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동 학대에 신뢰 '뚝'..교육계 "교권추락이 학대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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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아동 학대에 신뢰 '뚝'..교육계 "교권추락이 학대 낳았다"
  • 임지혜 기자
  • 승인 2019.12.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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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지각한 초등학생을 향해 같은 반 친구들이 공을 던져 맞히라고 시킨 교사(2019.4)

#수업 시간에 떠든다는 이유로 스테이플러를 던져 초등학생의 코뼈를 부러뜨린 교사(2019.5)

교사가 학생을 폭행∙왕따∙성희롱∙추행 하는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교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 옷에 소형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키는 게 학부모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는데요. 교사들은 아동 학대를 저지른 교사를 비판하면서도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 해석함에 따라 교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교직원의 아동 학대 증가..학교서 주로 발생

강동욱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사업 30년의 회고와 전망' 세미나에서 "교사에 의한 학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아이들을 보호하는 곳에서 일어난 학대라는 점에서 가정 내 학대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 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아동 학대 건수는 2만2604건입니다. 10년 전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데요.

학대 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 경우가 1만8919건으로 전체의 76.9%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관련 기사 아동 학대 악순환..전문가 "정부, 땜질식 뒷수습 문제")

이어 교직원∙보육교사∙학원∙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 대리양육자로부터 받은 아동 학대 사례가 3906건(15.9%)으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출처=보건복지부 '2018 아동 학대 주요 통계')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출처=보건복지부 '2018 아동 학대 주요 통계')

대리양육자 중에선 초∙중∙고교 직원으로부터 발생한 아동 학대가 2060건(8.4%)으로 가장 많았고요. △보육교직원이 818건(3.3%)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313건(1.3%) △부모의 동거인 270건(1.1%) △유치원교직원 189건(0.8%)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 176건(0.7%) 순이었습니다.  

부모로부터 발생하는 아동 학대가 가장 많은 만큼 대부분의 사건(80.3%)이 가정 내에서 발생했고요. 다음으로 아동 학대가 많이 발생한 곳은 '학교(8.5%)'였습니다. 최근 몇 년 새 학부모 사이에서 소형 녹음기가 큰 인기를 끈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선 녹음기를 아이의 옷이나 가방에 잘 숨기는 방법이 심심찮게 공유되기도 했습니다. 

11살 자녀를 둔 이정훈(38세) 씨는 "교사의 아동 학대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혹시 내 아이도 학교에서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일부 교사의 아동 학대 사건 일반화 안돼"

반면 교사들은 일부 몰지각한 교사들의 학대 사례를 모든 교사에게 일반화하는 학부모들의 불신과 간섭이 지나치다는 입장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하고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교권 침해로 신고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인데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인 우은주(36세) 씨는 "아이를 보호해야 할 교사가 아동을 학대하는 건 비난과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반대로 교사가 인권을 침해받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우 씨는 "학생이 욕을 하고 학습 분위기를 흐려도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학생 생활지도는 갈수록 힘들고 행정 업무는 과도하게 많아 수업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다"고 토로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올해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 △최근 1~2년간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역대 최대치인 87.4%에 달했습니다. 또 교사들은 교원들은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학생 생활지도 기피와 관심 저하(50.8%)를 꼽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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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법 모호..'교권 하락→학생 지도' 무관심 낳아

학생 생활지도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일선 교사들은 아동복지법의 모호한 기준을 꼽았습니다. 중학교 교사 강은경(40세) 씨는 "교사가 잘못된 행동을 한 아이에게 훈육을 하면 그 방법이 어떠한가와 상관없이 학생이 두려움을 느꼈다면 학대가 될 수 있어 학생 지도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아동학대로 몰리는 교사들의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중학교 교사 A씨는 학생이 여러 차례 자신을 성추행하자 뺨을 때리고 훈계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됐고요. 줄을 잘 맞추지 못한 학생의 소매를 잡아끌고 꾸짖은 것이 학대로 인정돼 벌금형을 받고 학교를 떠난 교사도 있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교권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매뉴얼을 국가가 나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생지도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많이 올라왔는데요. 

교총 관계자는 "교원들의 사기와 교권이 저하를 넘어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것이 학생 지도와 학교 업무에 대한 무관심, 냉소주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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