들이 GMO (의심) 급식을 먹은 부작용이 수십 년 뒤에 생길까 봐 걱정"이라며 "많은 전문가들이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데 왜 정부가 수용하지 못하는지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GMO 안전성 논란은 그간 끊이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상업화된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합니다.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 GMO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GMO 제품이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거나 발암 물질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몇몇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관련 기사 ‘코코넛오일도 나쁜 기름이라고…’ 식용유 대체 뭘 먹어야 하나

우리나라 역시 GMO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세계 1∼2위의 GMO 대량 수입국이기도 합니다. 엄청난 양의 GMO를 수입해 식용유나 각종 장류 등 식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죠.

하지만 장을 볼 때 원재료가 GMO라고 표시한 제품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러니 GMO로 만든 음식이 식탁에 올라가도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학교 급식에 GMO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정부의 말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은경(34세) 씨는 "아이 학교에 급식 검수를 하러 갔다가 GMO 콩으로 만든 모 식품회사의 콩기름을 발견했다"며 "영양사에게 다른 식용유를 쓰자고 건의하니 '근거 없는 말'이라며 딱 잘랐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해당 업체 고객센터에 문의해보니 그 식용유의 원재료는 GMO가 맞았다"면서 "식용유의 원재료인 콩이 GMO라도 그 콩으로 만든 콩기름은 법적으로 GMO가 아니라는 말에 기가 찼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재료인 외국산 콩이 GMO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콩기름.
원재료인 외국산 콩이 GMO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콩기름.

◇국내 GMO 표시제, 뭐가 문제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GMO 표시 대상은 콩 옥수수카놀라 사탕무 면화 알팔파 감자 등 7가지 작물입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GMO를 썼더라도 가공으로 얻은 최종 결과물에 DNA 형태가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GMO 원료를 고도로 정제하면 GMO 단백질이나 DNA가 검출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국내 GMO 소비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식용유 간장 당류 주류에는 GMO 표시가 없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비의도적 혼입(일반 농산물에 우발적으로 GMO가 혼입되는 일)을 인정하지 않아 오직 GMO 원재료 성분이 0%일 때만 'Non-GMO' 표시를 할 수 있습니다. 일정 수준의 비의도적 혼입치(EU의 경우 0.9%) 내에선 Non-GMO 표시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입니다. Non-GMO 표시 식품에서 0.1%라도 GMO 성분이 검출되면 허위표시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습니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아예 기재하지 않는 겁니다. 

실제 지난 2017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과자 라면 두부 식용유 등 438개 식품을 조사한 결과 GMO가 표시된 건 단 2개 제품 뿐. 그것도 수입제품이었습니다.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GMO 표시제도가 Non-GMO 표시의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그 권리를 침해 당하는 건 모순"이라면서 "GMO 사용으로 미래에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원인 규명과 사후구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비자 "GMO 완전표시제 도입 해야" vs 정부 "고려사항 많아"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GMO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고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면, 그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이 전국 20대 이상 기혼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GMO 소비자 인식 조사를 한 결과, GMO 원료를 사용했다면 모두 표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93.8%였습니다. 일부 가공식품의 가격이 오르더라도 GMO 완전표시제가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도 86.4%가 '동의한다'에 답했습니다.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1만명을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GMO 완전표시제 도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인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도 GMO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며 "통상 문제 등 정부가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먼저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소비 양극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실제 표시제를 실시하는 대만의 경우 GMO 식용유와 Non-GMO 식용유의 가격 차이가 1.5배나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소비자가 만드는 GMO완전표시제 2020!' 세미나에서 최미옥 소비자의 정원 이사가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소비자가 만드는 GMO 완전표시제 2020!' 세미나에서 최미옥 소비자의 정원 이사가 발표하고 있습니다.

◇'Non-GMO 급식 만들기' 나선 지자체..GMO 찾기 골머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달리 지자체들은 스스로 GMO 없는 급식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소비자의 정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6곳(전북 강원 경북 대구 경남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들은 관내 학교에 Non-GMO 가공식품 구입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있으나 마나 한 GMO 표시제 때문에 완벽한 친환경, 유기농 급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GMO를 사용한 재료와 그렇지 않은 재료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최미옥 소비자의 정원 이사는 "Non-GMO 급식을 하는 학교 관계자들과 모니터링을 할 때 뭐가 어려운지 물어보면 GMO 재료 선별을 꼽는다"며 "정부는 최종 검출에 기반을 두고 '급식에 GMO 식품은 쓰이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원료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이사는 "농산물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할 때 GMO 완전표시제처럼 상당한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 보면 (당시 우려처럼) 기업이 망하거나 소비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소비자가 요구에 따라 친환경 유기농 일반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듯 GMO와 Non-GMO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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